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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백악관에 균열 드러나다'

<해외 시각> 내분에 휩싸인 부시 행정부-英 가디언 보도

다음은 영국 신문 가디언 15일자에 실린 '부시의 백악관에 균열 드러나다(Cracks Show in Bush's White House)' 제하의 기사 전문이다.

이 기사를 작성한 줄리안 보저 기자는 최근 럼스펠드 국방, 애시크로포트 법무장관 등의 실언 등을 예로 들며 부시 행정부의 분열상을 지적하고 있다. 보저 기자는 특히 부시 행정부의 대아프간 전쟁은 오사마 빈 라덴의 일망타진이라는 당초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나친 편애가 이라크에 대한 제2 테러전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기독교 극우파들의 지지에 의존하는 등 부시 행정부의 지나친 이데올로기적 색책가 올바른 정책 입안 및 수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9.11사태를 계기로 확고한 지도력을 장악한 부시 대통령은 올해초 엔론사태와 같은 초대형 정경유착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지지를 누려왔다. 그러난 지난 5월 미 정보기관들이 9.11 사전 정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오면서 그의 정치적 위상에는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보저 기자의 이 기사는 그같은 변화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 또한 여전히 일방주의적이며 군사주의적인 외교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현 상황 및 진로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기사의 전문을 번역, 소개한다. 편집자

조지 부시의 백악관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때 물 샐 틈조차 없을 정도로 확고했던 부시 행정부의 자기확신에 금이 가고 있다. 최근 일련의 실수들은 부시 행정부의 자신감이 점차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시 행정부의 자기확신의 화신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최근 남아시아를 방문하는 중에 알카에다가 카슈미르 분쟁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추측성 발언을 했다가 망신을 당하고 금세 이 발언을 철회해야 했다.

한편 본국에서 백악관은 행정부의 두 고위 관리, 즉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의견을 신랄하게 부정했다.

문제가 된 사안들은 모두 대단히 중요한 문제들이다. 럼스펠드 장관은 (인도와 파키스탄간에) 핵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중대 분쟁지역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 한편 애시크로프트 장관은 수도 워싱턴 중심부에 '더러운 폭탄(dirty bomb)'를 폭파시키려는 음모를 적발했다고 자랑했다.

대다수 미국인들이 수도 한복판에 방사능 물질이 떠다니는 악몽에 몸서리치고 있을 때, 아리 플레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사직당국의 최소 수장이 과잉 반응을 했으며 "성급하게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반박으로도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행정부 관리들은 기자들에게 백악관은 애시크로프트의 과잉대처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애시크로프트는 미 국민들의 심리적 충격을 무릅쓰고라도 테러 용의자 압둘라 알 무하지르의 체포를 대단한 업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혈안이 된 기회주의자가 되고 말았다.

지난 12일에는 국무장관이 뺨을 맞을 차례가 되었다. 콜린 파월은 아랍어 신문 알 하야트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임시국가의 신속한 승인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 자신도 이와 거의 동일한 요지의 발언을 했으며 백악관 관리들도 지난 14일 이같은 취지의 선언이 다음 주중 발표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플레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그 나름대로 파월 장관의 관측을 깎아내렸다. 그는 미국의 국무장관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모양이라고 비아냥댔다.

