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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출산 아기'는 미 이민의 교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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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출산 아기'는 미 이민의 교두보?

미 LA타임스, 미국내 비판 소개

한국 임신부들의 미국 원정출산이 국내는 물론 미국인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미국인들은 원정출산이 미국 이민법의 맹점을 이용한 편법이라며 보다 강력한 이민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기가 전 가족의 미국 이민을 용이케 하는 ‘닻(anchor)’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닻 아기(anchor baby)’라는 별칭으로 부른다고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타임스)는 25일 '아기에게 미 국적 만들어주기(the Baby Registry of Choice)'라는 장문의 기사를 통해 이민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한 미국 시민단체의 비판을 비롯해 한국 임신부들의 원정출산 실태와 목적 등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원정출산 아기는 가족들의 미 이민 위한 '닻 아기'**

이민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인 워싱턴의 시민단체 이민개혁협회 프로젝트 국장 잭 마틴은 “원정출산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이는 법의 맹점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개혁협회는 특히 임신부들이 원정출산으로 낳은 아기를 가족 이민용 닻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인 ‘닻 아기’에 대해 비판적이다.

미국 법은 21세 이하의 미국 시민에게는 외국인의 미국 이민을 초청할 자격을 주지 않고 있으나, 마틴은 이같은 제도가 효과적인 제재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마틴 국장은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해 그렇게 장기간의 전략을 구상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그들이 이를 이용해 거점을 만들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협회에 따르면 매년 16만5천명의 신생아가 불법 이민자에게서 태어나는데 이들 대부분은 멕시코인이다.

LA타임스는 이태리제 신발을 수입해 판매하는 김정연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임신부들이 한국 사회의 불만족스런 교육제도와 병역회피를 위해 원정출산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정출산 비용은 의료보험 처리도 되지 않고 2만 달러(약 2천5백만원)에 달하지만 이를 원하는 한국의 임신부는 수천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한국 임산부들의 원정출산 지역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한국 교포가 많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라며 뉴욕과 보스턴, 하와이, 심지어는 괌까지도 목표지역이 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원정출산이 인기를 끌자 ‘출생부터 시민권까지’라는 광고문구를 내건 비즈니스까지 성행하고 있으며 원정출산을 행하는 한국 임신부 대부분은 높은 교육을 받은 상류층들로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큰 야망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LA타임스는 특권층의 원정출산에 대한 한국내 비판여론으로 공인들이 미국 국적 소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올해 초 며느리의 하와이 출산으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혹독한 비판에 직면했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사 전문.

***'아기에게 미 국적 만들어주기'**

몇 주 후 김정연씨는 헐렁한 덧옷으로 불룩한 배를 감춘 채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관광비자로 미국에 가는 그녀는 3개월 후 미국 시민권을 가진 신생아를 안고 귀국할 것이다. 첫 아기를 임신한 김씨(31)는 “이건 매우 쉬운 일이다. 출생신고만 하면 아기는 자동적으로 미국 여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탈리아제 신발을 수입, 판매한다.

혹자는 이렇게 하는 게 한국 부모들이 신생아에게 줄 수 있는 최적의 선물이라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새로 태어날 아기에게 미국 시민권을 안겨주기 위해 2만 달러를 들여 미국으로 향하는 임신부는 수천명에 달한다. 이른바 원정출산에는 미국 학교에서의 교육으로부터 한국에서의 병역의무 회피 등을 포함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로스앤젤레스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교포가 많아 가장 인기 있는 원정출산 지역이다. 뉴욕, 보스톤, 하와이, 심지어는 괌도 대상지역이다.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미국에서 아기를 출산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홍콩과 대만 임신부들에게도 원정출산은 인기가 있다고 알려졌다.

원정출산이 인기를 끌다 보니 이제는 여행사 이민전문변호사 산부인과 유모에 이르기까지 원정출산 임신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소규모 사업단위까지 생겼다.

