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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변신의 몸부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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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변신의 몸부림인가

평기자 논설위원 발령ㆍ방 사장 "진보 입장도 포용" 천명

조선일보가 17일 20여년만에 최초로 평기자 2명을 논설위원으로 발령냈다. 이번 인사는 논설위원실의 세대교체라는 목표와 그동안 극우보수라는 비판을 받아온 조선일보가 중도보수로 변화하겠다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게 언론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사진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논설위원 세대교체는 사설과 보도방향에도 변화줄 것**

17일 논설위원으로 발령받은 기자는 김광일 문화부 차장(44)과 오랜 문화부 생활을 거친 이한우 국제부 기자(41), 그리고 외교 통일분야를 오래 취재한 박두식 기자(39) 등 3명이다. 김 차장을 제외한 두 명의 평기자는 80년대 이후 최초의 평기자 출신 조선일보 논설위원이다.

이로써 이미 지난해부터 논설위원 세대교체를 시작한 조선일보 논설위원실은 류근일 주필을 포함한 모두 12명의 논설위원중(비상임 논설위원 제외) 30-40대가 6명을 차지하게 됐다.

이에 앞서 조선일보는 김현호 전 통한문제연구소장(부장대우)과 김형기 전 사회부 차장, 김기천 전 경제부 차장대우 등 40대 3명을 논설위원으로 발령낸 바 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세대교체는 또한 지난 3월 4일 김대중 주필의 편집인 임명에 이어 취해진 조치라는 점에서 앞으로 사설논조나 보도방향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조선일보의 간부급 중견기자들도 이번 인사가 상당히 파격적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차장급 기자는 "회사측의 인사에 대해 뭐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그러나 평기자가 논설위원으로 발령났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중견기자는 "평기자가 논설위원이 된 것은 조선일보에선 8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세무조사 등으로 인해 어려웠던 시기를 보내고 이제 조선일보 나름대로의 방향을 찾아가려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내부에서 지난해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를 두고 평가작업이 있었다. 공개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일환으로 나온 방향제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17일 공식발령에 앞서 16일 사령장을 받은 한 논설위원은 "논설위원실에 젊은 생각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라고 본다"며 "올해 초 일부 논설위원들의 정년퇴직 등으로 논설위원실 인원이 부족했는데 부족한 인원을 보충하면서 동시에 세대교체를 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화부기자 논설위원 발령은 "정치기사 너무 많아 문화·생활 강화"**

조선일보 인사중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전통 문화부 출신 기자 두 명을 동시에 논설위원으로 발령냈다는 것이다. 이한우 기자는 국제부로 발령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정치기사와 사설에 많은 비중을 두어온 조선일보로서는 이례적인 인사라고 볼 수 있는데 생활에 밀접한 문화 기사와 사설을 많이 다루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김광현 조선일보 사장실 부장은 "그동안 논설위원실에는 최소한 부장급 이상의 간부들이 가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너무 연령이 높다는 지적이 있어 세대교체를 한 것"이라며 "문화부 기자들의 논설위원 발령도 정치 기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문화와 생활을 강화하자는 측면에서 취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극우보수에서 중도보수 지향하자는 컨센서스 형성됐다"**

조선일보의 한 간부는 조선일보의 변화방향에 대해 "지난 92년, 97년 대선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누구를 편들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소리를 듣지 말자는 내부 컨센서스가 이뤄져 있는 상태다. 그 결과로 류근일 주필 취임 이후 사설도 많이 달라졌으며 오해의 소지를 받는 기사도 많이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간부는 또 "우리 사회 일부에서 조선일보를 '극우보수'라고 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최소한 '중도보수'라는 말은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내부 여론이 형성됐다. 조선일보가 최근 발족한 독자서비스센터나 독자권익보호위원회, 미디어연구소 등이 그러한 변화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기자스카우트에 1백억원 내놓겠다"**

조선일보는 현재 편집국 시스템 보강과 부족한 인력충원을 위해 외부 기자를 스카우트중이나 적당한 대상이 없어 고민중이다. 김광현 사장실 부장은 "최근 독자서비스센터에 두 명의 기자가 새로 왔고 각 부별로도 스카우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에이스를 데려오려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지난 3월초 간부회의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신문의 질을 높이고 인력을 최대한 스카우트하라.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박사도 좋고 다른 전문가도 좋다"며 "인력 스카우트를 위해 1백억원을 내놓겠다"고 말해 중소신문들의 경계를 사기도 했다.

