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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기사를 써라"

<인터뷰> 독일 바이스 교수-'통일과정에서 언론의 역할'

"통일지향적 언론이 되기 위해선 거대한 정치적 주제나 이데올로기적 접근 방법보다는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에도 같은 한국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번 주(15-19일) 서울에서 열린 제52차 세계언론학대회(ICA)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의 한스-유르겐 바이스(Hans-Juergen Weiss) 교수(언론학·60)는 19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통일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독립적이고 다양한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다양한 독일 언론들, 화해정책의 효과에 대해선 공감대 형성"**

'독일 통일과정에서의 언론의 역할'에 대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바이스 교수는 "예를 들어 70년대 시작된 빌리 브란트의 대동독 화해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평화를 유지하는 데 화해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언론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디 벨트(Die Welt)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FAZ) 같은 보수적인 언론들은 동독의 인권문제를 강조하며 자극적인 비판보도를 하기도 했으며 가장 보수적인 대중지 빌트(BILD)는 동독 정권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합법적인 국가는 서독뿐이라는 논리였다.

반면 쥐드도이체차이퉁(SZ)과 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FR) 같은 진보적 언론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선 동독을 국가로 인정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내에 두 개의 합법적인 국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갑작스런 독일 통일에 대해 놀란 것은 보수적인 언론보다 이들 진보 언론이었다"고 설명했다.

독일 언론의 다양성과 독립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느냐는 질문에 바이스 교수는 "독일의 경우 진보적인 언론부터 보수적인 언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하지만 각 언론은 독립적이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데 독일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은 법적으로도 규정돼 있다. 또 언론들의 성향이 보수·진보로 명확하게 선을 긋듯이 나뉘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양성을 유지하며 중립성을 지키는 게 필요"**

방송의 경우 공영방송은 철저한 독립성과 중립성 유지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상업방송은 법적 제약은 받지 않으나 정치적인 사안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게 바이스 교수의 설명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방법은 한번 기민당을 비판하면 다음에는 사민당을 비판한다는 식이다.

독일 신문사와 언론인들의 정치적 편향은 없는가라고 묻자 바이스 교수는 "독일 언론인들과 신문사에도 나름대로의 정치적 선호도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권언유착과 같은 행태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기자 개인의 정치적 취향과 보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독일 언론도 미국과 같이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와 의견을 전달하는 논평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익이든 좌익이든, 아니면 위든 아래든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양성을 유지하며 중립성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 9.11테러와 같은 사태가 독일에서 발생했을 경우 독일 언론은 미국 언론과는 다른 보도태도를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독언론, 동독을 위협으로 여기지 않아 보도 많지 않았다"**

통일 전 서독 언론이 동독에 대해 얼마나 많은 보도를 했느냐는 질문에 바이스 교수는 "한 공영방송의 경우 일주일에 한번 45분짜리 기획프로그램을 방영했다. 보도량으로 보면 그리 많지 않았다. 신문의 경우도 총격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사건 자체에 대한 단신기사는 나왔으나 동독에 대한 보도가 그리 많았던 것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 한국과 달리 양국 사이의 긴장이 상당히 완화돼 있었으며 동독이 위협이 된다는 의식 자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언론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동독이나 동유럽보다는 차라리 서유럽에 대한 보도가 훨씬 많았다"고 답했다.

바이스 교수는 통일 이후 독일 언론의 보도는 독일 통합과정이 예상보다 너무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주로 동서독인들의 내적 통합과정과 경제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 후 과정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지만 관점이 중요"**

그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컵에 물이 반쯤 차 있을 경우 이를 '반이나 남아 있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볼 것인지에 대한 관점"이라며 "통일 전에 비해 동독인들의 사회적 안정성과 생활은 분명히 좋아졌다. 물론 통일비용의 부담으로 독일의 국가채무가 증가했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등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진 점이 있으며 아직도 동서독인들 사이에 갈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둘러싼 주변 4강과의 외교관계와 통일에 대한 상관관계를 묻자 바이스 교수는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을 이용해 북한이 화해정책에 호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전쟁과 위험을 감소시키는 방법은 지속적인 평화노력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부시 대북강경책 적절치 않다.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

그는 미국의 대북강경책을 평가해달라는 주문에 "북한이 예측불가능한 요소를 갖고 있음은 틀림없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공개적으로 '악의 축'이라고 비판한 것은 적절치 않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지 배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스 교수는 18일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독일 통일 전후과정에서의 미디어의 역할' 시사포럼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원섭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서독이 긴장완화 정책을 추진할 때 형성된 언론의 공감대가 정부 정책을 따라간 것인지, 언론인들의 자각이었는지, 아니면 국민들의 여론을 따라간 것인지'를 물었다.

***"체제 갈등이 있더라도 인간의 동질성은 추구할 수 있다"**

바이스 교수는 이에 대해 "동방정책을 추진한 브란트 총리가 재선됐다. 사민당인 브란트의 재선은 화해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의 증거라고 볼 수 있으며 정권이 바뀌어도 이 정책을 계속 유지한 독일은 결국 기민당인 콜 총리 때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 언론 역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화해정책에 바탕을 둔 보도를 하는 데 힘썼다. 체제간의 갈등은 있더라도 인간의 동질성은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바이스 교수는 독일 뮌헨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후 괴팅엔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현재 베를린자유대학에 재직중이다. 방송분야 전문가인 바이스 교수는 GoefaK 미디어연구소(GmbH)의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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