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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본분 망각한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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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본분 망각한 KBS

<기자의 눈> "월드컵 1ㆍ2 TV 동시중계는 지나치다"

KBS는 지난 18일 1, 2TV를 통해 한국과 이탈리아 16강전을 중계했다. 이에 따라 이날 3개 지상파 TV의 4개 채널은 모두 월드컵만을 방영했다. KBS는 22일 한국과 스페인의 준준결승 역시 두 채널을 통해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KBS 내부에서조차 시청자를 우롱하고 광고주를 상대로 사기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KBS 경영인협회는 21일 KBS 사내게시판인 '코비스'에 글을 올려 '월드컵 한국전 동시중계는 KBS2 TV만이 방송할 것으로 알고 계약한 광고주들에 대한 사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간부 또한 "KBS 직원으로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사진>

KBS가 이런 비난을 무릅쓰고 '월드컵 한국전 두 채널 동시중계'를 고집하는 이유는 월드컵을 맞아 시청률과 광고판매가 동시에 저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률과 광고수익 제고를 목표로 두 채널을 이용해 한국전을 동시 생중계한 지난 18일 KBS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외면과 비판이란 결과만을 낳았다. 두 채널을 합친 한국전 시청률이 20%에도 못 미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경쟁사인 MBC는 한 채널만으로 시청률 30%를 넘겨 1위를 고수했다.

또 시청자들은 KBS의 동시중계 편성이 "전파낭비이자 시청자의 볼 권리 박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S가 이래도 되는 거야. 말로만 공영방송이라면서 하는 짓은 상업방송만도 못하잖아." 지난 18일 한국 대 이탈리아의 16강전을 집에서 TV를 통해 시청한 한 독자가 전화를 걸어 KBS가 왜 이러냐며 던진 말이다.

***'2개 채널 동시중계는 광고수익·시청률 극대화 위한 이기주의 산물"**

안 그래도 방송3사가 모두 주요 월드컵 경기를 동시 생중계하고 있어 축구시청을 원하지 않는 다른 시청자들은 볼 게 없어 불만이라는 목소리가 높은 게 현실이다. 여기에 국가기간방송이라는 KBS마저 두 채널을 모두 월드컵에 할애하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없는 서민들은 대안이 뭐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고 시청자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세금내는 국민이 주인이 돼야 하는 KBS는 이같은 국민들의 비판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2일 한국의 8강전 경기 등을 포함해 향후 한국 경기도 1, 2TV 두 채널을 통해 동시 생중계할 예정이라고 광고까지 하고 있는 마당이다.

KBS는 18일 1, 2TV 한국전 동시생중계에 대해 "광고를 하고 있는 2TV의 경우 이미 지난 14일 한국전 중계를 전제로 광고편성이 결정됐으며, 1TV는 미국 중국 등의 해외교포들이 위성방송을 통해 보게 해 달라는 요구가 많아 긴급편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나름대로는 해외교포를 위한 책임을 다하고 광고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는 돈도 벌어야 하고 시청률도 놓칠 수 없다는 속셈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지난 10일 KBS 확대간부회의에서 박권상 사장은 KBS 뉴스와 월드컵 경기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데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박 사장의 지시는 방송3사 메인뉴스 시청률중 1위를 달리던 KBS1 TV의 '뉴스9'가 4일 10일 14일 등 한국 경기가 있던 날 경쟁사인 MBC '뉴스데스크'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고 월드컵 경기 시청률 자체도 MBC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월드컵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광고시장에서도 방송3사 중 시청률이 가장 떨어지고 있는 KBS2 TV가 판매율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방송3사 월드컵 시청률·광고수익 MBC·SBS·KBS순**

방송3사 영업을 담당하는 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현재 월드컵 경기에 들어가는 광고단가는 일반적으로 최고가인 MBC '뉴스데스크'의 15초 기준 1천만원의 3배인 3천만원을 넘고 있다. 판매율은 3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60% 대이며 MBC SBS KBS2 TV순"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청률과 시청범위에 따라 광고단가가 매겨지기 때문에 MBC와 광고단가가 같은 KBS2의 경우 스테이션(방송사) 이미지가 떨어져 판매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메인뉴스 시청률 1위를 자랑하고 있는 KBS 입장에선 어렵게 차지한 1위 자리를 다시 뺏길 수 없다는 생각에 9시 정각 뉴스방영이라는 원칙을 이미 깨뜨린 MBC처럼 경기 후 방영으로 긴급편성한 것이고, 값비싼 월드컵 광고도 놓칠 수 없으니 2TV 역시 월드컵 중계를 결정했던 것이다.

KBS의 한 중견간부는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하는데 간부들이 지나치게 시청률에 집착하며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게 문제다. 광고도 포기할 수 없고 시청률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두 채널을 모두 똑같은 월드컵 경기에 할애한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측은 '한국과 같은 2채널 공영방송 체제인 독일의 경우에도 뉴스 등을 동시 생중계하고 있다며 KBS의 두 채널 동시 생중계는 문제될 게 없다'는 반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지상파 공영방송채널은 ARD ZDF 그리고 지역에 따른 WDR(서부독일방송) NDR(북부독일방송) 등 3개이며, 뉴스가 동시 생중계되는 경우는 뉴스신디케이트, 즉 공동중계 형식으로 중복제작을 피하고 제작비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데 있다. 한 마디로 구구한 변명에 불과한 것이다.

***"KBS 2TV 공영성 지수 MBC·SBS보다 낮다"**

한편 KBS가 경영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경영평가단의 조사를 통해 최근 발행한 경영평가보고서는 지난 해 하반기 KBS2 TV 프로그램의 공영성 지수(Public Service Index, PSI)가 100점 만점에 67.7점이라고 밝혀 69.4점을 받은 MBC와 69점의 SBS보다 낮게 평가했다. KBS1은 72.7점을 받아 1위를 기록했으나 KBS2는 지난 해 상반기 MBC에 뒤졌다가 하반기에는 SBS에까지 뒤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원로 언론인인 KBS 박권상 사장은 세계적으로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는 영국 BBC 방송을 KBS의 모델로 삼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하지만 KBS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경쟁사와의 시청률 경쟁에 급급한 SBS같은 상업방송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물론 KBS가 일부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의 질과 공영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것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월드컵 두 채널 동시중계 고수' 등과 같은 고육지책은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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