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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 특정후보 편들기 아닌가

'병역비리', 한겨레ㆍ조선일보의 대조적 보도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언론계도 ‘조중동’ 혹은 ‘한경대’로 나뉘어 기사편집과 사설 등 논조에서 뚜렷한 보도편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각각 한국의 진보언론과 보수언론을 자처하는 한겨레와 조선일보는 동일 사안을 두고도 대조적인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어 진실을 원하는 독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진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의 병풍 의혹을 다루고 있는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대조적인 보도태도가 독자들을 혼동시키고 있다. 사진은 14일자 두 신문의 사설(왼쪽이 한겨레).>

***한겨레 "병풍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유일한 해결책"**

지난 97년에 이어 다시 불고 있는 세칭 ‘병풍’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는 곳은 한겨레. 한겨레는 지난 달 24일 신기남 민주당 의원이 ‘정연씨 병역비리 은폐의혹’을 제기한 이후 7월 26일자 사설 ‘병역비리 의혹 털어내야’ 등을 통해 새로이 불거진 병풍 의혹을 머릿기사 등으로 주요하게 다루며 집중 보도하고 있다.

한겨레는 14일에도 ‘면제날짜 신검판정보다 앞서’란 머릿기사와 김대업씨가 검찰에 제출한 이 후보 부인 한인옥씨 관련 ‘녹음테이프 ‘목소리 감정’ 착수’, 이를 둘러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방 및 이회성씨 고발관련 등 1면에만 3꼭지의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또 14일자 사설 ‘의혹투성이의 병적기록표’를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 이정연씨 관련 병역비리 의혹이 더 깊어지고 있다’며 13일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진 병적기록표 면제판정 일자 의혹 등을 거론했다. 검찰은 13일 정연씨의 병적기록표에 나타나 있는 병역면제 처분시점(91년 2월 11일)이 병무청의 신체검사 날짜(91년 2월 12일)보다 하루 앞선 것으로 기록된 경위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는 사활을 건 정치권 공방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검찰이나 군 수사당국은 이런저런 정치적 판단을 하는 나머지 진실규명에 소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김대업씨 수사참여과정 등 기본적인 의문부터 해소해야"**

반면 조선일보는 검찰에 정연씨 병역면제 의혹관련 녹음테이프를 제출한 의정부사관 출신 김대업씨의 전과경력에 초점을 맞춰 수감자였던 김씨의 수사보조원 자격, 또는 김씨 증언의 신빙성 여부를 부각시키고 있다. 한겨레가 병적기록표 조작 의혹 등 병풍관련 의혹의 총체적 진실을 규명하라고 강조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연씨 관련 병적기록표 조작 의혹을 다룬 기사에서도 두 신문의 보도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조선일보는 14일자 ‘‘김대업 테이프’ 목소리 분석’이란 1면 하단기사에서 ‘검찰, 녹음당시 상황-조작여부 조사’란 부제를 달고 정연씨 병역면제 의혹보다는 김씨 테이프의 조작여부 가능성에 대한 검찰수사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한겨레가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정연씨 병적기록표 날짜조작의혹은 기사 말미에 ‘검찰이 조사중’이라고 간단히 언급한 후 4면 하단에 2단짜리 상자기사로 넘겨 ‘정연씨 신검-면제날짜 논란’으로 마무리했다.

사설을 보자. 조선일보 14일자 사설 제목은 ‘검찰과 ‘김대업 조사활동’’이다. 병풍의혹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장남의 병역 논란”으로 규정하고 ‘김대업 테이프’ 등 공식 수사당국이 몰랐던 5년만에 새로이 불거진 병역문제의 기본적인 의문부터 검찰이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선일보는 이어 김대업씨는 정식수사관이 아닌 ‘수사보조원’에 불과했는데 김씨가 수집할 수 있었던 일련의 사실을 군과 검찰의 정규수사관들이 전혀 모른 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불가사의라고 지적했다. 또 김씨가 어떻게 죄수복 차림으로 소형녹음기를 구해 수사보조를 했는지 등이 의문이라며 “이번 수사는 이러한 기본적인 의문점 해소에도 아울러 주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기사의 구성은 전적으로 기자 개인과 데스크, 편집부에 달려있다. 사설 또한 집필 논설위원의 정치적 성향이나 언론사 논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사안의 본질에 대한 희석과 왜곡이다. 사실은 사실대로 전달하고 의혹은 의혹대로 제기해야 독자의 판단에 도움이 된다.

***"깃털 아닌 몸통의 진실규명 위해 노력하는 게 언론의 본분"**

즉 언론보도의 생명은 깃털이 아니라 몸통을 전달하는 데 있으며 깃털은 주변부 이모저모로 다루어지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의 몸통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정연씨의 병역면제 과정에서 불법적 청탁 등을 통한 면제가 이루어졌는가 아닌가에 있다. 정연씨 병적기록표 조작 의혹에 눈길이 가는 것은 사실이든 아니든 그같은 서류조작을 통해 지금까지 수많은 불법 병역면제가 이뤄져 왔기 때문이며 이에 대해 많은 서민들이 ‘신의 아들’ 운운하며 울분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몸통을 조사하기 위해선 핵심증거물의 진위여부에 대한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핵심증거물의 진위여부에 증거물 제출자의 신분과 제출시점은 깃털에 불과하다. 조선일보가 주장하고 있는 김대업씨의 수감자 신분과 증거물 제출시점에 대한 의문은 말 그대로 참고자료인 것이다.

한겨레 또한 과거 4대 게이트를 다루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친여적이라는 사내외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예를 들어 윤태식 게이트가 한창이던 지난 1월 한겨레는 내부 심의실로부터 다른 신문에 비해 관련기사가 적어 의아스럽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며 대통령 아들 비리사건 때도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조선일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관련 병풍 의혹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조심스런 태도는 현 집권세력의 부정부패와 관련된 게이트를 다룰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조선일보가 최소한의 불편부당한 언론 본연의 자세를 지키기 위해 취할 자세는 현 정권을 향해 비판한 대로 정권의 향배와는 관계없이 국민을 의식한 보도를 하는 것뿐이다.

의혹의 진실규명을 위한 추적보도는 언론의 기본이다. 신문의 위기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지금 언론사의 입맛에 따라 원하는 의혹만 확대재생산하고, 피하고 싶은 의혹은 덮으려고 노력한다면 누가 언론을 신뢰할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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