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 마가레트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블레어 총리가 주최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즉위 50주년 기념 만찬석상에서 여왕과 다른 역대 영국 총리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
4월 29일 영국 총리관저가 위치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는 총리가 여왕을 초청해 만찬을 베푸는 전통적인 기념행사가 열렸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30일 '어떤 역대 총리도 대처 옆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는 기사에서 만찬을 주최한 토니 블레어 총리가 대처 전 총리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대처의 전임자 에드워드 히스(Heath) 전 총리와 후임 존 메이저 전 총리와의 만찬석상 자리배치에 상당한 애를 먹었다고 보도했다.
두 전직 총리와 엘리자베스 여왕 모두 대처와는 함께 앉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처 전 총리는 전임자인 히스 전 총리를 영국 보수당 총재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던 적이 있어 지난 25년간 서로 말 한마디 안할 정도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메이저 전 총리 또한 총리 재직기간중인 1990년부터 97년까지 전임자인 대처 전 총리가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며 그녀를 비난해와 서로 앙숙관계에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 또한 대처 전 총리와는 별로 친숙한 대화상대가 아니다.
결국 대처 전 수상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과 해롤드 맥밀리언(Macmillian) 전 총리의 손자인 스톡튼 백작 사이에 앉게 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블레어 총리와 히스 전 총리 사이에 자리를 차지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50년간의 재위기간중 가장 좋아했던 역대 총리는 1965년 사망한 윈스턴 처칠(Churchill)로 여왕은 "처칠은 함께 있으면 항상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한편 30일자 영국 타임스의 '10번지에서의 만찬으로 시작된 기념행사'라는 보도에 따르면 영국 총리가 엘리자베스 여왕을 초청해 주최하는 만찬은 1960년대를 제외하곤 거의 10년 단위로 이뤄져온 전통적인 행사로 굳어졌다. 첫번째 여왕의 공식적인 다우닝가 방문은 처칠 전 총리가 사임하기 전날인 1955년 4월 4일 이뤄졌는데 당시 두 사람 관계는 상당히 친밀했다고 한다.
여왕이 다음 초청을 받을 때까지는 2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1976년 총리직에서 물러났던 해롤드 윌슨의 사임은 영국을 충격에 빠뜨렸었는데 윌슨 총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여왕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윌슨 전 총리가 1975년 9월 엘리자베스 여왕과 차를 마시면서 자신이 사임의사를 미리 알렸기 때문인데 당시 여왕은 윌슨 총리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다우닝가 10번지에서 만찬을 하자고 제안했었다는 것이다.
이후 1985년 12월 12일 마가레트 대처 전 총리가 여왕을 초청했는데 당시 초청은 다우닝가가 총리 관저가 된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했던 것이다. 다우닝가 10번지가 영국 총리의 관저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735년 로버트 월폴 경부터다. 당시 대처 총리는 영국 여왕을 비롯해 생존하는 5명의 전직 총리들도 함께 초대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참석한 최근의 다우닝가 만찬은 1996년 7월 16일 존 메이저 전 총리가 히스 전 총리의 80회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했다.
지난 29일 만찬이 끝난 후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번이 지난 34년간 (겨우) 세번째 다우닝가 10번지 방문"이라며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조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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