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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의 국부 유출 좌시않겠다"

나이지리아 여성들, 미 석유메이저 현지공장 잇따라 점거농성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민중들의 항의시위가 아르헨티나 등 남미대륙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다국적 석유기업들의 착취에 항의하는 부녀자들의 점거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의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여성들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 세브론텍사코의 현지 원유생산공장을 점령한 채 학교와 일자리, 병원건설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잇따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비무장한 수백여명의 나이지리아 여성들은 지난 19일부터 남부 나이지리아 에스크라보스(Escravos) 원유터미널에 석유를 공급하는 네 곳의 세브론텍사코 펌프기지를 점거하고 5일째 농성을 벌이면서 세브론텍사코가 원주민들의 생활향상에 기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거대 초국적기업들의 막대한 국부 유출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현지 주민들 스스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세브론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적대감을 고취시키기 위해 전통적으로 타부였던 옷을 벗는 나체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세브론 노조원들은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세계적 메이저석유회사 세브론 텍사코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인식돼왔다. 지난 주말 타결된 에스크라보스에서의 점거농성에 이어 연쇄적으로 발생한 여성들의 마라톤 권리회복 운동에 대해 제임스 이보리(Ibori) 델타 주지사는 이들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수는 없다며 그들의 요구는 정당한 것이라고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이보리 주지사는 22일 프랑스 통신사인 AFP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사회 곳곳에 많은 분노가 잠재해 있다. 물과 공기 오염은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고 말했다. 그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인상적인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는 여성들과 세브론의 협상테이블에 대표단을 파견해 협상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지난 주 세브론의 에스크라보스 터미널을 11일간 점거하면 농성을 벌였던 6백여명의 나이지리아 여성들은 회사측으로부터 마을을 위한 학교건립과 전기, 깨끗한 물의 공급을 약속받았다. 여성들의 보여준 평화의 힘이 거대자본을 꺾은 것이다. 하지만 현재 농성을 벌이고 있는 그바라마투 마을의 이조(Ijaw) 부족 여성들은 요구수준을 더 강화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세브론의 나이지리아 현지법인 이사회에 이조 부족 대표 한명을 감사로 참여시킬 것 ▲현지법인의 여성고용 ▲여덟 개 마을에 학교와 전기, 소규모 병원 건립 ▲그들의 전통적 왕을 위한 두개의 궁전건립 ▲지방고등학교를 위한 기숙사, 도서관, 과학실험실 제공 ▲50명의 졸업생을 위한 일자리 ▲두대의 심해트롤선과 5억 나이라(4백만달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울 아군비에이드(Agunbiade) 세브론 나이지리아 법인 대변인은 협상이 지난 20일까지 지속됐으며 회사는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최대 노동조직인 NLC(나이지리아 노동당) 의장은 지난 19일 델타주 수도 아사바에서 수십명의 조직원들을 이끌고 '연대를 위한 시위'를 벌였다.

이보리 주지사의 대변인인 쉐디 오조네(Ozoene)는 아담스 오시옴홀(Oshiomhole)이 '석유회사들은 보다 환경친화적이어야 하며 그들이 얻은 막대한 수익을 원산지 국가와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시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석유산업이 마을 오염 등을 통해 환경에 주는 피해는 지난 주말 에스크라보스에서 18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한 탱크에 불이 난 사건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회사측은 20일 화재는 진화됐으며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는 아무런 위험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유생산시 넘쳐 흐르는 원유가 주민들의 생활기반을 오염시키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에스크라보스는 나이지리아 일일 원유수출량중 사분의 일 정도를 생산하고 있으며 생산규모는 하루 2백만배럴 정도다. 나이지리아는 제5위의 대미 석유수출국가이다.

이조 부족의 한 지역지도자(펠릭스 보지모)는 자신들은 여성들의 시위가 종료되도록 힘쓰고 있으나 세브론이 협상에 응할 자세가 돼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한 사실은 세브론이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만이 다시 평화를 보장하고 산업과의 조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지모는 "우리는 거품이 이는 강가에서 살며 손을 씻을 수 없음을 그들에게 말했다"며 "이번에는 세브론이 목표이지만 다음 차례는 다른 회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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