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 슈뢰더 총리의 동생이 7개월간의 실업자 생활을 청산하고 스페인 휴양지인 마요르카에서 관광안내원으로 취직했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돼 대통령 친인척들의 비리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경종을 울려줬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포셀러씨외에도 포셀러씨의 아들과 사촌누이도 실업자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사실은 독일 도르트문트 지역에서 발행하는 신문인 WR(Westfaelische Rundschau)의 크리스토프 바우어 편집장(Hagen지역 담당)이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알려왔다.
김대중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이용호 게이트의 핵심으로 등장하며 우리 사회 최고권력자의 친인척 문제가 다시 비판의 도마위에 오른 우리 현실을 돌아볼 때 상상하기 힘든 일이 지구 한편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소통령으로 불리던 차남 현철씨를 감옥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원인 역시 꿀을 좇아 벌이 모이듯 권력 주변에 사람이 모여 각종 비리를 재생산하는 우리 사회의 후진적 정치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바우어 편집장은 취재결과 포셀러씨의 아들은 이미 실업자 생활을 하고 있었고 최근 소재를 찾은 사촌누이는 얼마 전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슈뢰더 총리의 친척이 아니라는 사실이 정말 다행”(총리 인척중 다수가 실업자라는 점에서)이라는 바우어 편집장의 조크는 권력자 친인척이나 주변 가신그룹이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인 우리사회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포셀러씨에 대한 기사는 지난 21일 독일 빌트(Bild)지에 등장한 이후 대다수 국내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포셀러씨가 개인 홈페이지(www.lothar-vosseler.de)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아 홈페이지에 기재된 내용을 일부 소개한다. 포셀러씨는 슈뢰더 총리와 어머니가 같은 동생이지만 아버지가 달라 성이 다르다. 그러나 이들은 20년 가까이 한 집에서 지내 무척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47년 4월 15일 태어난 포셀러는 부인인 기젤라 포셀러씨와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포셀러는 통계센터에서 일하다 새로운 컴퓨터가 보급되며 일자리를 잃었고 이후 하수처리시설을 담당하는 회사에서 근무했는데 여기서도 다시 실업자가 됐다. 홈페이지에서는 아직 최근 관광안내원으로 취직한 내용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서인지 스스로를 실업자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Express’란 신문에 매주 칼럼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주제는 ‘무엇이 독일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것으로 자신의 시각에서 쓰는데 정부가 총리인 형과 독일 정치에 대해 고민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많다고 밝힌다. 그는 또 라디오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며 일반인들의 고민이나 질문에 자문역할을 자임하기도 한다.
형인 슈뢰더가 총리에 취임한 이후의 생활에 대해 포셀러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세계의 다른 나라에서라면 나는 특이한 업무를 수행하는 장관이나 화폐제조공사 사장, 류머티즘협회 회장 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나 독일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 스스로는 총리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다른 자리를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것은 바로 ‘자유 그 자체’로 ‘포셀러는 영원히 포셀러로 남는다’는 철학이라는 게 포셀러의 모토다. 포셀러는 그러나 자신에게 자문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언제라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에게 이메일을 보내라는 것이다. 포셀러의 이메일 주소는 lothar@lothar-vossele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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