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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정상, 대북한 이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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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ㆍ미 정상, 대북한 이견 여전

확대정상회담 일정 취소한 채 2시간동안 격론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20일 오전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한 인식 및 접근방식에 관해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당초 이번 회담은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그리고 라이스 안보보좌관 등 세 명이 50분간 회담을 가진 후 양국 각료급이 참가한 가운데 확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전반부 회의가 길어지면서 후반부 회담은 취소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관 및 접근방식을 부시 대통령에게 끈질기게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관측통은 “두 정상이 대북한 인식이나 접근방식에 관해 완전한 의견일치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회담이 끝난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대화로 북한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원칙론만 밝혔을 뿐, 대북협상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또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이) 북한 주민을 자유롭게 하고 우리의 대화제안을 수용하며, 북한 주민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전에는 이런 나의 (부정적인) 의견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북한전문가는 “부시 대통령의 햇볕정책 지지, 대화에 의한 북한문제 해결 합의 등으로 지난 1월말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빚어진 한반도 긴장상황을 푼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로 볼 수 있다”면서 “북한과의 구체적 협상 방안은 이제부터 한미가 머리를 맞대고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전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이른바 ‘페리 프로세스’는 부시 행정부에 의해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부터 새로이 북한을 협상에 끌어들일 수 있는 포괄적이며 심도 있고 현실적인 대북 협상 방안을 한미 양국이 도출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의선 북쪽 끝 역인 도라산역에 들러 경의선 남북 연결 공사 현장을 들러본 뒤 남북간 평화를 기원하는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한 지도자로서 한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북한에 대해 “우리의 진지한 대화 제의에 하루속히 호응해 올 것”을 촉구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 위험한 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한 국가가 국제 사회의 규칙을 수용하면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면서 대화 제의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경의선 건설공사 현장에서 철도 침목에 “이 철도가 (남북) 이산가족을 한데 모이게 해줄 것을 기원한다”는 내용과 함께 자필 서명을 했다.

다음은 한미 양국 대통령의 도라산역 연설 전문.


***김대중 대통령**

존경하는 부시 대통령 각하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 먼저 긴 여정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곳 도라산 역을 방문해주신 부시 대통령 각하와 일행 여러분에게 마음으로부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서있는 여기 이 곳은 분명히 기차역입니다. 그러나 이름만 기차역일 뿐, 북적대야할 인파도 화물도 없습니다. 잠자고 있는 역입니다. 휴전선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곳은 바로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의 현장입니다.

멈춰선 기차, 끊어진 채 녹슬고 있는 철도, 이 모든 것이 반세기 남북 분단의 현실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우리 민족의 한이 서려 있습니다.

독일통일은 이미 10여년전에 이루어졌고 동서간 이념대립도 종말을 고했습니다. 그러나 유독 우리 한반도에는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냉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냉전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뿌리내리기 위해 일관되게 햇볕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햇볕정책의 목표는 확고한 안보의 기초 위에 우선 남북간 평화 공존과 평화 교류를 늘이자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장차 평화통일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부시대통령 각하와 미국정부는 전세계와 더불어 우리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해 주셨습니다.

우리 한미 양국은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온 혈맹의 우방입니다.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국 정부의 협력과 공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양국간 공고한 협력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속될 것임을 나는 휴전선을 앞에 둔 이 도라산 역에서 선언하는 바입니다.

***부시 대통령,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한 지도자로 기억되길 기대**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 이 곳 도라산 역은 또한 희망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북쪽으로 14킬로의 철도만 더 이어지면 남북한에 육로로 연결됩니다. 그렇게 되면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을 거쳐 압록강까지 달려갈 수 있습니다. 남북간의 긴장이 크게 완화되고 인적, 물적 교류가 획기적으로 일어날 것입니다. 나는 이러한 길이 하루속히 열려 남북에 있는 일천만 이산가족들이 이 열차를 타고 왕래하며 고향과 혈육을 찾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 철도는 다시 중국이나 시베리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됩니다. 휴전선에 가로막혀 사실상 섬으로 남아있던 우리 한국이 유라시아 대륙 전체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물류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남북간의 철도연결은 이처럼 남북관계의 진전뿐 아니라 우리의 경제적 미래의 융성이 걸린 중요한 문제입니다.

