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국 의사들이 멋지게(?) 사는 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국 의사들이 멋지게(?) 사는 법"

의학전문기자 안종주가 쓴 '의사들의 거짓말'

"잘못된 의료관행을 뜯어고치기 위한 수술 작업인 의약분업이 오히려 국민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 왜 그럴까.

"아파도 병원 문턱을 넘지 않을 각오를 하고 썼다"는 저자 안종주(의학전문기자, 한겨레신문 심의위원)의 말처럼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은 약사와 국민들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승리한 의사들을 향해 과감한 메스를 들이댄다. 안 위원은 머리말에서 기자가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세 가지 일로 '종교집단간 혹은 종교집단내 분쟁', '사학 내부 분규', '의사ㆍ한의사ㆍ약사 등 보건복지부내 이익집단간 분쟁'을 꼽는다.

<사진 책표지>

이 문제들의 경우 어느 한쪽만 두둔했다간 반대편으로부터 엄청난 항의와 협박을 받게 될 것이고 양비론을 펼칠 경우 모두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아예 끼어들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비록 어느 한쪽으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더라도 약자와 사회 전체, 그리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집필 이유를 밝히고 있다.

안 위원이 말하는 의사들의 거짓말을 들어보자. "20년 내지 40년 전부터 의사들이 환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방법은 다양했다. 의사면허 빌려주기도 심심찮게 보아왓던 수법이다. 심지어는 병원의 원무과 출신 직원이 간호사와 함께 나이가 많아 수술을 할 수 없게 된 의사의 면허를 빌려 수술 칼을 들고 수술을 하는 사례도 가끔 있었다. 값싼 약을 비싼 약으로 둔갑시켜 환자들로부터 폭리를 취하는 것 또한 고전적인 수법이다. 하지만 의료는 내용이 워낙 전문적이어서 의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환자를 등칠 수 있다. 그리고 환자들은 의사가 나를 등치는 것 아닌가 의심할 때도 있지만 의심을 가졌더라도 결코 이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사회 곳곳에서 의약분업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차라리 의약분업 이전의 과거가 편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의약분업의 본래 취지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저자는 2000년 의사 파업이 한창이던 시절 의료현장에서 직접 부딪혔던 경험과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더 죽어봐야 우리의 소중함을 안다"는 의사들의 이기주의를 비판한다.

의사협회로부터 상당한 상금이 부상으로 주어지는 녹십자언론인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던 저자는 의료개혁을 위한 대안으로 의사들의 동료감싸기 근절, 의사 규제 강화와 의사 수 더 늘리기, 병ㆍ의원의 영수증 문화 개선, 약 처방시 상품명이 아닌 일반명 사용하기, 의료비 형평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환자제일주의를 주창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정신을 잊고 사는 한국 의사들이 의사 윤리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다음은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 제1장 중 '의사들의 거짓말' 편을 요약한 글이다.

***의사들의 거짓말 1: 수가 낮아 해마다 병ㆍ의원 10% 문 닫는다**

의사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 해마다 10%의 병ㆍ의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왔다고 주장해왔다. 병ㆍ의원 수가 전국적으로 3만개라고 하면 해마다 3천개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는 셈이다. 해마다 배출되는 3천명 가량의 의사가 절반 가량은 개업을 하고 나머지는 병원에 취직한다 하더라도 해마다 1천5백개의 병ㆍ의원이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다 혹시 있을 수 있는 해외 유학이나 사망, 직업 전환, 병ㆍ의원 취직 등으로 문을 닫는 의료기관을 더하면 적어도 해마다 2천개 가량이 줄어들게(순 감소) 된다. 그렇다면 10년도 못 가서 대한민국에는 대다수 병ㆍ의원이 사라지고 의사들은 있되 의료기관은 없는 이상한 나라가 된다. 이런 있을 수 없는 일을 의사들과 의사협회는 주장해왔고 일부 지식인과 언론인들이 기사를 통해, 또는 사설과 칼럼을 통해 거짓말 퍼뜨리기에 동참했다.…(중략)…

