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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신화의 이면<15>김중배 2기 MBC호의 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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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신화의 이면<15>김중배 2기 MBC호의 항로

"MBC 라이벌은 SBS 아닌 KBS여야"

25일 열린 MBC 주주총회가 김중배 현 사장의 15대 사장 연임을 확정하고 일부 임원진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민창환 목포MBC 사장은 전무이사로, 김상균 해설주간은 정책기획실장, 김지일 제작국장은 편성본부장, 김종오 보도국 위원은 보도본부장, 신종인 TV제작2국장은 제작본부장, 엄기영 보도본부장은 특임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이날 단행된 임원진 인사는 노조 등 구성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물갈이 인사’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인재풀이 부족한 현실적 한계 때문인지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게 MBC 내부의 평가다.

김 사장 연임은 애초 다른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난 22일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회가 개최되기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그러나 김 사장이 지난 18일 방송문화진흥회 김용운 이사장에게 사표를 제출하면서 한때 김 사장의 진의를 두고 각종 해석이 나돌기도 했다. 임기만료를 앞두고 인사권자인 방문진 이사회에 제출한 형식적인 사표일 수도 있었으나 다른 해석도 적잖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사표낸 이유는?**

방문진 이사진은 김 사장의 사표제출 다음 날인 19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 후 김 사장의 사표를 공식 반려했고 지난 22일 열린 임시 이사회를 통해 김 사장 연임을 표결로 의결해 김 사장의 사표제출은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왜 김 사장은 사표를 제출했을까. 바로 여기에 공영방송 MBC가 가진 고민이 담겨 있다.

<사진 김중배사장>

한 측근은 김 사장이 사표를 내기 전 2월 18일자로 발행된 노조 특보를 보고 통음을 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에 대한 비판을 담은 특보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노조 특보가 사표 제출배경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떤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노웅래)는 이날 ‘부실경영 책임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특보에서 김 사장의 사장 취임 후 1년을 평가하며 ‘갈팡질팡하는 방송철학 부재’ ‘경영진 등 간부 임용에서 드러난 인사정책 실패’ ‘지나친 온정주의에서 비롯된 우유부단한 일 처리’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추진력의 부재’ ‘비선조직 등에 지나치게 의존해 조직 장악에 실패’ 등을 지적했다. 한 마디로 김 사장이 MBC 최고경영자로서 능력이 없다는 비판이다.

노조는 또 “이제 김 사장은 결단을 해야 할 때”라며 “MBC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MBC 미래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포함해 경영 대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책임있는 수장으로 거듭날 것인지, 과거 그가 살아온 대로 칼럼니스트로 남을 것인지 선택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MBC 사장비서실 관계자는 당시 정황에 대해 “김 사장이 사표를 내게 된 배경에는 노조의 지적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향후 MBC에 대한 전망을 고민하며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했을 것이고 인사권자인 방문진 이사회에 선택의 폭을 넓게 해주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노보로 인한 사표제출은 아니다”고 밝혔다.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MBC의 한 간부는 “노보의 내용중 경영능력에 대한 지적보다도 비선조직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라는 표현 등에 김 사장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방송사내에 자기 인맥도 없는 김 사장은 회사 일에 대해 평사원이나 일부 간부에게 솔직하게 자문을 구하는 정도에 불과한데 이를 비선조직에 대한 의존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에 화가 났을 것”이라고 김 사장의 심경을 분석하기도 했다.

MBC노조는 김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다음날인 19일 다시 ‘임원들은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가’라는 특보를 내고 “1년 MBC 경영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최종 책임은 사장과 전무에게 있겠지만, 직접적인 책임은 결국 해당 임원들에게 있을 것”이라며 김 사장에 맞춰졌던 부실경영의 책임을 본부장급 임원들에게로 확대시켰다.

한 관계자는 “19일자 특보를 두고 일부에서는 노조가 간접적으로 김 사장에 대한 사과를 표명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며 “현재 노조 입장에서 MBC의 시청률 부진이나 유동성위기 등의 문제를 사장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쉬우나 현실적으로 김 사장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한 중견간부는 김 사장에 대한 노조의 비판과 관련해 “김 사장이 방송사 최고경영자로서 경영능력 등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 MBC 구성원들은 MBC가 정치적 외압 등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는 배경에 김 사장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방송사 경영이라는 게 좋은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서비스하는 걸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시청률 등을 잣대로 사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자세 또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중배 사장이 정치적 외풍 막는 역할 과소평가됐다**

노웅래 노조위원장은 “김 사장의 사표 제출 이후 간접적으로 사과를 표명한 적은 없다. 다만 노보를 보고 사표를 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사장과 전무에 대한 비판에 이어 임원진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초부터 김 사장에게 책임을 지고 떠나라고 한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사장 연임에 대한 MBC 노조의 입장은 방문진에 의해 김 사장의 연임이 확정된 22일자 ‘사장 내정자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에서 잘 드러난다.