“출생부터 시민권까지”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출산을 도와주는 한 한국어 웹사이트(www.birthinusa.com)의 광고문구다. 미국은 자국 영토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몇 안 되는 속지주의 국가중 하나이다. 영국과 호주는 1980년대에 비슷한 법을 다른 법으로 대체했다.

미 의회가 이를 금지하려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남북전쟁 이후 노예의 후손들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추가된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불법 이민자일지라도 그들 아이들의 시민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이민귀화국(INS)은 임신부가 출산에 필요한 충분한 의료비를 낼 수만 있다면 원정출산(the birth tours)이 불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INS의 로스앤젤레스 담당관 토머스 쉴트겐은 “관광객으로 미국에 와서 임신을 하는 것은 전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럴 목적으로 미국을 여행하더라도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미국 여행 목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돈만 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출산을 하는 한국 임신부들은 그들의 아이들에게 큰 야망을 걸고 있는 높은 교육을 받은 상류층들이다. 이들중 상당수는 전에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고 한국에서 좋은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 체류기간을 넘길 염려가 없다고 판단돼 관광비자를 받기가 용이하다. 실제로 대부분은 출산 후 아기의 여권을 얻자마자 한국으로 돌아간다.

지난 해 12월 로스앤젤레스 화이트 메모리얼 병원에서 딸을 출산한 36세의 한 광고회사 이사는 “나는 1등석 표를 산다. 나는 미국에 자주 가기 때문에 여러 방법을 알고 있다.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부촌 강남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개업하고 있는 김창규씨는 한국 신생아중 약 1%인 5천명이 해마다 미국에서 출생한다고 추산한다. 그의 병원에서만 진료를 받는 임신부중 10명이 매월 미국에서 출산한다고 한다.

원정 출산부들은 아이를 한국보다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한다고 여겨지는 미국 학교에 보내기를 원하며, 남자 아이의 경우 한국에서의 26개월의 군 복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 동기부여를 받는다. 또한 미국 시민권을 가진 아이를 둔 부모들은 미국 이민이 쉽고 까다로운 한국 외환 규정을 피하기 위한 미국 은행 계좌를 쉽게 개설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씨는 드문 경우지만 일부 원정 출산부들은 한국에서의 전쟁발발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에서 아이를 낳는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의대를 나와 자신의 아이들을 미국 초등학교에 보낸 김씨는 “이들중 대부분은 상당한 부자다. 이들은 한국의 골치 아픈 일에 휩쓸리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으로 가는 우리 병원 임신부들이 주목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합류하겠다는 사회적 압력 같은 게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위한 어머니의 꿈**

미국 원정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몇몇 임신부들 중 김정연씨는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데 예외적으로 당당하다. 임신 8개월이면서도 우아한 김씨는 진주가 박힌 푸른색 임신복을 입고 하이힐 샌들을 신고 BMW 컨버터블을 타고 다닌다. 그녀는 자신이 누리는 부(富)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씨는 “형편만 된다면 내 친구들 모두 미국에서 출산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2년 전 결혼하기 전부터 외국에서의 출산을 원했다. 김씨는 “한국에 대해 가장 불만스러운 것은 교육 제도이다. 학생들은 밤을 새워 공부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에 뒤져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없다. 따라서 아기가 소년이 됐을 때부터 병역의무를 덜어주는 게 아이를 위한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민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미국 시민이면 더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원정출산 비용을 2만 달러로 추산했다. 대부분이 병원 진료비인데 미국에 가지 않는다면 보험으로 처리될 수 있는 비용이다. 출산 예정일 1개월전에는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항공사 규정을 지키기 위해 써야 하는 비용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만약 미국에서 약 1개월간 묵을 수 있는 친척집이 없었다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의사들은 출산을 위해 미국에 오는 많은 한국 여성들은 비용을 현금으로 지불한다고 말한다.(이들의 남편 상당수가 출산일 바로 전에 부인과 합류한다.) 이들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자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은밀히 활동하며 구두 계약에 의존한다.

