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의 최학래 사장이 8일 오후 긴급이사회에서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에서는 이사들의 적극적인 만류로 최 사장의 사퇴 문제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으며 다음 주중 다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 해 3월 주주총회에서 사장에 재선출된 최 사장은 임기를 1년 남기고 있다.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뤄진 최 사장의 이번 사의 표명에 대해 한겨레 내부에서는 2가지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회사측이 제시한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한 노조측의 반발과 관련, 최 사장이 임원진과 사원들에게 재신임을 묻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과 경영부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실제로 물러나겠다는 의사 표시라는 것이다.
최 사장은 7일 오후 회사 임원진에 최초로 사의를 표명했으며 8일 오전에는 출근하지 않았다.
한편 한겨레신문사 직원들은 최 사장의 사의표명이 갑자기 이뤄졌다는 점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경영진에게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던 노조 역시 최 사장의 사퇴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측은 "노조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적은 없다. 회사 경영악화에 대해 경영현안과 관련된 공개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았으나 미흡하다고 판단돼 지난 5일 다시 4개항의 요구사항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보냈는데 사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아직 최 사장 사의표명과 관련한 노조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집행부 회의를 거쳐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지난달 25일 경영악화 등 경영현안과 관련해 경영진의 답변을 촉구한 공개질의서는 ▲경영악화에 대한 공식문서 형태의 사과 ▲퇴직금 출자전환·증자안 등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정한 5개년 경영계획 철회 ▲주총 이전인 3월 23일까지 현 이사진의 인적 쇄신을 포함한 가시적 경영혁신 조치 ▲노조와 경영진을 포함한 공동기구 구성 등의 4개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지난달 28일 "퇴직금 출자전환 등 경영계획은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시행이 불가능한 사항이므로 자동 폐기된 것으로 본다. 다만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에 대해 노사합동기구에서의 논의를 기대한다. 경영악화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사원 뿐 아니라 주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다"고 답변을 보냈으나 노조는 "책임회피에 급급한 답변"이라며 지난 5일 재차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앞서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회사측의 퇴직금 출자전환안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반대가 82.3%로 나타났으며 정관개정을 통한 증자 등 출자전환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 48.0%, 반대 49.3%로 찬반이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한 고위간부는 최 사장의 사의표명과 관련해 "경영상황 악화에 따라 사내에서 노조 등을 통해 경영부진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대한 부담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일단 최 사장이 임원진과 노조 등 사원들에게 재신임을 묻기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겨레 분위기는 침체 정도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앉아 있는 상태라 경영진이 노조의 요구사항에 따른 혁신적인 조치는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 중견기자는 "주총을 앞두고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론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취를 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본다"며 "개인적으로는 한겨레가 전문경영인 도입 등을 통해 장기적인 생존방안을 한시라도 빨리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 사장외에 다른 임원중에도 사의를 표명한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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