이는 중동정책에 대한 백악관과 국무부간의 불협화음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이며 이에 따라 파월 장관의 권위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그나마 파월 장관이 부시 행정부 내에서 다자주의를 대변하다고 있다고 여겨 온 유럽의 외교관들은 이제 과연 그의 입장이 부시 행정부의 입장과 같은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럽의) 한 외교관을 이렇게 말한다. "우리와 파월 사이가 아니라 파월과 부시 행정부의 나머지 관리들 사이에 진정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갈수록 강하게 느껴진다. 이는 이제 단순한 불일치의 문제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아직 70%대의 지지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애국심의 물결 속에서 부시 행정부가 미 국민들과의 교감이 단절되고 있다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대테러전쟁 보좌관이자 국토방위국 국장인 톰 리지가 미국의 민방위조직 개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백악관은 당초 하지 않겠다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토방위를 위한 새로운 정부 부처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역대 행정부에서 정보누설은 흔히 있어 왔던 일이다. 하지만 충성심과 단일한 목표의식으로 뭉친 것에 자부심을 가져온 부시 행정부에서의 정보 누설은 이례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거나 부시 행정부는 국내정책의 근간인 대규모 감세를 관철시켰고, 탈레반에 대한 신속한 승리를 이룩했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대한 러시아의 묵인을 확보하는 엄청난 외교적 승리를 얻어낸 팀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정치분석가 스티븐 헤스는 "역대 미 행정부를 기준으로 볼 때 부시 행정부는 대단히 결집된 팀이다. 이들이 지도자에게 바치는 헌신은 거의 충격적일 정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권 18개월이 지난 지금, 2개의 중대한 정책 실패가 행정부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게다가 첫 1년간 강력한 추진력의 근원이었던 이데올로기적 사명감은 이제 장애물이 되면서 일련의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대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작전은 일부 비판세력의 예상보다도 훨씬 빨리 탈레반 세력을 축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전쟁의 가장 큰 목표인 알카에다의 발본색원에는 실패했다. 알카에다 지도부 중 오직 1명만이 제거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다른 1명이 생포됐을 뿐이다. 오사마 빈 라덴과 수십명에 이르는 그의 측근들은 여전히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수세에 몰려 있는 것은 알카에다가 아니라 미국쪽이다.

미 법무부가 발하는 경고들은 해괴하거나(스쿠바 다이버 테러리스트에 관한 것 등) 지나치게 섬찟하다('더러운 폭탄' 등). 갈수록 부시 행정부는 국민들의 공포를 잠재우려 하기보다는 조장하려 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은 부시 행정부의 발표들이 안보상 우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에 의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두 번째의 정책 실패는 중동정책이다. 이 역시 군사력 위주의 정책으로는 미국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부시 대통령은 매파들이 미국의 정책을 결정하도록 놔두고 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과격파들을 제거하면 야세르 아라파트가 평화협상에 보다 고분고분하게 나올 것이라는 기대 하에 점령지에서의 이스라엘의 행동에 무제한의 재량권을 주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부시 행정부내 매파들의 최대 목표인 '테러와의 전쟁', 즉 사담 후세인의 제거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정책상의 딜레마는 행정부 내의 균열을 공개화시켜 이제는 세계 모든 곳에서 그 분열상을 볼 수 있을 정도다. 근래의 미 국무장관 중 파월 장관만큼 주변적 위치로 전락한 장관은 없다.

부시 대통령은 이같은 혼란을 정리할 능력이 없거나, 또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의 재선 전략의 핵심인 친이스라엘 보수파들을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시는 지나칠 정도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마찬가지로 부시 행정부의 이데올로기적 색채는 국제 테러리즘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 기독표 우파의 선봉장인 애시크로프트는 대테러작전에 투입돼야 할 수사요원들을 마약 및 포르노 단속 쪽으로 돌리느라 취임초 몇 달간을 보냈다. 심지어 9.11 사태 이후에도 수십명의 FBI 요원들은 장기간 지속된, 뉴올리안스 사창가에 대한 감시에 매달려야 했다. 또 의료용 대마초에 대한 단속령도 내려졌다.

앞으로 수개월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영역 다툼을 계속하고 있는 동안 또다른 테러 공격이 미국에 가해진다면 부시 행정부에 대한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한편 뒤늦게 가시화된, 중동 문제에 대한 미국의 중재 노력이 분쟁을 종식시키지 못한다면 워싱턴에 대한 아랍인들의 적대감은 아랍지역내 미 동맹국들의 안정을 뒤흔들 것이며 나아가 이슬람 과격주의를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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