국세청 자료를 보면 이미 2000년도에도 전국적으로 1,154개의 병ㆍ의원이 순수하게 늘어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숫자는 국세청에 새로 등록한 의료기관의 수에서 폐업 신고한 병ㆍ의원 수를 뺀 것이다. 2001년 5월 현재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나 5개월 동안 문을 닫은 의료기관 수보다 새로 등록한 병ㆍ의원 수가 2,089곳이나 더 늘어났다. 최근 1년 5개월 동안 무려 3,200여 곳이 늘어난 것이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세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의사들의 파업으로 의료보험 수가가 엄청나게 올라 일선 의원들의 경영 환경이 과거에 견주어 현격하게 좋아지자 기존 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월급을 받으며 근무하던 의사들이 대거 사표를 내고 개인 병ㆍ의원을 개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과거에는 개원을 하지 않고 병ㆍ의원에 취직을 했던 의사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개원하는 의사들이 많았기 때문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과거에도 병ㆍ의원 수는 계속 증가해왔다.

다만 지난 해 의약분업 시행 과정에서 의사들의 장기간 집단 파업으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입이 크게 늘어나자 앞다퉈 의사들이 새로 문을 여는 바람에 최근 들어 개업한 병‧의원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 약간 다를 뿐이다(본문 48~50쪽).

***의사들의 거짓말 2: 건강보험료 인상률 24년간 3.0%에서 3.4%**

조선일보 2001년 4월 13일자 사회면 5단 통 광고 등을 통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보험 재정 파탄의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 광고 가운데 의료보험료 인상률이 의료보험이 시작된 1977년 3.0%에서 24년이 지난 2001년 3.4%에 그쳤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중략)…

의료보험료는 해마다 10~20% 가까이 올랐다. 의협이 광고한 의료보험료 인상률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의료보험료 인상률이 아니라 의료보험료율 변화 추이를 표시한 것이다. 의료보험료는 지역의료보험의 경우 그 동안 1년에 한두 차례씩 조합별로 서로 다른 인상률로 올려왔으며 직장 의료보험의 경우 임금 인상과 호봉 승급에 따라 자동적으로 인상되어왔다.…(중략)…

그런데 왜 의사들은 그런 광고를 버젓이 냈을까. 의사들이 의약분업 반대 또는 자신들의 파업 정당성을 알리는 광고를 2년 동안 대대적으로 해오면서 사용한 수법 가운데 하나가 '엉터리 내용'을 줄기차게 해대는 것이다. 이런 광고의 허점을 아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이 점을 노린 광고 전략일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보험료 인상과 보험료율 인상을 모를 의사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건강보험 수가와 관련 있고 자신들의 수입과 직결된다. 만약 제때 보험료를 인상하지 못해 진료를 하고도 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진료비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의사라면 보험료율 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험료는 얼마나 인상하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의사 또한 건강보험 피보험자이기 때문에 다달이 보험료를 낸다. 물론 돈을 엄청나게 벌면서도 건강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는 얌체 의사들도 상당수 된다는 것이 최근 들통나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이 잘 모르고 이런 엉터리 광고를 했다는 것은 변명 축에도 낄 수 없는 것이다(본문 52~55쪽).

***의사들의 거짓말 3: 완전 의약분업을 하자**

의사들은 의약분업이 실시되기 전은 물론이고 실시된 후에도 줄기차게 완전 의약분업을 주장했다. 그리고 시민단체가 중재해 의사와 약사가 합의하고 국회에서 통과된 의약분업안은 완전 의약분업안이 아닌 것처럼 주장했다.…(중략)…

그러나 막상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주고 의약분업도 큰 무리 없이 진행되자 2000년 10월 중순부터 일부 의사들은 슬그머니 완전 의약분업은 잘못된 정책이므로 선택 분업(임의 분업)을 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중략)…

이는 사실상 의약분업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의약분업 실시에 전적으로, 그것도 완전 의약분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불과 얼마 전에 낸 신문광고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를 주장하기가 멋쩍은 탓이었던지 대한개원의협의회 이름으로 주장하고 나섰다.…(중략)…

하지만 이 역시 모두 거짓이었음이 얼마 뒤 드러났다. 2001년 8월 일간지에 잇따라 대문짝만한 광고를 낸 대한의사협회는 마침내 제 색깔을 드러냈다. 의약분업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 광고를 보면 "누구를 위한 의약분업입니까, 선택분업으로 해결합시다"(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광고), "못살겠다. 고통! 분업, 갈아엎자. 으악! 분업"이란 제목에 잘 나와 있듯이 의약분업 자체를 거부하고 나서기 시작했다.…(중략)…