부시 대통령 각하의 깊은 관심과 협력에 힘입어 민족의 희망의 길이 하루속히 열리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추구해 오신 각하께서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한 지도자로서 한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되기를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북한 정권이 우리의 진지한 대화 제의에 하루속히 호응해 올 것을 충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부시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대통령님의 민주주의에의 헌신과 용기는 한국을 변화시켰고 아시아의 도전을 안겨주었으며 미국과 미국 정부에 존경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일생을 바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곳에서 변화와 진보의 희망을 목격하셨습니다. 한 개인의 양심과 의지로도 역사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대통령의 비전에 찬 리더십에 존경을 표하며 저와 제 아내 로라에 대한 따뜻한 환대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도전을 일깨우는 상징물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방금 대통령님께서 직접 건설한 평화에 향한 길을 저에게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갑자기 중단되는 시점도 보여주셨습니다. 바로 이 곳 비무장 지대에서 이 길이 중단됩니다. 이 길은 분단된 이 땅의 양측의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길입니다. 한국민 모두를 위해서 북한은 이 길을 완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길을 따라 남쪽으로 여행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아시아 3위의 경제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풍요로운 발전의 기적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한국의 물질적 풍요로움 뿐만 아니라 오늘 이 자리에서 볼 수 있듯이 창의력과 자유로운 정신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경제침체와 굶주림에 대항하는 훌륭하고 희망에 찬 대안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라를 함께 재건할 수 있는 친구이자 파트너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성공한 나라 그 이상입니다. 한국은 전세계에 모범이 되는 국가입니다.

한 국가가 자유를 수용하면 그 나라는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한 국가가 오늘날 국제 사회의 규칙을 수용하면 이 나라는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그리고 한 국가가 그 나라 국민의 존엄성을 존중하면 이 나라는 진정한 위대함을 발견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야간에 찍은 한반도의 위성촬영 사진을 보면 대한민국은 밝은 불빛으로 눈이 부십니다. 반면 북한쪽은 칠흑같은 어둠에 싸여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한반도 전체를 환하게 밝힐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한국인들이 이 환한 빛 속에서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지니고 있는 비전은 분명합니다. 제가 바라고 있는 한반도는 언젠가는 철책선으로 분단되어 있지 않고 하나로 통일되는 한반도입니다.

한국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인생의 노년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규모 군대에는 식량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어린이들이 굶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어떤 국가도 그 주민들에게 감옥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한국인 그 어느 누구도 정권의 한 기계적 부속품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미 의회에서 밝혔듯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 위험한 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결코 허용할 수 없습니다. 본인은 북한과의 대화를 희망하고 있는 지금도 이같은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북간 화해의 토대 위에 한반도 안정 이룩돼**

미국은 북한 정권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북 인도주의, 식량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 희망은 더욱 커지고 위협은 더 적어지는 그러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단계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러나 미완인 채 남아있는 이 도로처럼 우리의 제의에 대해 아직 북한측으로부터는 답변이 없습니다. 언젠가는 남북한간의 화해의 토대위에 한반도의 안정이 이룩되리라 모두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시점에서 한반도의 안정은 한미간의 위대한 동맹관계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북한을 포함하여 아시아 전체국가들은 미국이 우리의 동맹인 대한민국과 함께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관한한 우리의 의무를 명예롭게 지켜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군사력 및 동맹관계는 매우 굳건합니다. 이러한 힘이 바로 한반도 평화의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주한 미군은 한국으로부터 아낌없는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 우리는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미 두 나라는 함께 주한미군이 한국 국민들의 삶에 미치는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 국민은 지난 9.11 테러 이후 한국 국민이 보여준 애도와 지지에 깊은 감사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대테러 전쟁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두 나라간 동맹이 이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것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공동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동맹은 공동의 가치에 의해 정의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자유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의 자유 역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은 자유의 군대가 되어 전세계 사람들에게 인간의 자유가 벽을 허물고 생명을 고양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지뢰밭과 철책선을 넘어서서 이 자유의 불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에 위협이라기보다는 초대의 불빛이 되고 있습니다. 휴전선 양쪽의 사람들은 자유롭게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으며 폭력과 기아, 전쟁의 위협이 없는 곳에서 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본인은 이러한 희망이 언젠가는 현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한국인들은 강하며 한국에 대한 결의가 확고한 미국과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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