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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아니면 병가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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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아니면 병가를 달라"

슈피겔 '독일ㆍ영국의 월드컵 열풍' 소개

오는 31일 개막식을 갖는 2002 월드컵을 생중계로 보려는 유럽 축구팬들의 성화가 근무시간중 TV 시청을 허가하라는 요구로 격화되고 있으나 소수 기업체만이 이를 허락할 방침이어서 열성 축구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14일 홈페이지(www.spiegel.de) '축구팬을 위한 심장(배려)이 없다'는 기사를 통해 한국 일본과 유럽과의 시간차 때문에 독일시각으로 오전 8시30분과 오후 1시30분에 시작하는 월드컵 경기를 보지 못하는 많은 독일 축구팬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

슈피겔에 따르면 아주 적은 몇몇 기업들만이 근로자에게 근무시간중 월드컵 중계를 시청하도록 허가할 방침인데 현재 노사간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다.

***벡 주지사 "월드컵을 못 보는 것은 열받는 일" 대안모색 지시**

베를린에 위치한 네덜란드 전자회사 필립스의 경우 축구팬인 독일 근로자들을 위해 하나의 묘안을 찾았다. 안드레아스 파르히만 필립스 대변인은 "필립스 근로자들은 근무시간중 도장을 찍고 나가 월드컵을 TV 생중계로 볼 수 있다. 유일한 조건은 이 휴식시간에 대한 급여는 지급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알가이어'는 월드컵이 시작되는 5월 31일부터 결승전까지의 기간을 축구팬 근로자들을 위한 시간으로 선언했다. 디터 훈트 알가이어 사장은 월드컵이 열리는 4주 동안 근로자들이 오전 시간을 비우고 휴식시간을 갖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휴식으로 빠지는 근무시간은 전후의 보충근무를 통해 메워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연한 훈트 사장의 근무시간 조정은 놀랍게도 세계 최대 강성노조인 독일 IGM(금속노조, IG-Metall) 츠비켈 노조위원장과의 합의를 이뤄냈다. IGM은 최근 자동차 부품회사를 상대로 파업중이다. 츠비켈 노조위원장은 이외에도 "노동자에게 동기부여를 주기 위한 새로운 형태"로 회사내에 TV 수상기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츠비켈의 아이디어는 다른 사업장에 추천할 만한 것임에도 막상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IGM 본부 근로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IGM의 한 대변인은 "그같은 이야기는 지금까지 논의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로 시청하려는 축구팬들에게 가장 소망스러운 고용주는 잘 알려진 축구팬 쿠어트 벡 라인란트-팔츠 주지사일 것이다. 벡 주지사는 비서에게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축구경기를 근로자들이 생중계로 볼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는 "나는 축구팬으로서 훌륭한 경기를 놓친다는 것이 얼마나 열받게 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며 진정 축구팬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벡 주지사는 기업들에게도 "가능한 한 근로자들에게 자유를 주고 부족한 시간은 보충하게 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월드컵 공식스폰서 코카콜라 "근무시간에 월드컵은 없다"**

하지만 벡 주지사의 제안은 대다수 기업들에게는 '마이동풍'이다. 독일의 한 경제주간지(Wirtschaftswoche)가 독일내 5백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4%의 기업들이 근무시간중 축구경기 시청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가 다국적 기업인 코카콜라인데 이 회사는 월드컵 경기의 공식 스폰서이면서도 정작 축구팬들에게는 차가운 '심장'만을 보여주고 있다. 코카콜라 대변인은 정치인들과 노조의 요구에 대해 답변하기를 거부했다. 이 미국기업이 제시한 대안은 경기 결과를 라디오로 청취할 수 있다는 아주 겸손한(?) 것이다.

월드컵 생중계 시청이 독일보다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곳은 축구 종주국인 영국이다. 패트리시아 휴잇 영국 경제장관은 "월드컵 대회기간중 기업들은 유연한 근무시간을 적용하라"고 오래 전부터 촉구해왔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근로자들이 간단히 병가를 내고 월드컵을 시청할 위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국 7백만명 축구팬 "병가내겠다"**

실제로 영국 여론조사기관인 테일러넬슨소프레스(TNS)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7백만명의 축구팬들이 영국 국가대표팀의 축구경기가 있는 날 휴가를 낼 준비가 돼있다고 밝혀 휴잇 경제장관의 유연한 근무시간제 적용 촉구가 허풍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기업들은 한 경기당 6억4천1백만 유로(약 7백억원)의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한편 독일 정부는 '평상시대로 하라'는 입장이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프로축구팀의 팬인 슈뢰더 총리는 최근 오토 실리 내무부장관과 함께 베를린의 올림피아 경기장에서 독일축구연맹 대회 결승전을 참관하고, 독일의 축구영웅인 프란츠 베켄바우어를 아프가니스탄 방문에 동반하도록 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모든 것은 평상시대로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요시카 피셔 외무장관, 독일팀 지자 미 국무장관에 "진실일 수 없다" 절규**

하지만 과연 그럴까. 축구팬인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의 경우 빡빡한 공식일정에도 불구하고 축구공과 멀리 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지난 99년 초 코소보 전쟁이 벌어진 와중에 피셔가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할 때의 일이다. 피셔는 전화통화 중간 갑자기 올브라이트에게 "저건 진실일 수 없다"며 절규했다. 피셔가 절규한 이유는 바로 그 순간 영국의 명문 축구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독일의 축구명문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경기종료 직전(정규시간 90분이 지난 후) 연속 2골을 넣어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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