의사들은 보험 재정 파탄을 부른 의약분업은 실패라고 밝혔다. 보험 재정 파탄이 생겼다면 그 돈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의사들이 챙겼다는 것인데 보험 재정 파탄을 나무라지 말고 과거보다 50%, 100% 더 번 돈을 내놓아 재정 파탄을 막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가 아닐까. 의사들만 갑자기 몇 달 전보다 엄청나게 많이 벌게 된 돈을 자신의 배만 불리는 데 사용하지 않겠다면, 다시 말해 자신들의 잇따른 전국 동시 파업으로 정말 엄청나게 오른 건강보험 수가를 원위치로만 되돌려도 건강보험 재정 파탄이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의약분업이 보험 재정 파탄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의약분업을 반대하기 위해 의사들이 몇 달간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파업'을 벌였고 여기에 무릎꿇은 정부가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의사들의 배불리기에 손을 들어준 것이 건강보험 재정의 파탄을 가져온 것이다(본문 57~62쪽).

***의사들의 거짓말 4: 한국은 의료 사회주의 국가이다**


의사들은 우리 사회에 '한국은 의료 사회주의 국가'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한국을 의료 사회주의 국가로 만든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며 지금까지 이것이 유지되고 있다고 의사들은 주장한다. 한국의 의료를 망친 것이 박정희 시절 시작된 사회주의 방식의 강제 의료보험이라는 것이다. 의사들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냉철하고도 과학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중략)…

아마 의사들은 사회보험 성격의 국민의료보험제도(NHI: National Health Insurance)와 영국이나 뉴질랜드처럼 국가가 의료기관을 소유하고 국민들에게 거둬들인 세금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의료서비스제도(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구별하지 못하고 이런 주장을 하는 것 같다.…(중략)…

의사들의 주장을 보면 순수 민간보험은 민주적인 것이며 강제성을 띤 사회보험은 독재국가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사회보험을 시행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그 많은 나라들이 죄다 독재국가란 말인가. 25년 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있다가 의약분업을 시행하니까 느닷없이 25년 전에 있었던 사회보험은 독재정권이 의사를 탄압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며 이 때문에 국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중략)…

의사들 주장대로라면 정부와 의료기관과의 의료보험 요양기관 계약은 하고 싶은 의사만 하고 하기 싫은 의사는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성립된다면 헌법에 있는 국민 건강권은 삭제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각자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본문 63~67쪽).

***의사들의 거짓말 5: 한국 보건의료 서비스 세계 107위**

2001년 8월 27일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에 실린 "10년 후 당신의 아들, 딸들이 아프면 치료받으러 외국으로 나가야 합니다"라는 5단 통 광고에서 '한국 보건의료 서비스 세계 107위'라고 했다.…(중략)…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01년도 각국별 보건의료 서비스 수준 평가에서 한국은 191개국 중 107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작년 58위에서 올해 107위로 곤두박질했으며,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고, 서부 아프리카의 잠비아보다 겨우 2순위 나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중략)…

세계보건기구는 2001년도 각국별 보건의료 서비스 수준 평가를 발표한 적이 없다.…(중략)… 세계보건기구가 가장 최근 발표한 각 나라별 보건의료 서비스 수준 평가 보고서는 2001년이 아니라 2000년이다.…(중략)… 그런데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000년 세계 보건의료 서비스 수준이 58위였는데 의약분업 시행으로 2001년 107위로 떨어졌다고 허위광고를 해댄 것이다. 이는 의사협회가 자초지종을 잘 알면서도 정부를 일부러 헐뜯기 위해 날조한 혐의가 짙다.…(중략)…

이런 날조 광고는 광고를 본 수백만 명의 독자 가운데 실제로 세계보건기구 사이트에 들어가 이 광고 내용이 정확한지를 알아볼 사람이 0.01%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중략)… 의사들은 수만 명이 이 광고의 거짓을 알아차렸다 할지라도 나머지 수백만 명은 이것을 진실로 믿을 것이라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민을 무지렁이로 취급한 것이다(본문 69~71쪽).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