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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의 경지는 네 단계가 있으니···”

신영복 고전강독 <99> 제9강 장자(莊子)-4

2) 예제(例題)

<예제1>
故夫知效一官 行比一鄕 德合一君 而徵一國者 其自視也 亦若此矣.
而宋榮子猶然笑之 且擧世而譽之 而不加勸 擧世而非之 而不加沮 定乎內外之分 辯乎榮辱之竟 斯已矣 彼其於世 未數數然也 雖然 猶有未樹也 夫列子於風而行 泠然善也 旬有五日而後反 彼於致福者 未數數然也 此雖免乎行 猶有所待者也 若乎乘天地之正 而御六氣之辯 以遊無窮者 彼且惡乎待哉 故曰 至人無己 神人無功 聖人無名(內篇 逍遙遊)

效(효) : 본받다. 徵(징) : 부르다. 맡다.
亦若此矣(역약차의) : 此는 앞 구절의 메추라기. 붕새의 경지를 모르는 작은 새.
沮(저) : 막다. 기죽다. 數數(삭삭) : 서두르다. 樹(수) : 立. 이르다.
泠(령) : 서늘하다. 猶有所待者(유유소대자) : 아직도 의지하는 바가 있다.
辯(변) : 變 無己(무기) : 자신을 없애다.
無功(무공) : 공적이 없다. 無名(무명) : 명예가 없다.

이 장에서 장자는 초월의 경지를 4가지 단계로 설정하여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째 단계는 극히 현실적인 상식인(常識人)이며 메추라기와 같이 국량(局量)이 좁은 사람을 말합니다.

둘째 단계는 송영자(宋榮子) 같은 사람을 일컫고 있습니다. 송영자는 송나라 사상가로서 반전 평화주의자이며 특히 칭찬이나 모욕에 개의치 않고 초연하였다고 알려져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는 아직도 칭찬 받으려는 사람을 못마땅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예시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로는 열자(列子)와 같은 사람입니다.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비행하다가 15일이면 돌아왔는데 그것은 보름마다 불어오는 바람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열자도 자유롭기는 하지만 아직도 바람이라는 외적 조건에 의지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지요. 猶有所待者 즉 아직도 의지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지요.

넷째 단계가 아마 장자가 절대자유의 단계라고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서 도와 함께 노니는 소요유의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단계에 이른 사람을 성인(聖人) 신인(神人) 지인(至人)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신인 지인은 '장자'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한 마디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무기(無己) 무공(無功) 무명(無名)의 경지에 있는 사람입니다. '절대자유의 경지'입니다. 전체의 뜻을 함께 새겨보기로 하지요.

"그러므로 그 지식이 벼슬자리 하나 채울 만한 사람, 그 행위가 마을 하나를 돌볼 만한 사람, 그 덕이 임금 하나를 모실 만한 사람, 그런 사람들은 국량이 좁기가 메추라기와 같다.

그래서 송영자는 그런 사람을 비웃는다. 세상이 그를 칭찬한다고 해서 더 분발하지도 않고 세상이 그를 비난한다고 해도 기죽는 법이 없다. 내심(內心)과 외물(外物)을 구별하고 영예와 치욕의 경계를 구분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단계에 있을 뿐이다. 비록 세상일을 서두르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이르지 못한 경지가 있었다. 열자는 바람을 타고 다니며 거리낌없이 노닐다가 보름이 지나서 돌아온다. 그는 세상의 행복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걷는 수고를 면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의지하는 데가 없지 않다.

만약 어떤 사람이 천지 본연의 모습을 따르고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무한한 경지에 노닐 수 있다면 그는 또 무엇에 의지하겠는가? 그러므로 지인(至人)은 자기가 없고 신인(神人)은 공적(功績)이 없고 성인(聖人)은 명예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장자세계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는 도(道)를 터득하여 이를 실천하는 노자(老子)의 경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도와 일체가 되어 자유자재로 소요하는 경지를 의미합니다. 아무것에도 기대지 않고(無待), 무엇에도 거리낌없는(無碍) 경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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