노조는 “MBC 본∙계열사의 경영진들은 이제 차기 사장의 개혁조치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주총에 앞서 재신임과정을 거칠 것을 촉구한다”며 일괄사표를 제출해 신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고 “김중배 차기 사장 내정자가 앞으로 새 경영진을 어떻게 선임하느냐가 MBC 거듭나기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1년 사주의 부당한 지시에 불응해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이임하며 밝힌 ‘이제 언론은 권력보다 원천적인 제약세력인 자본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선언으로 유명한 김 사장은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대표를 역임하며 오랜 기간 언론개혁운동에 투신해왔다. 김 사장의 연임과 관련한 노조의 입장은 김 사장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지만 노조가 김 사장에게 책임있다고 지적한 MBC의 부실경영과 개혁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MBC 위기는 원칙없는 투자에서 비롯된 부실경영이 원인**

노조가 지적하는 MBC의 부실경영은 어떻게 비롯됐으며 개혁은 무엇을 말하는가.

MBC의 부실경영 문제는 디지털방송전환 비용, 위성과 케이블TV 신규진출, 경영센터 및 일산제작센터 건립 등 부동산 매입 등에 상당한 투자가 잇따르며 당장 시급한 유동성 자금이 부족한 현실에서 비롯됐다.

MBC가 그동안 부동산 매입 등에 들인 비용은 경영센터의 경우만 해도 4백억원 정도에 달하며 기타 부동산 비용을 합하면 천억원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케이블과 위성방송진출, 디지털방송 전환 등에 각각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MBC의 부실경영 문제는 사실 현 경영진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몇 년에 걸쳐 경영센터와 일산제작센터 부지 등 부동산를 구입하면서 부동산 사업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보니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구입하는 임기응변식 경영이 지속됐고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회사 재산을 운용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MBC의 위성방송이나 케이블TV 진출은 뉴미디어 시대라는 전 사회적 흐름속에서 원칙없는 정부 정책에 맞춰 따라가다 보니 방송시장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검증과 예상없이 일단 투자를 반복해온 결과물이다. 결과적으로 케이블방송시장은 실패로 규명됐으며 디지털위성방송도 3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태라 위기감이 팽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방송정책에 대한 비판은 한국의 방송시장 규모와 성장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진국을 따라 가겠다고 케이블과 위성방송, 디지털방송전환 등을 짧은 시간내에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는 현실이 그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기술본부의 한 간부는 “근본적으로는 정부정책에 잘못이 있겠으나 MBC 경영진도 면밀한 상황분석을 통해 알고 투자해야 하는데 주먹구구식으로 그냥 좇아만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쩔 수 없이 좇아가더라도 적정선을 찾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지금 상태에선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언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역대 경영진의 잘못에서 출발했는데 김 사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IMF 때인 98년을 제외하고 매년 수백억원대의 흑자를 내고 있는 우량기업 MBC가 차입경영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을 빚어낸 이유가 바로 역대 사장 등 경영진의 주먹구구식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다.

***드라마왕국 MBC의 고민 “공영성 강화냐 시청률이냐”**

현재 불거지고 있는 개혁문제는 인사쇄신과 공영방송 MBC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편성에 대한 요구로 집약된다. 경영문제가 현실적 제약과 한계 등으로 인해 파생된 구조적 문제로 시간을 두고 해결할 과제라면 인사쇄신과 편성전략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는 게 노조측의 입장이다.

노웅래 위원장은 “노조가 요구하는 개혁은 인사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일부 간부들은 인사문제와 관련해 귀동냥이냐 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또 편성문제와 관련해 “노조는 공영성이 담보된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공영이면서 광고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MBC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시청률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 하지만 다매체 다채널 시대인 현 상황에서 경직된 공영성이나 무분별하게 시청률 경쟁을 추구하는 원칙없는 경쟁력은 더 이상 안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노조는 MBC가 현재 총체적인 리더십 부재에 빠져 있으며 일부 경영진은 인사불만으로 결근과 업무거부를 자행하고 있어 구성원들이 회사정책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편성 또한 지난해 봄의 경직된 공영성에서 가을에는 시청률 위주로 수정되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고 지적했다.

