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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언론의 특정후보 편들기 지나치다"

<보고서> 언론노조 민실위, 관훈토론회 등 보도분석

대선 후보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가 교묘한 제목달기 등을 통해 지나치게 한 후보만을 편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 김용백) 산하 민실위 정책연구실은 지난 14일과 22일 열린 관훈클럽 대통령 후보 초청토론회 관련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집중 분석했다. 민실위 정책연구실이 28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세 가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목을 통한 일부 신문 신문의 '특정인 죽이기' 보도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둘째, 정책과 비전차원의 제목보다는 정치차원이나 개인차원의 제목이 많고 정책간의 모순현상을 지적하는 기사가 거의 없다.

셋째, 국민들의 삶과 관련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 거의 언급이 없다.

민실위는 특히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보도에서 대조적 시각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조선일보와 한겨레 등의 제목달기를 예로 들어 각 신문이 어떤 방법으로 특정인 키워주기와 죽이기에 나섰는지를 지적하고 있다. 즉 특정 발언에 대한 인용부호를 사용해 제목을 달면서 사실성보다는 불순한 의도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실위는 또 토론회 관련보도가 각 후보에 대한 정책과 비전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치차원이나 개인차원에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또 중앙일보와 대한매일의 경우 양립이 불가능한 상호모순된 제목을 달면서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 민실위는 토론회에 참여한 질문자들 스스로가 교육 실업 노후 재교육문제 등에 대한 사회일반의 현실적 관심사보다 정치인과 정당간 이해관계에 대해 더 치중했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또 이에 대한 언론의 지적이 없다는 사실 역시 언론의 의제설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민실위 정책연구실은 국내 최대 언론인 현업단체인 언론노조 산하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정밀 검증작업을 위해 지난 21일 발족시켰다. 정책연구실은 양문석 실장(신문방송학 박사)을 포함해 4명의 박사급 언론학 강사들이 이끌고 있다.

다음은 민실위 정책연구실이 28일 발표한 '관훈클럽 및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 언론보도의 문제점' 보고서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관훈클럽 및 방송기자클럽초청토론회 언론보도의 문제점 - 제목을 중심으로**

5월14일과 17일 관훈클럽과 방송기자클럽에서 가진 민주당 후보 노무현 초청토론회 보도와 5월22일 관훈클럽에 가진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 초청토론회 보도를 분석했다. 모든 일간지들이 지면 1면 또는 2면을 통틀어 토론회에서 나왔던 노 후보의 발언을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 언론이 안고 있는 구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기서는 크게 3가지만 평가하고자 한다.

***첫째, 제목에서 일부 신문의 '특정인 죽이기' 보도태도가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신문을 지면을 펼쳤을 때 제목이 주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제목이 그 기사의 방향을 제시하고 독자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몇몇 신문들이 이에 대한 영향력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의도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특정인에 한해서 부정적인 제목을 뽑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을 '특정인 키워주기'라고 규정할 수도 있다.

문제는 특정인을 직접 키워주는 것보다 상대방 죽이기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키워주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지금까지 선거시기마다 한국언론이 권력만들기에 참여하면서 사용해 왔던 '고전적인 수법'이며 더 이상 이런 부분에 대해서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이렇게 특정후보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목을 뽑아서 그와 경쟁하는 후보자를 키워주는 대표적인 사례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조선일보의 사례를 살펴보자.

-주한미군 '통일후 주둔'으로 입장 바꿔
-최규선, 김희완씨 소개로 10분 만나, 방미일정 책임지겠다고 해 기분 나빠
-DJ 3단계 통일론 다 못외워, 고려연방제 공부하지 않았다
-87년 중고자동차 매매상사 사들여, 값 오른 뒤 팔아...고향에 가서 땅 매입

언론이 노 후보의 이미지를 '불안정성'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기정 사실화했다. 이런 불안정성을 강화시키는 제목들이 위의 '입장 바꿔', '기분 나빠' 등 감정적인 표현이다. 분명히 노 후보는 이렇게 입장을 바꾸고 기분 나쁘다고 발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노 후보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못 외워', '공부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부각하면서 노 후보의 '불성실'한 모양을 강조한다. 이들 제목들이 모두 '불안정성'이라는 이미지에 복무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사들여', '값 오른 뒤 팔아', '땅 매입'을 거듭해서 부각하는 것은 사실을 빙자한 '혐의 키우기' 수법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정당한 상거래를 '뭔가 있다'는 부정적인 상상력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마저 읽힌다.

또한 조선일보는 노 후보의 정책과 관련된 발언은 거의 제목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두 후보의 정책차원의 제목을 간단히 비교해 보자.

<표1: 조선일보의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두 후보 정책차원 보도 비교>

이 후보의 정책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차원에서 많이 다루고 있다. 이 후보의 정책과 비전이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노 후보의 정책면은 '입장 변화'와 관련된 보안법과 주한미군 문제와 '입장 고수'와 관련해서 정간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조선일보가 불공정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증거다.

