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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회민주주의는 죽었다"

독일 디 벨트, 佛 사회학자 알랭 투렌 인터뷰

"유럽 사회민주주의는 이미 죽은 지 오래됐다."

프랑스 사회학계의 거두로 세계 좌파 지식인들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알랭 투렌 파리대학 사회과학고등연구원장(77)이 지난 5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재선을 유럽 사회민주주의 사망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던진 말이다.

알랭 투렌 교수는 7일 독일 전국지 디 벨트와의 인터뷰에서 '결선투표에서 자크 시락 대통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은 유럽 사회민주주의 사망을 상징하는 분명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68세대 학자중에서도 선각자로 평가되는 투렌 교수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며 앤서니 기든스가 제시한 '제3의 길'이 너무 오른 쪽이라며 중도좌파인 '2와 1/2의 길'을 제안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전제조건으로 '사회적 통합과 자유화'를 이해하는 정치가 필요하다는 투렌 교수의 디벨트 인터뷰 전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프랑스 극우파들에게는 앞으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가.

"다른 나라들에서는 6개월 이내에 나타날 극우파 그룹은 프랑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현상은 르펜의 성공이 아니라 사회주의자들의 추락 때문이다. 이게 진짜 문제이며 그 배경에는 정치제도와 정치적 책임, 그리고 시민들이 정치에 대해 요구하는 답변들이 충족되지 않고 서로 표류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르펜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분노와 우려를 표출한 것이다"

-좌파가 다시 정권을 잡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사회주의적 지도층인 교수와 변호사, 그리고 더 고위층인 '상층부 사람들'과 사회의 변방을 차지하고 있는 '하층부 사람들'간의 대화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내가 보기에 현재 유럽인들의 40% 까지는 가난하다. 이런 현실에서 국가는 새로운 정치적ㆍ제도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문제는 과연 사회주의자들이 이를 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가가 과연 아직도 그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나는 위르겐 하버마스와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 일치된 생각을 갖고 있다. 즉 2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복지국가, 사회민주주의 국가는 그 사회의 경제성장과 복지의 차이를 분명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연계가 사라졌다. 그 이유중 하나는 자유시장주의적 사고가 사회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며, 둘째는 국가가 중산층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평등의 개념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빈곤층은 소외된 상태로 버려졌다. 하지만 국가가 사회적 통합이란 의무를 포기할 때 극우파는 활로를 찾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바로 프랑스에서 발생한 것이며 이는 매우 위험하다."

-프랑스 헌법 등 현 제도가 바뀌어야만 한다는 것인가.

"이 문제는 제6공화국을 설립해야 한다는 제도적인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각자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상층부와 하층부 사람들간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결선투표에서 프랑스 좌파의 지지를 등에 업은 시라크 대통령이 어떻게 이러한 책임을 감당하겠는가.

"내게는 현재의 시라크가 좌파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으로 선출됐기 때문에 입지가 매우 약해 보인다. 그러나 사회당이 움직이지 않고 좌파가 분열된 상태로 남게 된다면 유권자들은 6월의 총선에서 (시라크와 우파의) 약해진 입지에도 불구하고 보수당과 시라크를 다시 지지하게 될 것이다."

-좌파가 6월 총선 전까지 다시 그들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가.

"우리는 이번 결선투표에 앞서 엄청난 시민들의 참여(반 르펜시위)를 목격했다. 좌파의 정치 지도자들이 시민들의 요구와 필요에 부합하는 역동적인 언어(좌파의 범주내에서)를 찾아낼 수 있다면 최소한 현 상황은 부분적으로나마 좌파에 유리하게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시라크가 다음 총선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프랑스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가 현재의 위기에서 헤어나올 수 있겠는가.

"없다. 그들은 이미 죽었다. 우리는 현재 유럽 사회민주주의의 마지막 숨쉬는 모습을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블레어가 절대 중도좌파가 아닌 중도우파정권을 이끌고 있다. 슈뢰더 독일 총리는 처음 새로운 중도를 말했으나 이제 슈토이버 기사당(CSU) 당수에게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지켜보게 될 것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사라졌으며 더 많은 사례들도 존재한다. 반백년을 지켜온 사회민주주의의 시대는 지나갔다. 낡은 국가 간섭주의를 유지할 필요는 없겠으나 프랑스에서만 빈곤계층이 거의 20%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순수 자유주의 제도를 수용할 수는 없으며 새로운 국가 경제운영 형태를 찾아야 한다. 사회적 불평등을 화해시킨다는 원칙을 가진 새로운 모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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