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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바라보는 미ㆍ유럽 시각 대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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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바라보는 미ㆍ유럽 시각 대조적

미국은 부정적ㆍ유럽언론은 긍정적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의 방북을 바라보는 미국과 유럽의 시각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주목된다.

상당수 미국 언론들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특사로 파견되는 임 특보의 방북이 가져올 성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남한의 남북관계 개선노력을 평가하는 데 인색하다. 반면 유럽 언론들은 남북간 새로운 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며 임 특보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크게 기여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이다.

세계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미국의 국익을 중시하는 미국 언론들의 이같은 보도태도가 의미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의 긴장해소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팽창주의 정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미국 "남북대화 재개 성과 없을 것" 부정적 입장**

27일자 IHT(International Herald Tribune)는 '미국 관리들, 북한과의 회담 성과에 의문'이란 기사를 통해 "미국 외교관들은 공식적으로는 남북한간 대화 재개 전망을 환영했으나 사적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의 한반도 화해 제의 설계자인 임동원 특보가 미국과 북한간의 긴장을 해소할 것인지에 관해 심각한 의문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IHT는 부시행정부를 대변하는 스코트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서울사무소 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에 앞서 남북한 대화의 실질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 그들은 임 특사가 북한에 간다는 사실에 감동하지 않는다. 대화를 갖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북한은 공동사업들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스나이더씨는 또한 제4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정도의 성과에 대해 미국이 감동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를 표시했다. 그는 "남북관계에서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가치있는 것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시행정부는)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긴장완화가 이뤄질 수 있는 관점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 스미스 리처드슨재단 마린 J. 스트메키 부이사장은 IHT 27일자에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는 부시의 대북 강경자세'라는 기고를 통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악의 축' 발언에 북한을 포함시킴으로써 한반도 정책수정에 필요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유익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당근 정책은 그릇된 유인책으로 북한이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기 위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이익을 위협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트메키씨는 이 글에서 부시 행정부에 대해 "핵무기를 원하면서 이미 여타의 대량살상무기를 확산시키고 있는 악당국가를 도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주는 그릇된 정책으로부터 미국을 구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스트메키씨는 결론으로 "미국의 제네바 합의 이탈은 포용정책의 한 부분으로 어떤 환상도 여기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북한 정권의 변화를 겨냥하고 "동시에 미국과 그 동맹국들, 그리고 우방들은 북한정권의 몰락에 따른 필요한 행동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Asian Wall Street Journal, AWSJ) 27일자 역시 '평양과의 추가 회담'이란 사설에서 임동원 특사의 방북이 가져올 성과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지적했다.

AWSJ는 남북대화의 재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지만 그러한 낙관은 시기상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처칠의 말처럼 대화가 전쟁보다 나을 수 있지만 "(북한같은) 세력과의 '평화' 논의는 그 세력을 견제하는 매우 성공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는 것이다.

AWSJ의 결론은 "잡힐 듯 말 듯한 '외교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서울의 최근 시도는 비생산적 제스처를 계속하는 것 이상의 어떤 명백한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다"고 끝을 맺고 있다.

미국 언론중에도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남측의 시도를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언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진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LA 타임스는 26일 '북한의 마지막 기회'라는 사설을 통해 "다음 주에 있을 남북대화가 북한으로서는 마지막 남은 기회가 될 것이며 여기서 진전이 없을 경우 올해말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북한을 붕괴시킬 정치인이 당선될 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LA 타임스는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킨 부시 대통령이 한국 방문시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라고 말했다며 이는 2000년 노벨상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목표와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북한에 대해 "미국 일본 한국은 북한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식량과 연료를 지원해왔으나 북한은 미사일 개발중단, 핵무기 사찰, 이산가족 상봉과 김정일 답방 등의 상응하는 조치를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만일 김정일과 북한이 다음주 회담에서 제공되는 기회를 거부하면 향후 오랜 기간동안 또다시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미국측의 비관적인 남북관계 개선 전망과 비교해 유럽 언론들은 비교적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도하고 있다.

***유럽언론 "남북대화가 한반도 평화의 열쇠" 긍정적 평가**

독일 FAZ(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는 26일 '남북간의 새로운 대화'라는 기사에서 "북한은 그 동안 남북대화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등의 전술을 취해왔으나 이제 다시 남한 김대중 대통령의 대화제의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남측의 대북포용정책 지속노력과 북한의 식량위기 등을 대화재개의 배경으로 지적했다.

FAZ는 "외교관들은 북한측이 경수로 완공지연을 이유로 경수로 합의에서 물러서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또한 북한은 자발적으로 설정한 미사일 발사시험 유예를 철회하겠다고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남북대화의 시급한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독일의 보수언론인 벨트(Die Welt) 또한 26일 '한반도에 다시 햇볕이 비치다'에서 "경제적으로 파탄상태에 있으며 자력으로 주민을 먹여 살리기도 어려운 처지의 북한이 갑자기 다시 대화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심지어 월드컵 기간중인 5월 31일부터 6월 30일 사이에 북한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피가로(Le Figaro)지는 북경발 '서울 평양에 특사파견'이란 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설명했다.

피가로는 지난 20일 부시 행정부가 간접적으로 평양에 대한 약속(핵무기 제조 포기를 전제로 한 북에 대한 미국의 원조)을 이행하겠다고 밝힌 메시지가 남북,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화해의 신호'라고 지적하고 북한 정권의 생존을 위해선 원조금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가로는 그 이유로 "한국은 판문점의 벽이 무너졌을 때 야기될 수 있는 북한주민의 유입과 사회적 변화에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피가로는 임동원 특사의 첫 번째 임무는 "미국이 대북한 정책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변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6일자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지는 '월드컵으로 아시아의 데탕트를'이란 기사에서 "남북한은 어제 동북 아시아의 새로운 축구외교를 시작하면서 식량원조와 이산가족 상봉, 햇볕정책이 지금까지 이뤄내지 못했던 마지막 냉전의 전선에 평화회복을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한과 중국의 월드컵 본선진출 등을 설명하고 "평양 방문 동안 임동원 대통령 특보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월드컵 개막식에 초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디언은 임 특보가 "평화와 안정 없이는 한반도가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없이 월드컵을 개최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서울 월드컵에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타타마도 일본 왕자도 초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디언은 결론으로 축구를 매개로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 주변의 평화적 기류가 월드컵 폐막식 이후에도 지속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의 보도태도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관계에서 보여주는 '악의 축'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유럽 언론들은 현실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사회주의 학자나 평론가들의 분석기사를 소개하는 WSWS(World Socialist Web Site)는 이와 관련해 27일 '한반도에 전쟁위협이 커지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북한을 적대시하는 어떠한 미국의 움직임도 한반도의 정치적 경제적 긴장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부시는 한반도의 긴장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유럽연합과도 갈등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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