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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일차적 가치는 ‘생명 그 자체’”

신영복 고전강독 <98> 제9강 장자(莊子)-3

마르크스 이론의 가장 큰 공헌은 자본주의 체제를 과도적(過渡的)인 것으로 규정하는 역사적 관점이라고 합니다. 자본주의 체제란 이전의 다른 모든 체제와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존재하다가 사라질 과도적인 체제라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규명한 것이지요.

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에서 '종말'이란 그 어감과는 반대로 최고단계를 의미합니다. 궁극적 귀착점을 의미합니다. 자본주의가 최후의 체제라는 것이지요. 역사의 방황이 끝나는 지점이지요. 뿐만 아니라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규정하여 자본주의 체제는 인간본성에 부합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체제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입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환경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높은 관점에서 그것을 조감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자본주의 질서의 중하위권에 편입되어 있으며, 자본주의적 가치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과 우리의 인식을 조감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과제이지요.

모든 투쟁은 사상투쟁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사상투쟁으로 끝나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우리들이 갇혀 있는 '우물'을 깨닫는 것이 모든 실천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장자'가 우리 시대에 갖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대안이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자'가 우리들에게 펼쳐 보이는 드넓은 스케일과 드높은 관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러한 스케일과 관점은 바로 깨달음으로 이어지고, 깨달음은 그 자체로서 귀중한 창조적 공간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과제로 삼고 있는 장자독법에 관하여 중요한 단서를 하나 발견한 셈이지요?

장자 예제(例題)에 들어가기 전에 장자와 '장자'에 대하여 몇 가지 이야기해두어야 합니다. 우선 장자라는 인물에 관한 것입니다.

'사기(史記)' 노장신한열전(老莊申漢列傳)에 장자(莊子)에 관한 기록이 있습니다. 몽(蒙 河南省 商丘縣 東北部)출신으로 이름은 주(周)이며. 양혜왕(梁惠王), 제선왕(齊宣王), 맹자와 동시대인(同時代人)이라 하였으며 박학하고 근본은 노자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장자의 생존연대는 BC.369-286이었으며 몽(蒙)이란 곳은 당시에는 송(宋)이라는 작은 나라에 속하였습니다. 송(宋)나라에 대하여는 '논어'를 강의할 때 이야기하였지요. 은(殷)나라 유민들의 나라입니다.

송나라는 옛날부터 사전지지(四戰之地)라고 불릴 정도로 사방으로 적을 맞아 싸우지 않을 수 없었던 나라였습니다. 사방으로부터 전화(戰禍)가 집중되었던 불행한 지역이었습니다. 전국시대를 통하여 이 지역만큼 전란의 도가니에 휩싸인 곳도 달리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약소국의 비애와 고통, 기아와 유망 등 이 지역의 백성들이 겪은 모진 역사가 바로 장자사상의 묘판(苗板)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자가 칠원리(漆園吏)였다는 기록이 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장자는 약소국의 가혹한 현실에서부터 자신의 사상을 키워낸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부자유와 억압의 극한 상황에서 그의 사상세계를 구성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렇기에 그의 일차적 가치는 '생명(生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 없는 질서'보다는 '생명 있는 무질서'를 존중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반(反)생명적인, 반(反)자연적인, 그리고 반(反)인간적인 모든 구축적(construct) 질서를 해체(de-construct)하려는 것이 장자사상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일차적으로 정신의 자유입니다. '우물'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장자는 제자백가들과 치열한 논쟁을 통하여 자신의 사상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논리가 상대의 허점을 예리하게 찔러 사람들이 그를 피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유유자적한 장자사상으로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킬러(killer)의 이미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로 공자의 무리 즉 유가(儒家)와 묵가(墨家)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장이 교묘하고 세상과 인정을 추찰(推察)함이 뛰어나 당시의 석학들도 그 예봉을 꺾지 못하였다고 전할 만큼 그의 수사학과 논리는 뛰어난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읽는 '장자'는 AD 4세기 북송(北宋)때의 곽상(郭象)이 그 때까지 전해오던 여러 '장자'본들을 정리하여 6만5천여 자 33편으로 편집하고 주를 단 것입니다.

그 이전에 아마 다른 '장자'라는 서물(書物)이 있었다고 추측됩니다. '사기(史記)'에 10만 자로 된 '장자'가 언급되고 있으며 52편으로 된 '장자'에 대한 기록도 있습니다.

금본 '장자'는 내편(內篇) 7, 외편(外篇) 15, 잡편(雜篇) 11편 모두 33편으로 묶여 있는데 내편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장자사상의 정수입니다. 소요유(逍遙遊), 제물론(齊物論), 양생주(養生主) 등 7편입니다. 이 7편은 장자의 저술로 추정하기도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외편과 잡편은 내편에 대한 해석으로 후인들에 의한 2차 저작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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