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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질서' 등 포괄적 이유로 인터넷 규제 안돼"

헌법재판소, 전기통신사업법 53조 위헌 결정

헌법재판소는 27일 인터넷 등 전기통신상의 표현의 자유를 공공의 안녕질서, 혹은 미풍양속이라는 추상적인 법률규정을 근거로 광범위하게 규제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53조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부서인 정보통신부는 법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김영일 재판관)의 이번 결정은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범위를 진보적 입장에서 확대해석한 것으로 그동안 규제 불가피론을 주장해온 정부측과 정부에 의한 인터넷 검열 자체를 반대해온 시민단체간의 새로운 논쟁을 유발시킬 전망이다.

일단 헌재의 위헌결정으로 전기통신사업법 53조는 법률로서의 효력을 상실했으며 이 조항에 의해 규제받았던 표현물은 원상복구된다.

***전기통신사업법 53조 효력상실ㆍ삭제 게시물 원상복구**

헌재는 27일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 위헌확인사건'(99헌마480) 결정문을 통해 "이 사건 결정은, 공중파 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 '표현촉진적인 매체'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에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즉 "현재와 같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법률규정으로 광범위하게 규제하여서는 아니되고 법률에 의하여 규제되는 범위를 구체적이고 엄밀하게 한정할 필요가 있음을 명백히 한 데 그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헌재가 위헌 심판대상으로 결정에 붙인 법률은 정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 1ㆍ2ㆍ3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불온통신) 1ㆍ2ㆍ3조. 헌재는 결정이유 요지(9명의 재판관중 6명의 다수의견)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그런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공의 안녕질서ㆍ미풍양속' 규정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

또 헌재는 "불온통신 개념의 모호성ㆍ추상성ㆍ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 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헌재는 대표적인 사례로 성인의 접근금지 필요성이 없는 선정적인 표현물이나 혼전동거 등 성 혼인 가족제도에 관한 표현들이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으로 규제되거나, 징집반대 집총거부 등의 예민한 정치적, 사회적 표현들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치는 것으로 규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

이 경우 "전기통신의 이용자는 표현행위에 있어서 위축되지 않을 수 없고 이로 말미암아 열린 논의의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어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헌재는 전기통신사업법 53조 2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규제통신의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조항도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즉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을 이용한 대통령령이 어떤 기준과 대강을 가질지를 국민 스스로 예측할 수 없으며 행정입법자에게도 적정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해 제대로 된 통제기능 수행에 어려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마지막 위헌 판결대상인 전기통신사업법 53조 3항과 같은법 시행령 제16조는 앞에서 언급한 1ㆍ2항의 위헌결정을 근거로 볼 때 더 나아가 살필 필요도 없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반면 소수의견을 제시한 하경철 김영일 송인준 재판관은 "법률의 합헌적 해석의 원칙 특히, 기본권의 최대보장, 최소제한의 원칙에 의거하면, 위 법률조항등에서 위임의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은 '모든 국민이 준수하고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도의 질서 또는 도덕률'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위헌결정에 대한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또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해 정통부 장관이 통신망의 거부 정지 또는 제한을 명할 수 있도록 한 동법 53조 3항의 경우 이 조항은 이용자에 대해 일체의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부과하고 있지 않고, 이용자는 다른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위헌 반대의견 낸 재판관들도 동법 시행령 조항은 표현의 자유 침해 동의**

그러나 소수의견을 낸 재판관들도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 2호의 '반 국가적 행위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과 3호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즉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능성이 쉽게 예상되는 2호와 3호가 제시하는 기준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조항으로 판단된다는 말이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지난 99년 6월 한 대학생이 PC통신에 게시판에 올린 자신의 글이 삭제되고 통신이용이 중지된 데 항의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99년 8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데 대한 것이다. 이 대학생은 당시 PC통신 '나우누리'의 한 동호회 게시판에 '서해안 총격전, 어설프다 김대중'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따른 나우누리 운영자에 대한 정통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게시 글이 삭제되고 1개월간 나우누리 이용 중지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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