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언론으로 거듭나겠다는 대한매일이 출범 초기부터 경영진 구성과 관련해 정부측과 적잖은 내홍을 겪고 있다.
대한매일이 신임사장 선임을 위해 주주총회를 개최한 지난 12일, 오전 11시에 시작한 회의가 사내 민영화추진세력과 대주주인 정부측의 임원 선임을 둘러싼 갈등으로 13일 새벽 0시 40분이 돼서야 끝을 맺었다.
무려 13시간40분에 걸친 사상 초유의 격론이 벌어진 것이다.
격론의 핵심은 친(親)DJ인사들로 알려진 전임 경영진의 잔류 여부를 둘러싼 '낙하산 공방'이었다.
***친DJ인사들의 대거 퇴진**
대한매일 주총은 유승삼 전 중앙M&B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하고, 김행수 상무와 황병선 제작이사는 유임시켰으며 양해영 전 논설위원을 신임 이사로 임명했다.
전만길 사장과 김삼웅 상무이사 겸 주필은 이날 주총에서 사의를 표명, 공식 사퇴했다.
민영 대한매일의 초대 사장으로 선임된 유승삼 사장은 14일 취임식에서 "대한매일의 이념적 지향점을 좌도 우도 아닌 중도에 놓겠다"고 표명했다. 유사장은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논설위원을 거쳐, 중앙일보 논설고문 겸 시민사회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대한매일 주총의 최대핵심은 현 임원진 가운데 정부가 추천한 임원진 전 사장과 김 주필의 거취 문제였다. 결과적으로는 민영화추진세력인 우리사주조합(조합장 김경섭, 지분 39% 보유))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언론계내 대표적인 친DJ인사로 분류되던 전 사장과 김 주필의 퇴진은 김홍일 의원의 처남인 윤흥렬 스포츠서울 사장의 사퇴에 이어, DJ정부의 언론계 레임덕(권력누수)이 심화됐음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지분분포로 볼 때 실질적인 최대주주인 정부는 이사선임에 대한 인사권을 거의 행사하지 못했다.
현재 민영화가 진행중인 대한매일은 재정경제부 30.5%, 포항제철 22.4%, KBS 8.1% 등을 합쳐 모두 6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정부가 1대 주주이며, 3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이 2대 주주다.
대한매일의 현 지분구조는 지난해 10월 11일 주총에서 53.4%의 감자를 결의한 후 결정됐다. 정부는 재경부, 포철, KBS, 한국산업은행 등을 통해 보유했던 지분 100%를 61%로 낮추며 대한매일 민영화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대신 사원들이 직접 출자한 우리사주조합이 결성되며 대한매일 민영화의 기반이 마련됐다.
현재 3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은 단일주주로는 이미 최대주주이며 사원들의 지난해 미지급된 상여금과 임금인상분 등을 대한매일 우리사주 매입자금으로 전환했다.
***정부측, 친DJ인사 잔류 주장**
주총이 14시간이나 걸린 이유는 이사선임을 둘러싸고 정부측이 전 사장의 고문 위촉과 김 주필의 유임을 희망하며 대한매일 우리사주조합측의 이사 구성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오랜 공방끝에 재경부는 처음 제시했던 안을 철회하고 우리사주조합이 제시한 유승삼 사장과 김행수 상무, 황병선 제작이사 안을 수용하는 대신, 정부측 추천인사를 이사로 선임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우리사주조합은 당초 이사구성안에 이사 한명을 증원해 정부측 추천인사를 선임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노조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더 이상 안된다고 주장하며 우리사주조합이 제시한 임원구성안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주총이 끝난 후 노조는 13일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성명을 통해"12일 임시주주 총회를 바라본 노동조합은 참담하다"며 "많은 조합원들이 감내한 고통에 비해 우리의 자화상이 너무 초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김행수, 황병선 이사 유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소신없이 눈치만 보고 부실경영으로 조합원들에게 고통을 안긴 인사들을 잔류시킨 것은 조합원의 정서를 외면한 것"이라고 유승삼 신임 사장의 이사 선임권 행사에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의 이같은 입장은 어느 정도 대한매일 경영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우리사주조합이 제시한 안과도 달라 대한매일 내에 인사를 둘러싼 상당한 갈등이 존재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노조의 정부측 인사에 대한 불만은 주총전인 지난 10일 '낙하산 인사 잔류 안된다'는 성명에서도 드러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격언을 인용한 노조는 C씨와 K씨를 거명하며 이들이 민영화로 가는 길에 구태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런 정황이 정부가 아직도 대한매일 인사에 개입하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노조가 지적한 C씨는 전만길 전 사장을 의미하며 K씨는 김삼웅 주필이다. 이들은 현정부 출범이후 대한매일 임원으로 선임됐다.
***이제 신문지면으로 민영화의 의미를 보여줘야**
반면 정부측도 이번 인사 과정에 상당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로서 정부 역시 대한매일 인사에 어느 정도 인사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측 입장은 대한매일의 민영화가 이미 결정된 만큼 회사의 경영진추진위원회가 정부측의 의견도 들어 복수추천을 통해 사장 선임 등의 임원인사를 결정했어야 하는데 일체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밝혔다.
한 중견기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정부측과 사내 민영화추진세력간 인사관련 갈등으로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과연 새로 선임된 경영진이 독립언론 대한매일의 민영화 취지에 걸맞는 개혁적 인물이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새로 임원진이 선임된 만큼 신임 사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영진과 노조, 그리고 우리사주조합이 먼저 당면한 심각한 상황의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대한매일이 독립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는 민영화의 기반은 마련됐을지 모르나 정부와의 관계 단절로 인한 광고량의 급격한 감소 등에서 빚어지는 경영난을 해소하는 게 가장 시급한 관건이며, 새로 선임된 경영진이 개혁적이라기보다는 보수로의 회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한 언론계 인사는 "대한매일의 민영화는 단지 포장만 그럴싸한 명분에 그처서는 안되며 생산제품인 신문지면의 질을 높이고 다른 신문과 차별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언론개혁이라는 본래 취지에도 부합한다"며 "현재 당면한 경영난을 민영화 때문이라고 돌리는 일부 사내 의견도 있는데 이러한 갈등을 봉합할 수 있어야 어려운 노정이 예정된 대한매일의 민영화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대한매일의 민영화 성공여부는 '신문지면'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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