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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청와대 연두기자회견은 연례 의전행사?

***“연두기자회견은 짜고 치는 고스톱”**

14일 열린 김대중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이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최초로 프레시안을 비롯해 인터넷신문 4개사의 참석이 허용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변화는 거기서 그쳤다. 청와대의 한 공보담당자는 지난 주 프레시안에 전화를 걸어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에의 참석을 통보하면서 "단 질문권은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는 질문자 및 질문 내용은 청와대 기자단에 의해 사전 조정되기 때문에 청와대측으로서도 어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7,8개의 질문을 준비해갔으나 끝내 질문의 기회는 갖지 못했다.

내외신 기자 1백80명과 이한동 국무총리등 국무위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에 시작된 연두기자회견은 김대중 대통령의 ‘21세기 국운융성의 길을 엽시다’는 모두연설에 이어 대통령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 끝난 11시 10분까지 약 1시간 10분동안 진행됐다. 일문일답 시간에는 김 대통령외에 진념 재경부장관과 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경제와 교육정책 등에 일부 질문을 받고 답변에 응했다.

올해 연두기자회견의 기자 질문은 모두 16개였는데 중앙언론사 11개, 외신 4개, 지방언론사에 1개 질문기회가 배정됐다. 질문내용과 순서는 관례에 따라 기자단 자율로 조정됐으며 25개 중앙언론사 출입기자들을 중심으로 추첨을 통해 질문자가 선정됐다고 한다. 청와대 공보수석실은 출입기자실에 1시간내에 마칠 수 있는 질문항목을 구성해달라는 요청만 했다고 밝혔다.

중앙언론사 출입기자단 간사를 맡고 있는 대한매일 오풍연 기자는 “16개 질문의 내용은 청와대 출입 2진 기자들이 먼저 작성한 후 3∼4 차례의 검토과정을 거친 후 최종 완성된 것”이라며 “지난주 금요일(11일) 초안이 완성됐는데 신승남 검찰총장의 사퇴표명으로 부정부패관련 질문이 첫 번째 질문으로 조정되는 과정을 거쳐 오늘 오전 최종 질문내용과 순서가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출입기자단은 최근 일련의 비리사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 대통령의 상황을 고려해 부정부패관련 질의를 뒤에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13일 신 총장의 사퇴발표로 현 정권 고위층의 비리의혹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고조된 상황이라 올해 연두기자회견 주관방송사인 KBS 기자가 첫 번째로 대통령의 부정부패 척결의지와 관련한 질문을 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의 첫번째 질문은 관례적으로 방송3사를 주축으로 그 해의 주관방송사 출입기자가 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MBC가 담당했다. 다음 질문자 선정시 고려되는 것은 출입기자단 간사 몫으로 수고한다는 차원에서 첫 번째 질문을 제외한 나머지 질문중 간사가 원하는 질문순서와 내용을 안배한다. 이후 외신기자 몫으로 3∼4개의 질문이 돌아가고 지방언론사에 1개 정도의 질문기회가 주어진다.

모두 25개사가 출입하는 중앙언론사 기자들의 경우 주관방송사와 출입기자단 간사를 제외하고 9개 정도의 질문기회를 갖게 되는데 이 순서는 중앙언론사 출입기자중 12개사로 구성된 A조와 13개사로 구성된 B조가 각각 추첨으로 정하게 된다. 질문내용은 그러나 정치 경제 외교 남북 교육 등 주요 이슈를 토대로 사전에 구성되며 이에 따라 질문기회를 얻은 기자가 질의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연두기자회견이 형식적이라는 지적도 행사 자체가 의전적 성격이 강한 행사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정해진 시간내 행사 진행을 위해 미리 질문내용과 순서, 그리고 질의자를 선정해놓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돼온 연두기자회견은 그동안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예가 지방기자들의 질문기회가 원천적으로 제한돼 중앙언론사 기자들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 것이며 외신기자들의 경우도 질문순서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올해 연두기자회견 역시 전체적인 틀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행사였다. 청와대 공보수석실은 본사를 포함해 오마이뉴스 이데일리 등 인터넷 매체 기자들을 초청하는 등 약간의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행사 자체가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됐다는 측면에서 자유로운 질의ㆍ응답 형식의 미국이나 유럽식 기자회견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기자회견 도중 기자가 미리 제출한 질문내용을 대통령이 모두 답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간에 쫓겨 사회자가 ‘다음 질문’을 강요하는 듯한 진행모습은 좋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기자회견 도중 여덟 번째 질문인 공적자금의 공과나 추가투입계획관련 질문에 답변하던 도중 앞선 질문이 생각난 듯 지방선거 조기실시론과 일본문화 개방 향후 계획에 대한 답변을 마저 하기도 했다.

