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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승리 위해 한중 무역관계 해치지 말라"

중국 경제일보 '한국 마늘파문에 대한 중국 입장'

지난 2000년 7월 한중간 마늘협상 당시 중국산 마늘에 대한 한국측의 세이프가드 조치 연장포기 방침이 최근 밝혀진 이후 한국 정부의 의도적 은폐 여부에 대한 비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마늘 파문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당사국인 중국 정부의 입장에 대한 보도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어 정치권과 언론이 집안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돌아볼 때다.

이와 관련, 지난 23일자 중국 경제일보는 '마늘 분쟁으로 한국 정계 진동'이란 장문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마늘 파문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조심스럽게 정리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신문은 한국의 마늘파문으로 청와대 경제수석과 농림부 차관이 경질됐다는 사실을 리드로 뽑으며 한중간 무역관계로 인해 많은 양국 인사들이 이 파문의 전후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일보는 이번 파문의 원인이 한국 정부가 합의서의 마지막 항목, 즉 '2003년 1월부터 한국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해제하고 민간기업의 중국산마늘 수입을 자유화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지 않은 데 있다며 "이것이 순간적인 실수인지, 의도적인 은폐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중간 마늘분쟁에 대한 중국 관련부처의 입장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이미 한국 정부에 '양국간의 합의를 충실히 이행, 양국 경제협력의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며, "이번 한국 국내의 마늘파동의 최종 해결방향은 상당부분 한국 정부가,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의해 그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마늘분쟁이 한중간 무역관계를 악화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성문에 난 불'과 '연못 속의 물고기' 비유를 들어 이번 사태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정치논리에 좌우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즉 "만약 한국국내의 선거 대전을 '성문에 난 불'로 비유한다면 한중 마늘무역은 '연못 속의 물고기'로 비유할 수 있다"며 "급히 불을 끄기 위해 연못의 물을 퍼다 씀으로써 재앙이 까닭 없이 '연못 속의 물고기'에게까지 미치게 될 것인지 어떨지는 지켜 봐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중국 경제일보의 마늘관련 기사 전문이다.

***'마늘 분쟁으로 한국 정계 진동'**

최근 마늘파동이 한국정계에 큰 충격파를 형성하며 청와대 경제수석과 농림부차관이 경질됐다. 이번 사건은 한중 무역과 직접적인 관계로 인해 많은 양국 인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건 발생원인**

한국 국내에서 발생한 이번 마늘 파동사건은 2년전에 발생했던 한중간 마늘분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2000년 한국정부가 일방적으로 중국산 마늘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했고, 중국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취해 마늘로 인한 한중 양국간 무역분쟁이 발생했다.

그 후 양국은 조속히 협상을 타결했으며, 당해 7월 관련 합의서를 체결해 마늘분쟁도 일단락됐다. 당시 양국간 합의서에는 한국이 세이프가드 시한을 단축하고 일반 관세로 일정량의 중국산 마늘을 수입하며, 중국은 한국 부분제품에 대한 제재조치를 해소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요한 것은 양국간 합의문에 2003년 1월부터 한국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해제하고 민간기업의 중국산 마늘 수입을 자유화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의서 체결 후 한국의 관련부처는 합의서 내용을 발표하며 마지막 항목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것이 순간적인 실수인지 의도적인 은폐인지 현재 알 수 없으나 이는 사후 분쟁의 도화선이 됐다. 한국 국민들은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근거해 한중 양국간 2003년 이전의 마늘문제는 잠정적으로 해결됐으며, 2003년 이후에 협상을 계속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에 한국 농협중앙회는 세이프가드 시한이 종료되기 전인 2002년 6월 28일 정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 4년 연장'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한국 관련부처는 7월 5일 이와 관련한 협의를 할 때에서야 세이프가드조치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외교통상부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소식은 한국 농민, 언론 및 정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분쟁을 발생시켰다.

***자업자득**

한국정부는 왜 관련 합의서 내용을 모두다 공개하지 않았는가? 순간적인 실수였는지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던 것인지에 대해 현재까지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거대한 폭풍처럼 밀려드는 압력에 당면하고 있다.

우선은 국회로부터 오는 압력이다. 사건 발생 후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다른 문제들에서 보이던 상호 대치입장과는 달리 일관되게 정부의 실책을 비난했다. 7월 19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정부가 관계자의 책임을 추궁하고 중국산 마늘수입에 대한 세이프가드조치를 연장하라고 촉구했다. 회의에서는 한중 정부간의 관련 합의는 2003년이후 중국산 마늘 수입에 대해 긴급제한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는데 이는 사실상 양국 정부간에 체결된 합의서 인정을 거부한 것과 다름없다.

농민들로부터의 압력도 상당히 크다. 한국에는 현재 약 50만 마늘 농가가 있다. 이들로 구성된 '마늘전국협의회는 7월 18일 정부에 사실 진상규명과 세이프가드조치 연장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전국농업경영연합회 등 농민단체들도 잇달아 성명을 발표해 정부가 농민을 속였다고 비난했다.

정계와 농민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고자 한국 농림부는 마늘 가격 안정과 국내산 마늘경쟁력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국내 파동은 가라앉지 않았으며, 한덕수 대통령 경제수석과 서규룡 농림부 차관은 여러 방면의 압력에 못 이겨 7월 19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성문의 불'과 '연못 속의 물고기'**

한국 국내의 마늘 파문이 갈수록 심화됨에 따라 사람들은 이 같은 파문이 한중간의 무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한중 마늘분규는 과연 재발할 것인가?

이 문제에 답하기 전에 먼저 2000년 한중 마늘무역 마찰의 원인부터 살펴보자. 한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2000년 한국의 관련 국회의원들이 중국산 마늘에 대한 수입제한조치를 요구했을 때 한국 통상교섭본부장은 양국간의 무역관계를 고려해 이를 반대했었다.

그러나 2000년 4월에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표 획득을 위해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과 농림부는 당정회의를 개최,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를 30%에서 315%로 올릴 것을 결정했다. 중국은 한국에 이 조치를 신중히 고려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했으나 한국정부는 그 해 6월 1일 일방적으로 중국산 마늘에 대해 보호성 관세조치를 실시했고 한중간 무역분쟁이 폭발하게 됐다.

2년전의 무역분쟁은 한국 국내의 정치적 요소와 상당한 관계가 있었는데, 문제는 2년후 지금의 한국 국내정치 분위기가 2년전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이다. 금년 8월에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고 연말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모든 정당들은 50만 마늘농가의 표를 잃고 싶지 않아 한다. 이것은 또한 이들 정당들이 정부에 대해 압력을 가하게 하는 중요 원인이다.

한국정부의 태도는 어떠한가?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은 7월 19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산 마늘에 대한 보호성 관세조치를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청문회 후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국과 이미 명확한 합의를 했고 정부의 대외 신뢰문제를 고려할 때 중국에 재협상 요구를 하는 것은 상당히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국 무역위원회는 이와 관련 명확한 입장표시를 하지는 않았는데 단지 마늘 파동은 관련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하며,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관련부처에서는 이미 한국정부에 "양국간의 합의를 충실히 이행, 양국 경제협력의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번 한국 내 마늘파문의 최종 해결방향은 상당부분 한국 정부가 정치권의 공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만약 한국 국내의 선거 대전을 '성문에 난 불'에 비유한다면 한중 마늘무역은 '연못 속의 물고기'로 비유할 수 있다. 급히 불을 끄기 위해 연못의 물을 퍼다 씀으로써 재앙이 까닭 없이 '연못 속의 물고기'에게까지 미치게 될 것인지 어떨지는 지켜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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