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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희 회고-文酒 40년 <3>김영삼과 이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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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희 회고-文酒 40년 <3>김영삼과 이돈명

YS 독대, '이돈명 총리' 추천

YS의 대통령선거 캠프에 참여했고, 각료도 지냈기 때문에 여럿이 모인 술자리에서 YS와 술을 같이 할 기회는 많았지만 독대하여 술을 마실 기회는 딱 한 번 있었다.

YS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대통령 당선자로서 선거에 수고했다고 퍼시픽 호텔 화식부에서 나 하나만 불러 저녁을 낸 것이다.(글쎄, YS 대통령 당선의 공신을 20명쯤 뽑으라면 나도 들어갈 수 있을 것도 같다.)

YS는 개신교의 장로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마주앙(포도주)을 마신다. 기독교도는 술을 마시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고 가톨릭 신자는 자유로이 술을 마시는데 우리나라 개신교에서는 무슨 금기처럼 되어 있다. 백여년 전 개신교가 들어올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담배를 지나치게 하기 때문에 금지시킨 우리나라만의 현상일 것이다.

개신교에서도 기독교 장로회측은 비교적 술에 자유롭다. 기타의 개신교측에서는 술을 마실 경우 되도록 포도주로 한다. 예수도 마셨으니까 말이다. 지난날 김옥길씨 집에 초대받아 빈대떡과 냉면 대접을 받았는데 굳이 술을 내라고 압력을 넣었더니 예외적이라며 포도주를 내놓는다.

YS 주량은 나도 잘 모르지만 즐기는 편이라고 소문이 나 있다. 그 날도 나는 취기가 돌 정도로 많이 마셨고 YS도 어지간히 마신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야기 끝에 YS는 새 정부의 사람을 천거하란다. 나는 총리에 이돈명 변호사를 추천하고 두 사람을 다른 자리에 말하였다. YS가 경상도 출신이기에 총리는 전라도에서 내는 게 정석이다(역대 정권을 보면 대개 그랬고 가끔은 이북 출신을 선택한다).

거기다가 이 변호사는 민주화운동 인사일 뿐 아니라 조선대학교의 첫 민선 총장을 지냈기 때문에 전라도를 대표한다는 상징성도 크다.

그 후 이틀쯤 총리에 이돈명 변호사가 물망이라는 기사가 신문에 나왔다. 신문에 흘려서 여론을 떠본다는 것이 YS 참모들이 애용하는 수법이다. 이돈명 총리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내가 천거한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은 매우 중용되었는데 내 천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매우 훌륭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 후 YS정권이 끝난 뒤 우연히 이돈명 변호사를 불러 슬쩍 그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그제사 의문이 풀렸단다. 그리고 얼마 후에 한겨레의 곽병찬 부장 등을 포함하여 이 변호사가 화식집에서 술을 냈다. 총리는 안 되었어도 여하간 관심을 가져 줘 고맙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도 YS와 DJ 성격론을 덧붙이겠다. 동아일보의 논설위원이었던 최시중씨가 쓴 글이 크게 참고가 된다.

최씨가 언젠가 DJ에게 YS를 평해 보라고 하니까 DJ 말하기를 “그는 어려운 일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말해.”

이번에는 YS에게 DJ를 평해 보라니까 “그는 쉬운 일도 괜히 어렵게만 말해.”

YS는 한마디로 말한다면 일본말로 ‘앗싸리’하다. 맺고 끊는 게 분명하다는 이야기이다. 정치적 해설을 하자면 경상도이기에 타고난 다수파이고 평생을 행운아로 살았기에 너그러운 보수이다.

DJ는 끈질긴 노력가다. 정치적으로는 전라도이기에 타고난 소수파. 간고의 세월을 살아왔기에 개혁적이다. 전라도는 지역문제도 있지만 상대적으로는 많이 빈곤하다는 면도 겹쳐 ‘언더도그’로서의 진보성과 개혁성을 갖게 되었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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