<사진 여연MBC항의>

그런데 편성과 관련된 MBC 노조의 지적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공영성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라는 거의 불가능한 요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노조 또한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데 있다.

92년 상업방송인 SBS가 등장한 이후 MBC는 공영 KBS와 사영 SBS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빚어왔다. 드라마왕국이라던 MBC가 최근 ‘여인천하’ 등 SBS나 ‘겨울연가’ 등의 KBS 드라마에 시청자를 뺏기고 절치부심하는 모습이 이를 잘 웅변한다.

***뜨거운 감자 MBC 민영화 “안돼”**

즉 MBC의 정체성이 공영이냐 민영이냐는 ‘뜨거운 감자’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돼야 MBC가 겪고 있는 고민과 KBS SBS와는 다른 ‘제3의 길’이 보인다. 공영방송 MBC의 민영화 문제는 지난 99년 방송개혁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도 크게 불거졌으며 MBC의 이해가 걸린 미디어렙(Media-Representation; 광고대행사) 문제 등에서 시민단체로부터 MBC 노조가 지나치게 자사이기주의를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왜 MBC 민영화가 뜨거운 감자일까. MBC의 정체성은 소유구조 변경에 대한 논의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MBC는 현재 매년 수천억원대의 매출규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자본금은 10억원에 불과한 기형적 자본구조를 갖고 있다.

2000년 말 MBC는 이러한 자본구조를 현실화시켜 현재 방송문화진흥회가 갖고 있는 70% 지분과 정수장학회 소유의 30% 지분을 매각해 방문진이 대주주로 남을 수 있는 51%의 지분만 갖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는 MBC가 자산재평가를 한 후 기업공개를 하면 매각지분을 이용해 수천억원의 자본금을 들여와 재무구조를 건실화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 논의는 지난 2000년 MBC가 국세청에 신청한 자산 총액이 본사 기준으로 1천7백억여원(예상액 약 3천억원)에 그쳐 자산재평가를 통한 기업공개 논의는 다시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기업공개를 위한 자산재평가 논의가 다시 들어가게 된 배경에는 자산재평가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MBC의 기업공개가 결국 MBC 민영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사실 더 큰 역할을 했다.

***수천억원대 매출액 MBC의 자본금은 10억원**

노조위원장 출신의 한 간부는 “기업공개 문제는 MBC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80년대 말 노조가 공영방송 MBC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전력을 쏟아 KBS로부터 70%의 지분을 뺏어와 만들어진 게 지금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다. 즉 방문진은 MBC의 공영성을 담보하는 상징적인 기구인 셈이다. 자본금 10억원이라는 현실이 기형적인 자본구조로 보이지만 MBC의 공영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새로운 모델로도 가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존 시장의 분류범주에 MBC를 끼워넣지 말라는 것이다.

이 간부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되고 수신료로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송이 바로 MBC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데 기업공개를 통해 외부자본이 유입되면 그 지분은 결국 돈이 있는 재벌들의 손으로 들어갈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공영방송 MBC의 정체성이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만약 한 재벌이 10%의 MBC 지분을 소유한 상태에서 MBC 경영이 어려워질 경우 방문진 지분은 점차 줄어들어 결국은 재벌소유지분이 커져갈 것이다. 이는 MBC의 민영화를 의미하는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고 덧붙였다. MBC의 기업공개 논의가 민영화라는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MBC가 민영화돼야 한다는 논의는 사회 각계에서 계속 불거지고 있다. 바로 MBC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소유구조는 공영이면서 수입은 상업방송과 똑같이 거의 100%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MBC를 두고 상업적 공영방송 혹은 공영적 상업방송 등의 ‘야누스적 방송’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그러나 일부 MBC 구성원들은 “현재 한국 방송시장은 지나치게 상업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MBC뿐만이 아니라 SBS 등 지상파방송은 모두 공영화하고 상업방송은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등에 국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상파방송은 TV수상기를 보유한 모든 시청자의 접근이 가능한 공공재이기 때문에 신문처럼 별도로 가입비를 내고 보는 케이블이나 위성방송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논리다.