다음으로 동아일보의 사례를 살펴보자.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와 달리 노골적으로 이 후보 키워주기에 나서고 있다. 두 후보의 개인차원의 제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2: 동아일보의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두 후보 개인차원 보도 비교>

각종 의혹에 대한 이 후보의 단호한 부정, 그리고 이 후보의 '서민화' 전략에 대한 적극적인 호응을 제목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초임판사시절...'은 압권이다. 하지만 노후보에게는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짜증', '값 오른 뒤 팔아', '청탁' 등의 표현으로 제목을 뽑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불공정보도 시비는 바로 이런 사례로부터 나온다. "따옴표"로 후보자들의 사실적인 발언을 제목으로 처리했다지만, 언론이 어떤 발언을 "따옴표" 처리하느냐에 따라 사실성보다 '의도성'이 드러난다. 그리고 의도성은 불순함과 연계된다. 즉 "따옴표" 처리로 모든 발언이나 제목에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함은 이들 언론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사실 후보자의 발언 중 특정한 부분만 '선택'ㆍ'부각'하고 다른 부분들을 '배제'하는 것은 언론사의 일상적인 관행이다. 하지만 '특정한 부분' 중 부정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선택 부각하는 행위는 불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는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문제가 아니라 아예 '노골적인 불공정 보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동일한 이슈에 대한 강조점 차이가 주는 불공정 보도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표3: 동일이슈에 대한 언론간 시각차이>

대표적인 것으로 조선일보는 'YS 찾아가 지지율 떨어진 듯' 또는 '검찰이 불공정한 것은 사실'이라는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그에 반해 한겨레신문은 'YS와 만남은 과거회귀 아닌 동서화합' 또는 '지방선거 국면 검찰 수사 신중 기해야'로 뽑았다. 토론장에 가지 않고 조선일보를 보는 사람과 한겨레신문을 보는 사람이 노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 전혀 다른 내용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조선일보의 제목을 통해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노무현, YS와 만남 후회" 또는 '검찰 맹비난'이다. 결국 언론이 어떤 부분을 선별해서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된다. 그리고 이런 선별과 부각 그리고 배제의 과정에서 의미왜곡이나 긍부정적인 이미지전달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곧 불공정보도, 편파보도 등과 직결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의도적인 편파보도, 또는 특정인 키우기나 죽이기는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명백히 선거법 제8조 '언론기관의 공정보도 의무' 위반사항이다.

***둘째, 정책과 비전차원의 제목보다는 정치차원이나 개인차원의 제목이 많고, 정책간의 모순현상을 지적하는 기사가 거의 없다**

먼저 정책차원의 제목이 부족했다. 사실 관훈클럽이나 방송기자클럽이 초청 토론회를 연 것은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함이다. 특히 후보자가 갖고 있는 정책과 비전이 가장 중요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치차원과 개인차원의 제목이 많았다. '후보자를 검증한다', '정책선거를 유도한다' 등 선거보도의 새로운 상을 정립하겠다고 나선 우리 언론들이 '머리'와 '관행'의 불일치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모순적인 제목을 제시하면서 이에 대한 분석 작업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다.

중앙일보의 경우, 이 후보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통일안 남북합의 다시 점검"이라는 제목과 "남북문제 대화로 풀기 원칙은 승계"라는 제목은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성립될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발언 중에서 '북한의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답장 전제 조건은 6.25에 대한 사과'로 못 박고 있다. 이는 그간의 역사적 경험이나 현실적으로 '대화불가'를 통보하는 의미이다. 또한 남북합의 점검이라는 개념은 그 동안의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교류 등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 담겨 있는 내용이다. 즉 위의 두 제목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매일의 경우 노 후보의 '복지증진도 성장에 부담 안돼야'는 제목과 'SOC재원 복지정책 활용'이라는 제목이 갖고 있는 모순에 대해서 특별한 언급이 없다. 그 동안 성장을 위한 SOC재원의 집중적인 활용에 대한 평가와 SOC재원이 복지증진에 어떻게 투입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기사가 필요했다.

지면의 문제나 시간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장애요인 등으로 인해 이런 지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인식'의 문제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관행적으로 이런 모순적인 제목이 올라오고, 후보자들의 '선거전략'차원의 정치적 발언에 끌려 다니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

***셋째, 국민들의 삶의 질과 관련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 거의 언급이 없다**

이 문제는 토론에 참여하는 질문자들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언론의 지적이 없는 것은 의제설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국민들에게는 추상적인 수사어를 동원한 정치발언이나 정치인 또는 정당간의 이해관계에 관심이 있는 것 보다 자신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면, 10대들의 교육문제, 20대들의 실업문제, 소외계층의 사회 안전망 문제, 50-60대의 노후문제, 실직문제 그리고 재교육문제 등이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은 문제들이며 당장 삶의 질을 위협하는 문제들이다. 이런 직접적이고 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의제들이 부족하고 이에 대해 언론들은 문제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도적인 편파보도, 또는 특정인 키우기나 죽이기는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명백히 선거법 제8조 '언론기관의 공정보도 의무' 위반사항이다.

둘째 정책과 비전보다는 개인을 중심에 두고 진행되는 보도행태는 고질적인 관행이다. 하지만 스스로 정책선거를 유도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약속을 지켜야 한다.

셋째 삶의 질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부족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삶의 질과 관련된 새로운 의제를 개발해 내고 이를 선거쟁점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국언론노조 민실위 정책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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