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한국과 일본 가운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세계 주요 언론들이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준비상황 등을 비교하며 월드컵 개최가 두 나라에 미칠 정치적ㆍ경제적 영향력 분석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월드컵을 국가이미지 제고기회 등으로 활용하는 전술적 효과에 관한 한 한국이 일본보다 낫다는 것이다. 한국은 특히 IMF 이후 기업구조조정과 정보통신산업 등 첨단기술 발전상황, 월드컵을 이용한 국가선전효과 등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일본은 무기력, 한국은 축제분위기"**
3일 발행된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한국의 큰 성공(South Korea's Big Score)'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월드컵 공동주최국인 한국과 일본을 비교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전 세계 축구팬들은 월드컵을 통해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만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정치 리더십 부재로 무기력해진 일본과, 1/4분기 경제성장률 5.7%에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축제분위기의 한국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위크는 한국이 구조조정을 통해 문어발 경영을 일삼던 재벌들의 업종을 좀 더 전문화하는 데 성공했다며 세계적인 자동차 그룹이 된 현대자동차와 제품디자인상 수상으로 주목을 받은 삼성전자를 예로 들었다. 한국이 IMF 구제금융이라는 치욕을 벗어나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좋은 증권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국가신용등급도 상승하고 있다는 칭찬이다.
비즈니스위크는 한국에는 이처럼 외형적인 발전상 외에도 국민들의 가치관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즉 재벌기업들은 더 이상 일류대 출신 취업희망자들의 선망대상이 아니며 IMF 이후 창업된 벤처기업 등 1만1천개의 회사들이 한국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또 한때 금기시됐던 남북군사대립 문제와 조폭 같은 주제들이 위험을 무릅쓴 한국 영화제작사들의 개척분야로 자리잡고 있으며 한국 국민들의 생활양식과 직장문화가 보다 다양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위크는 경제위기 극복 등 한국의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 공로는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경제팀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김 대통령은 최근 아들과 측근들의 비리연루 의혹으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의 후임자는 한국의 장래를 위해 개혁드라이브를 지속해야 하며 시작은 정계비리 청산이 돼야 한다는 충고다.
비즈니스위크는 그럼에도 김 대통령 시대는 상명하달식 관치경제에서 보다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하이테크놀로지가 움직이는 경제로 근본적인 변신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월드컵 협찬 맥주잔을 들어 한국과 건배하자"고 제안했다.
***FT "경제가 살아야 축구도 잘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월드컵 축구의 영향력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 개최와 경기부양이란 이중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월드컵 축구를 개최한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멕시코 등 4개국 가운데 축구 국가란 이름을 얻지 못하고 있는 미국만 경제적 효과에서 이득을 보지 못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세계지수와 국내지수를 비교했을 때 이미 월드컵 축구열기로 득을 보았다."
보고서 편집자인 짐 오닐은 월드컵을 통한 경기부양이라는 추진력에 있어서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를 앞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의 경우 16억 달러를 들여 지은 7개의 신축경기장 때문에 "거대한 경기장의 건설비 청구서와 일상 운영비용으로 지방당국이 큰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는 것이다.
오닐은 한국에 대해서는 보다 낙관적인 견해를 펼친다. 그는 "한국은 일본과 달리 지난 98년 아시아 경제위기에서 배웠으며 일부 필요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1인당 국민총생산(GNP)과 축구의 성공사이에 있는 '매우 느슨한 형태의 상관관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월드컵 본선에 참가하는 32개국은 캐나다를 제외한 선진공업국 G7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세계 총생산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1966년 이래 월드컵 축구에서 승리한 선진국들의 증권시장이 세계지수에 비해 9% 이상 높았다고 강조했다.
90년대초 축구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아프리카가 축구가 오늘날 우승후보로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오닐씨는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아프리카 축구 엘리트도 동시에 추락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이 항상 좋은 일은 아니다. 오닐씨는 "월드컵 우승이 불황을 극복했는가"라며 "우승은 확실히 사기와 국민적 자신감을 높여줄 것이다. 그러나 또한 경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그리고 잉글랜드의 우러드컵 우승 이후 소비자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다. 영국이 월드컵 우승 다음해인 1967년 파운드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해야 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구통계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긍정적인 월드컵 축구 효과에 대해 말한다. UBS 이버그의 케빈 게이너 유럽경제연구팀장은 인구통계학적 접근방식으로 1990년 월드컵 우승후 쇠락하고 있는 독일과 98년 우승국 프랑스를 비교했다.
그는 "국제적 축구선수들이 많은 연배인 20-34세의 독일 남자 수가 1990년 바로 전해에 9백80만명으로 절정에 달했고 그 이후 계속 떨어졌다. 프랑스는 우승 4년전인 94년까지 절정에 달하지 않았고 아주 천천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요한 크루이프를 주축으로 멋진 측면공격을 구사했던 1970년대초 네덜란드인들이 크게 증가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게이너 팀장의 이론이 맞는다면 독일과 이탈리아는 쇠퇴하고 프랑스와 아일랜드는 자신감을 갖고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AWSJ "2002 월드컵은 한국 첨단기술의 경연장"**
한편 2002 월드컵은 한국이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외신보도도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 3일자 '한국 하이테크의 목표들' 기사는 "한국이 월드컵을 통해 첨단기술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부문에서 라이벌 일본을 상당히 앞섰다"고 보도했다.
AWSJ는 한국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에 1백3대의 국산 대형 HDTV(고화질 TV)를 설치하고 초고속 인터넷 접속망을 갖추지 않은 일부 호텔 등에 이를 무료로 이용하도록 조치했다며 이는 한국이 IT산업에서 일본에 앞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54%를 넘어선 초고속 인터넷 이용 가구수(일본 13%, 미국 6.3%)와 수출물량중 25%를 넘어선 IT산업의 비중 등을 예로 든 AWSJ는 주종옥 정보통신부 과장의 말을 인용해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인식이 달라질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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