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맞이하는 3.1절 83주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이라는 말 한마디에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한국내 여론이 친미∙반미로 양분되고 있는 현실, 그리고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빼앗긴 설움을 안은 채 돌이킬 수밖에 없었던 약소국의 비애 등 작금의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아직도 대한민국은 완전한 독립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3.1운동의 정신은 33인 대표가 발표한 기미독립선언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세로부터의 자주독립을 염원하는 민중의 힘에 담겨져 있으며 그 정신은 지금도 진정한 자주독립을 외치는 사람들 속에 유유히 흐르고 있다."
MBC가 3월 1일 오전 10시 50분 방영하는 '우리시대의 3.1 운동' 특집다큐멘터리의 제작자 김상균 PD의 기획의도다.
'우리시대의 3.1운동'이 던지는 메시지는 진정한 3.1정신은 지금도 제2의 독립운동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21세기 반민특위인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 '1945년 부민관 폭파사건의 주인공 조문기 선생이 완벽하지 못했던 독립운동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나눔의 집' '미군기지 철폐와 SOFA 불평등 조약 철회를 외치는 문정현 신부' '한국의 민족교회 향린공동체' 등의 현장을 찾아 오늘도 살아있는 3.1운동의 정신을 되새긴다.
다음은 프로그램 내용요약.
#장면1: 21세기 반민특위-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에서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결의 아래 대국민공청회가 열렸다. 이른바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 제1차 국민공청회로 일제하에 친일의 선두에 섰던 이들의 친일 증거와 명단을 공개하고 사전으로 편찬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공청회다.
이 공청회 이후, 해묵은 과거사를 들추는 것이냐, 친일파 청산을 통한 민족정기의 회생이냐로 언론과 여론은 양분화됐다. 1949년 이승만 정권에 의해 해체됐던 반민특위의 부활이라는 논란 속에 편찬사업은 이미 시작됐다. 10년간에 걸친 사전자료조사와 30권에 달하는 사전분량, 짧아도 3년의 작업기간을 예상하는 친일인명편찬사업.
이 지난한 과제를 그들은 무엇 때문에 고집하고 있을까. 올해로 12주년을 맞는 민족문제연구소와 그들의 고단한 투쟁을 살펴본다.
#장면2: 독립운동가의 오늘-아직도 계속되는 독립운동
1945년 7월 24일, 당시 패망의 길로 질주하던 일제. 평생 일제에 충성을 맹세해 온 박춘금 일당은 부민관(전 서울시민회관)에서 조선인 요인 학살을 충동질하는 민족분격대회를 개최한다.
대회 당일, 20대 초반의 청년 일행 3인은 시한폭탄으로 그 장소를 폭파시킨다. 바로 부민관 폭파사건의 주동자 가운데 한 사람인 조문기 선생. 그는 현재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이자,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는 통일민족문화재단 이사장이다.
조 선생은 '독립운동을 했다'라는 과거를 부끄러워한다. 독립운동가들이 제대로 나라와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쟁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은 아직 자주독립국가가 되지 못했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같은 일제의 처참한 피해자를 낳았으며, 아직도 그들의 명예가 복구되지 못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이루지 못한 우리나라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제2의 독립운동은 계속돼야 한다"라고 말한다.
조 선생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갖고 있는 수요시위에 참가, 지난날 완벽하지 못했던 자신의 독립운동을 반성하고, 스스로의 삶의 자세를 다잡는다. 그가 사는 화성에 위치한 매향리 사격장도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방문하는 장소다.
조 선생의 삶을 통해 진정한 독립이란 무엇이며, 왜 아직도 독립운동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분석해본다.
#장면3: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과제-나눔의 집 할머니
요즘도 때때로 당시의 악몽에 시달린다는 김순덕 할머니. 열일곱 살,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징발된 '못다핀 꽃'의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일본군위안부 신고 안내방송에 여러 달 전전반측하며 망설이다가 다시는 이런 과거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는 결단의 순간을 할머니들은 이렇게 회고한다.
"어머니도 모르고 아버지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는데, 신고하러 왔는데 정신이 아뜩해. 만약 집의 식구들이 알면 어떻게 할까 싶어서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나눔의 집을 방문한 일본인 불교연합회 회원들의 인터뷰:
"우리가 여기서 보고들은 것들을 정확하게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졌다"
"일본교과서가 가르쳐 주지 않는 이런 과거가 있다는 것에 우선 놀랐다. 정말 몰랐다는 것 이 대단히 죄가 되는 일이라고 느낀다"
만남의 시간동안에 눈물을 흘리던 이들은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놓지를 않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지막 소망:
"우리의 희망이라면 일본정부에서도 말로만 '용서해주세요'하지 말고 서류상으로 법적으로 그걸 남기고, 배상을 하고, 진상규명을 바랍니다."
"내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고 싶다"
일제 잔재의 청산이란 민족적인 과제는 소위 국제화 시대란 이름아래 점점 더 우리 뒷켠으로 밀려만 가고 있다. 그러나 나눔의 집에서 만난 할머니들에게는 일본식민지 하에 겪었던 고통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장면4: 그는 왜 거리로 나섰나-문정현 신부
올해 1월 29일 발표된 美부시대통령의 연두교서는 한반도를 혼란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한마디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 속에 미국으로부터의 자주 독립을 외치는 사람이 있다.
미군기지 철폐와 SOFA 불평등 조약의 철회를 외치며, 오랜 세월 시위와 집회로 거리로 나선 문정현 신부. 부시 발언과 방한을 계기로 다시금 거리에 서있는 문정현 신부는 왜 또 거리로 나섰을까. 경찰의 강한 저지로 길 위에 누워버린 문 신부를 통해 그가 이토록 목소리를 높이고 거리로 나선 이유는 무엇이며, 세계정세 속 한국의 자주권은 과연 실현되고 있는지를 되짚어본다.
#장면5: '세상에 봉사하는 교회'- 홍근수 목사와 한국의 민족교회 '향린공동체'
지난 일요일(2월17일) 예배 후 향린공동체 모든 식구들은 부시방한에 반대하고 평화통일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통일공화국 헌법(초안)'과 '교회갱신선언서'로 유명한 향린교회. 이 공동체가 믿는 성서의 하느님과 메시아 예수는 가난한 민중의 하느님이고, 해방자 예수다.
때문에 민족교회로서의 향린공동체에서는 분단된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한 운동이 가장 으뜸되는 선교과제다. 그리고 불의의 세력에 대항하여,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이 땅의 오늘을 하느님 나라로 가깝게 실현시키는 것이 이 공동체의 목표다.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교회가 되지 못한 한국의 교회를 부끄러워하는 이들은 절망한 사람들에게 살 수 있는 한 모델이 되기 위해 오늘도 모두가 자기의 십자기를 짊어지고 영문 밖으로 나가는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친일파 등 일제 청산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해방을 맞은 한국사회는 미국의 신탁통치를 거치며 일제시대 친일파들이 친미주의자로 무늬만 바꾸는 것을 용인했고 그 결과로 자주국가로서 한국의 진정한 독립을 이루는데 한계를 노출시켰다. 친일 친미 반북 등으로 이어지며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극우보수세력과 한반도의 분단고착은 한국이 완전한 독립국가로 발전하는데 한시리도 빨리 넘어야할 장애물이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검증이 선행돼야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굴러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사회에 부시의 발언이나 솔트레이크 올림픽의 쇼트트랙 편파판정 등으로 인해 불거지고 있는 미국상품 불매운동 등 반미정서는 83주년을 맞는 3.1운동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돼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반면교사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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