반면 하나의료센터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업체도 있다. 지난 해 원정출산 웹사이트를 개설한 이 센터는 아이를 한국으로 데려다 주는 황새 그림을 갖춘 원정출산관련 사이트를 완성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하나의료센터는 로스앤젤레스와 파노라마시, 패코이마에 임신부를 위한 3개의 센터를 갖고 있으며, 지난 해에는 코리아타운에 임신부들이 귀국시까지 머물 수 있는 잘 꾸며진 산후조리원 라치몬트 빌라를 열었다. 이 병원은 공항으로부터의 자동차 픽업과 아기가 미국 사회보장번호, 여권 획득에 이르기까지 원정출산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 부모들을 유혹하는 미 교육 제도**

하나병원에서 임산부를 간호하는 신디 김은 “교육이 원정출산의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의 교육제도는 정말 힘들다. 2-3살 때부터 어린이 영어를 가르치고 7-8살이 되면 많은 아이들이 미국으로 간다. 이때 학생 비자를 얻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아기때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는 게 훨씬 용이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달 5-7명의 한국 임신부들이 원정출산을 위해 하나병원에 오는데 미국 입국시 이민귀화국과 관련된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미 이민법이 개정되어 일부 임신부들에겐 걱정이다. 일반 관광비자 기간이 6개월에서 30일로 단축되었기 때문에 그 이상 체류하려면 입국심사 관리에게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야 한다.

개정된 INS 규정은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거점 구축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특히 영어로 말하지 못하는 한국의 임신부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민규제를 주장하는 비평가들은 출산만을 위해 미국에 오는 임신부들을 막기 위한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이민 비판자들, 이민규제 맹점 규탄**

보다 강력한 이민규제를 옹호하는 워싱턴의 시민단체 이민개혁협회의 간부 잭 마틴은 “원정출산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이는 법의 맹점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개혁협회는 특히 임신부들이 원정출산으로 낳은 아기를 가족 이민용 닻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인 ‘닻 아기’에 대해 비판적이다.

미국 법은 미국 시민이라 하더라도 21세가 될 때까지는 이민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을 초청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마틴은 이같은 제도가 효과적인 제재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마틴 국장은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해 그토록 오랫동안 준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실제로 이들은 (원정출산) 아기를 이용해 미국내 거점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협회에 따르면 매년 16만5천명의 신생아가 불법 이민자에게서 태어나는데 이들 대부분은 멕시코인이다.

한국의 경우 원정출산에 대한 가장 가혹한 비판은 미국내 비판자들이 아니라 다른 한국인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조산원을 운영하는 한국 출신의 캐서린 최씨는 “아기를 낳기 위해 가족을 떠나 수천마일을 여행하는 건 자연스러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원정출산을 위해 한국에서 오는 임신부들을 자주 목격하는 그녀는 “한국인들은 원정출산이 아기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걸 장려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임신부에게 많은 비행기표를 팔고 있는 여행사 사장 민용기씨는 자신이 그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면서도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그것이 기술적으로는 합법적이겠지만 대다수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한국인들은 국수주의적이다. 그런데 왜 아기를 낳기 위해 미국에 가야 하는가. 옳은 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법은 아이들은 한국 국적과 미국 국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18세가 됐을 때는 두 국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도 바뀔 수 있다. 원정출산이 특권층 사이에서 유행하게 되자 가난한 사람들의 아이들만 군대에 간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국적 소지는 또한 공인들에겐 정치적 부담이 된다. 보수적 야당 지도자인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아들과 며느리가 금년 초 출산을 위해 하와이를 갔다는 이유로 혹독한 비판에 직면했다. 이 후보는 현재 5개월된 손녀의 미국 국적 포기 문제를 변호사와 상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손녀가 18세가 되어 스스로 국적을 선택할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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