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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6월 월드컵 종료 이전 가시적 성과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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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6월 월드컵 종료 이전 가시적 성과 내야

<해설> 임동원 대통령특사 방북 전망

다음 주중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할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의 가장 큰 과제는 미 부시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외교노선으로 야기된 한반도 긴장상태의 해소이다.

25일 오전 10시 청와대측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대통령 특사 방북은 김 대통령의 제의에 의한 것으로 ‘한반도 긴장조성을 예방하며, 6.15 공동선언을 준수하고 남북간 합의사항 이행 문제 등 제반 현안에 관해 최고당국자간의 폭넓은 의견교환을 위한’ 것이다.

같은 시간 평양에서 방송된 북측 발표는 ‘쌍방은 민족 앞에 닥쳐 온 엄중한 사태와 함께 서로 관심하는 북남관계 문제들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과 북이 함께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한반도 긴장조성’ ‘민족 앞에 닥쳐 온 엄중한 사태’의 해결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해 1월 취임 이후 북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사실상 무효화시키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해 3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말 연두 의회연설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 국가로 지목함으로써 대북 적대시정책을 분명히 했다.

또 이달 초 발표된 핵태세준비보고서(NPR)에서는 북한을 미 핵 선제공격의 대상국으로 공식지명했으며 지난 19일에는 94년 북미 기본합의 이후 클린턴 행정부가 연례적으로 취해온 ‘북한 핵동결 준수 보증’을 철회했다. 이는 북미관계 개선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는 제네바합의의 파기까지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여진다.

따라서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전임 클린턴 행정부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며 최악의 경우 전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실제로 임동원 특보는 지난 주 한 특강에서 현재의 상황이 계속될 경우 93,94년에 준하는 위기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김대중 정부가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다.

그러나 미국이 당장 북한을 겨냥한 실력행사에 나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우선 지난 2월 하순 한국을 방문한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불신을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아프간전쟁을 대략 마무리지은 미국의 다음 관심은 이라크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에 앞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협상 성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범아랍권의 반발을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ㆍ팔간 폭력사태의 종식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체니 부통령의 중동 순방에도 불구하고 이ㆍ팔 평화협상은 성사되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 미국 외교정책의 제1차적 관심은 중동지역에 쏠려 있다. 한반도는 그 다음 문제다.

한편 오는 5월말부터 한국과 일본에서는 세계적 축제인 월드컵이 벌어진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지역에 군사적 긴장상태를 조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해 월드컵이 끝나는 6월말까지 한반도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태도를 ‘당분간 한반도 문제는 남북이 알아서 해볼테면 해봐라, 그 다음에 우리가 나서겠다’라고 요약하고 있다. ‘당분간’이란 월드컵대회가 끝날 때까지를 말한다. 당장은 이라크 문제 등에 신경을 써야 하고 월드컵도 있고 하니 당분간 방관하겠다는 자세라는 것이다.

따라서 남과 북에게는 약 3개월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이 기간동안 남북관계의 진전 등을 통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고조시킬 빌미를 봉쇄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해 11월 6차 장관급 회담 이후 남북대화를 방치해 왔던 북한이 이번 대북 특사 파견에 동의한 것도 남북대화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평양을 방문하는 임동원 특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특사는 우선 지난 2월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있었던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 결과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하고, 일본과 관련해서는 최근 불거진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 등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북한에 체류중인 지난 70년대 요도호 납치범의 아내 한 명을 일본으로 송환했다. 야오 메구니라는 이 여인은 지난 주 일본법정에서의 증언을 통해 지난 83년 영국 런던에서 아리모토 게이코라는 일본 여성을 북한이 납치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아 일본 열도를 들끓게 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북일 수교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중 하나로 고이즈미 총리는 25일 오후 기자들에게 "지난 22일 한일 정상회담 때 (한국 정부의 특사 파견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면서 ”그 자리에서 가능하면 북한이 ‘일본인 납치 의혹’ 문제에 대해 성의 있게 대응하도록 북한측에 전달해줄 것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한적십자사는 지난 주말 납치 일본인 문제에 관한 북일간 회담을 제의한 바 있어 이 문제에 관해 모종의 진전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최근 유럽, 동남아 등을 대상으로 대외교류 확대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없이는 외교적 고립 탈피가 사실상 어렵다.

한편 남북 양측은 5월말 한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과 4월말 북한에서 열릴 아리랑 축전 등에서 남북 양측의 화해와 협력을 과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가 주시하는 대규모 축제에서 남북의 협력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 더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는 없기 때문이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월드컵 개막식 참가, 또는 한국 고위급 인사의 아리랑축전 참가 등도 그같은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민간차원에서도 월드컵 및 아리랑 축전을 남북간의 평화이벤트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김창수 정책실장은 “오는 4월 4일 금강산에서 남북 민간교류에 관한 실무협상이 예정돼 있다”면서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간 여성.청년.환경 교류방안과 함께 아리랑 축전에의 남측 참가 및 월드컵에의 북측 참가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랑 축전과 관련해서는 남측 참가 인원이나 수송방법, 일정, 비용 문제 등에 관해 북측과 협의할 예정이며 북측 민간 축하사절의 월드컵 개막식 참가, 개막식 직전 남북 여자 축구 경기 개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남북간 합의 사항의 이행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9월 서울에서 열린 5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는 경의선 철도 연결,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 관광 활성화 등 9개 사항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호 등의 문제가 걸려 있어 대부분의 북한전문가들은 실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임동원 대통령 특사의 평양 방문에는 양측 최고위당국자의 의중이 실려 있는 만큼 예상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남북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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