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 일선 경찰기자로**
한겨레신문이 28일자 1면 <홍세화·김훈씨 ‘한겨레’ 기자 됐다>라는 대형 사고(社告)를 통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55)를 기획위원으로, 이어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역임한 김훈(54) 전 한국일보 편집위원을 민권사회2부 일선 경찰서 출입기자로 발령을 냈다.
유신말기인 지난 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한국을 떠나 23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정치적 망명생활을 했던 홍세화씨는 앞으로 한겨레의 토론면을 맡는다고 한다. 2000년 9월 27일자 ‘한겨레21’과의 <쾌도난담 - 위악인가 진심인가>에서 ‘남성이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압도적으로 유능하다’ ‘80년 전두환을 찬양하는 용비어천가를 직접 썼다’ 등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 김훈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은 현장 경찰기자(부국장급)로 특채됐다.
두 사람은 비슷한 연배이지만 홍씨의 경우 신문사 입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한살 아래인 김훈씨는 지난 73년 기자생활을 시작한 경력 30년의 대기자이다. 홍씨는 신문사 서열로 따지자면 부장급 이상인 기획위원을, 김씨는 일선 경찰기자의 일을 맡는다. 특이한 실험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한겨레가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겨레의 조상기 편집국장은 “김훈씨의 영입이 의미하는 것은 한겨레가 열린 신문이라는 점이다. 김훈씨에 대한 여러 평가가 엇갈리지만 분명한 것은 기자정신과 팩트에 대단히 충실하다는 점이다. 현상을 왜곡해서 의도적으로 보려는 풍토 속에서는 충실한 팩트에 근거해 기사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김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의 경찰기자 발령이 탐사보도의 새로운 전형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중의 삶을 지향하는 한겨레에 30년 경력의 대기자가 일선 삶의 현장에 밀착해 뛴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젊은 기자들에게도 자극이 될 것이며 한겨레 지면에 뉴스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보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조 국장의 복안이다.
2월 20일께부터 출근할 예정인 김 전 편집국장은 경찰과 검찰을 담당하는 전통 스트레이트 부서인 민권사회2부에 배치되는데 직접 일선 경찰서 출입도 하고 스트레이트 기사도 쓰게 된다. 한겨레는 일단 한달 정도 기간을 지켜본 후 구체적인 김 전 편집국장의 지면 기여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홍세화씨 한겨레 스펙트럼 넓히는 토론면 운영**
홍세화씨의 기획위원 영입은 김훈씨에 비해 오래 전부터 논의돼왔다. 이미 지난 96년부터 한겨레에 칼럼을 게재하기 시작한 홍씨와는 귀국 때마다 논의가 진행돼왔고 홍씨가 영구 귀국의사를 밝힌 지난해 9월부터 구체화됐다. “2월 1일부터 출근하는 홍씨는 일단 2월 중순부터 매주 2차례 정도씩 토론면을 운영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매일 한 면 정도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게 조상기 편집국장의 설명이다.
조 국장은 “한국 언론의 토론면은 쓰고 싶은 말만 쓰고 있다. 스펙트럼을 넓게 잡고 합리적 진보와 건강한 보수가 함께 하는 자리로 만들 것이며 독자나 시민들이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새로운 장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홍씨가 운영하는 토론면은 한겨레의 ‘간판면’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홍세화씨와 김훈씨의 특별채용에 대해 한겨레 기자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두 사람의 영입이 그동안 한겨레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침체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 차장급 기자는 “전체적으로 조금 불안하던 회사 분위기가 상당 부분 개선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김훈씨의 경우 다소 우려도 있으나 기자의 초심으로 돌아와 현장에서 일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한겨레 지부(위원장 박상진)도 일단은 긍정적인 변화이자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상진 위원장은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다. 독설로 이름난 김훈씨에 대해서는 지면에서 부딪쳤을 경우 어떻게 조화할 수 있을 것이냐는 걱정도 있으나 김훈씨의 의지도 굳은 상황이라 함께 하다 보면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세화씨에 대해서는 지성이 어우러지는 지면의 고급화를, 김훈씨에 대해서는 축적된 기자경험에서 우러난 기사의 심층성과 취재노하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당사자들의 의지인데 김훈씨와 홍세화씨 모두 당당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훈 “현장에서 수많은 특종으로 보여주겠다” 포효**
“기자가 현장으로 가는 것은 물고기가 물을 찾아 가는 것과 같다. 나는 현장에서 끝까지 싸워서 수많은 특종을 하려고 한다.” 김훈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의 포효다.
김 전 편집국장은 한겨레에서 새로운 기자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겨레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추천받은 것이 아니라 물고기가 물을 찾아 가듯 내가 직접 한겨레측에 일을 하겠다고 제안해 가게된 것뿐이다”며 “한겨레 정체성과의 충돌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은 기사를 써서 입증하겠다. 육하원칙에 따라 정면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홍세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토론면 운영”**
홍세화씨는 “한겨레는 국민주신문이란 점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있고 자본으로부터도 가장 독립된 신문이다. 족벌신문의 경우 사주의 편향성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광고에 치중하는 상업적 신문일 수밖에 없다.”며 “한겨레도 광고를 싣지 않을 수는 없겠으나 소유구조상 아주 상업주의로는 흐르지 않을 수 있는 기본이 있으며 논조도 가장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한겨레에 입사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아마 파리에서 가장 이름을 날린 택시운전사일 홍씨는 “내가 프랑스에서 가장 잘 아는 것은 지리다. 그외의 프랑스 사회는 매체를 통해 알았고 매체의 의제설정 등이 사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고 느꼈는데 이 경험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점을 고려했다. 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사회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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