***SBS도 공영화해야**

MBC의 한 관계자는 “현재 MBC는 방문진 등의 공적 소유로 돼있어 정치권력이나 자본이 보도와 프로그램 내용에 간여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막고 있다. 이 때문에 권력이나 자본주 입장에서 경영구조 개선을 위한 MBC의 민영화라는 화두는 방송장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매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권도 권력을 잡자 방개위를 통해 MBC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고 한나라당도 이미 MBC 민영화방안을 모색중이며 상당히 진척된 상태라고 들었다. 과거에는 정치권력이 소유구조와 인사 등을 장악할 수 있는 공영방송 체제를 선호했으나 이제는 이를 견제하는 공영방송노조와 시민단체의 권력이 커지며 차라리 방송의 인허가권을 갖고 쥐락펴락할 수 있는 상업방송을 더 원한다. MBC의 민영화 문제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계속 불거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영방송 노조의 견제가 정치권력의 방송지배에 방어장치로 작용하고 있으며 MBC는 공영방송으로 남아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KBS MBC 등 공영방송 노조는 자사이기주의에 함몰돼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MBC의 경우 공영방송이 아니라 ‘노영방송’이라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로 노조의 권력이 비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방송사 노조의 자사이기주의와 관련된 대표적인 예가 미디어렙을 둘러싼 MBC 노조의 태도다. 지난 2000년 말부터 미디어렙 논의가 본격화됐을 때 MBC 노조는 회사 이익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시민단체들로부터 방송의 공영성 강화보다는 방송광고의 완전경쟁체제 등 자사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MBC는 ‘노영방송’**

MBC가 노영방송이란 말을 들은 지는 이미 5년정도 됐다. IMF 이후 회사의 구조조정이나 인사정책에 노조가 적극 개입하면서 노조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노조가 운영하는 방송이라는 의미에서 ‘노영방송 MBC'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기도 한 것이다.

MBC 노조는 물론 노영방송이란 말을 거부한다. 노웅래 위원장은 “노영방송이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노조의 힘이 크다는 데는 장·단점이 있다. MBC는 자율성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관료조직과는 다르다. 때로 모래알같은 경영이나 방만한 경영 등의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굉장히 자율적인 조직으로서 엄청난 응집력을 낼 수 있다. MBC노조는 임금이나 복지 등에 대한 부분은 거의 언급하지 않으며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공정방송을 실현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 간부는 노영방송이란 지적에 대해 “노조의 힘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노조가 힘을 제대로 행사할 수만 있다면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김중배 사장도 ‘MBC 노조가 언론사 노조중 상대적으로 건강한 조직이며 현재의 건강성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부서별·직종별 이기주의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조직내의 문제나 이견을 제대로 융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방송독립을 이뤄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노조에 대한 비판이 시나브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MBC 노조위원장을 역임한 한 간부는 그 원인을 현재는 과거와 달리 공통의 목적이 없어졌으며 위기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이 간부는 “전시나 위기시에는 잘 뭉치지만 고비가 지나가면 분열되는 게 조직의 특성이다. 과거 노조는 방송의 민주화 등 공익적 대의를 위해 역량을 집중시켰지만 이제는 그 대의가 사회변화와 더불어 사라지며 노조의 자사이기주의가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은 직종별·부서간 이기주의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노조가 이를 극복할 프로그램을 제대로 준비해야 노조의 정체성은 물론 사회적 공익을 우선하는 MBC의 공영성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 MBC ‘제3의 길’ 있다**

구성원 모두가 공영방송의 길을 원한다면 MBC가 갈 길은 자명하다. “SBS의 말을 믿느니 차라리 간첩의 말을 믿겠다”는 우스개 소리가 MBC 구성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상황은 이제 MBC가 공영방송 KBS보다 상업방송 SBS를 더 의식한다는 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같은 말이 KBS와 MBC간에 돌았다.

공영의 탈을 쓴 사영방송 MBC가 되지 않으려면 MBC의 경쟁대상은 KBS가 돼야 하며 KBS가 가진 관료성과 경직성을 극복할 수 있어야 또 다른 공영방송 MBC에 존재가치가 부여된다.

‘100분 토론’이나 ‘미디어비평’ 등 공익 프로그램을 편성의 사각지대에 몰아넣는 편성전략과 조작시비 등 성의없는 프로그램 제작 등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MBC는 당면한 정체성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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