한편 17일 발행된 기자협회보는 조선일보의 변화방향을 읽을 수 있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의 간담회 내용을 보도했다. 방 사장은 간담회를 통해 햇볕정책에 대한 근본적 찬성입장과 "보수의 입장을 지키되 큰 테두리에서 진보적인 입장도 껴안는 모습" 등 조선일보의 향후 방향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다음은 17일자 기자협회보가 보도한 방 사장과의 간담회 전문.

***"보수 큰 울타리 지키되 진보적 입장도 포용"**

기자협회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간담회는 지난 2월 이상기 기자협회 회장이 조선일보를 방문, 취임 인사를 나눈 이후 방 사장의 주선으로 이루어졌다. 간담회는 지난 10일 오후 6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으며 조선일보측에서는 방상훈 사장을 비롯 송희영 사장실장 권태우 기자(기자협회 부회장) 등 6명이, 기자협회에서는 이상기 회장과 이천구 사무국장 정구철 편집국장 등 6명이 참석했다. 방 사장은 이날 햇볕정책 대선문제 언론계 현안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밝혔다.

***햇볕정책**

햇볕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정책을 풀어 가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 지금보다 더 지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광자금을 달러 등 현금으로 결재한다든지 기름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다. 특히 기업을 개입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적자를 내면서까지 지원하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차라리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게 올바른 것 아닌가.

(이에 대해 기자협회 참석자들이 "조선일보는 북한 지원을 '퍼주기'라고 비판하면서 모든 형태의 지원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지 않는가. 햇볕정책에 대한 방 사장의 생각과 조선일보 보도에 차이가 있다"고 질문하자) 편집국의 보도와 내 생각이 모두 일치할 수는 없다. 생각의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김 대통령 및 세무조사에 대한 생각**

세무조사가 시행됐을 때는 이 정부와 대통령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차츰 지나면서 정리가 됐다.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는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었다. 그간 언론사가 세금 문제에 대해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부분은 시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언론사의 오랜 관행까지 문제 삼아 860억원까지 부과한 것은 심했다. 대통령의 생각이 그렇게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국세청이 대통령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과잉충성'한 것일 수도 있다. 세무조사의 문제점은 있지만 대통령 개인에 대해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다. 오늘 입원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인간적으로 병문안을 가고 싶은 심정이다. 92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 대통령이 떨어졌을 때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해서 위로의 뜻을 전달한 적도 있다.

***주간조선 노무현 후보 보도**

당시 법원 판결 후 내가 먼저 만나자고 했다. 보도 내용이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지만 단 1%가 틀렸다고 하더라도 사실을 틀리게 보도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그래서 노 후보에게 사과했다. 노 후보도 그 자리에서 내 사과를 받아들여 소송을 취하했다. 그런데 오늘 주간조선이 사실을 반대로 보도했다. 그래서 데스크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다.

***대선후보 언론관 및 언론경력 검증**

("한나라당 최병렬 후보가 조선일보 편집국장 재직 당시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에 연루된 점이나, 이날 있었던 이인제 후보의 기자 폭언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기자협회 참석자 질문에 대해) 언론은 후보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상관없다.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선택할 문제이다. 그러나 노 고문이 언론에 굴복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럼 정권을 잡으면 언론을 탄압할 수 있다는 얘기도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만약 언론자유가 침해받는 상황이 오면 나는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언론자유는 언론계 전체가 지켜나가야 할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언론계와 조선일보 지면 방향**

(3월 26일~28일 조선일보와 인민일보가 공동 주최한 한·중 경제심포지엄 관련) 중국에 가보니까 정말 많이 변화됐다. 사회주의적 구호가 거리에서 거의 사라졌다. 주먹을 높이 올리는 포스터가 많았는데 이번에 가보니까 거의 보이지 않더라. 세상이 많이 변하고 있다. 우리 언론도 시야가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관점, 미래지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국내의 좁은 울타리에 시야가 갇혀서는 곤란하다. 언론사도 서로 공유할 것은 공유하면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 공유 없는 차별화는 문제가 있다. 언론자유, 기자사회의 가치는 서로 공유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몇 달간 지켜봐 달라. 조선일보도 달라질 것이다. 보수의 입장을 지키되 큰 테두리에서 진보적인 입장도 껴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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