지난 해 연두기자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언론개혁 문제를 들고 나왔다. 김 대통령은 언론개혁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높아가고 있다면서 언론인, 시민단체, 언론전문가 등과 함께 언론개혁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나온 백수십명의 기자들 중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에 대해 질문한 기자는 없었다.

김 대통령의 발언 이후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 언론사주 구속 등으로 지난 1년 내내 온 나라가 '언론개혁' 논쟁으로 시끌벅적했던 것을 생각하면 대통령의 중대 발언, 게다가 바로 자신들의 문제인 언론개혁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없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의 질문자와 질문 내용을 사전에 결정하는 오랜 관행 때문이었다.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기자단의‘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혹평을 받아온 연두기자회견의 형식을 바꾸자는 요구가 해마다 제기되고 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아직 변화의 조짐은 없다. 과연 연두기자회견은 대통령의 일방적 정견발표를 위한, 기자들과 사전에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진행되는 의전 행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가.

***“청와대 기자실 개방해야”**

한편 올해 기자회견에서 불거진 대표적인 문제로는 항상 반복되는 질문자 선정문제와 기자실 개방문제를 들 수 있다. 올해는 조선일보 기자와 연합뉴스 기자가 출입기자단이 합의한 엠바고 파기 문제로 질문자를 선정하는 추첨 자체에 끼지 못하는 징계를 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일부 기자들은 “차제에 아예 기자실을 개방해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기자는 지난 5일자 초판 <전면개각 이달중 단행>이란 기사에서 기자단 보도유예 합의사항인 ‘14일 대통령 기자회견 예정’을 언급해 징계를 받았고, 연합뉴스 기자는 지난 9일 역시 엠바고 사항인 <이희호 여사, 김의원 간병차 LA방문>을 보도했다가 같은 날 관련기사 전문을 취소한다는 정정기사를 내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으나 결국 같은 징계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 엠바고 파기사건의 경우 조선일보 기자는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아니라 엠바고 여부를 모르는 데스크에 의해 삽입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고 이후 같은 날짜 배달판에서는 관련문구를 ‘이달 중순쯤’으로 수정했다. 연합뉴스의 경우 “청와대 출입기자가 아니라 LA 주재기자가 작성한 기사이며 미주한국일보에 관련기사가 당일 먼저 크게 보도돼 사실상 엠바고를 지킨다는 의미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징계에 합의한 기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기자는 “필요하기 때문에 합의로 엠바고를 건 것인데 깨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해당기자의 해명을 받아들이더라도 징계는 해당기자에 대한 의미보다는 해당사에 대한 징계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엠바고의 필요성에 대한 언론계내의 해묵은 논쟁이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 엠바고 파기논쟁은 결국 폐쇄적인 기자실 운영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엠바고 파기로 인한 징계 자체에 대해서는 신경쓰지도 않는다. 이같은 문제재발을 막으려면 차제에 청와대 출입기자실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입기자실을 없애고 대신 브리핑룸을 만들어 필요할 때만 자유로운 기자회견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기자실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직업이 청와대 출입기자인 사람까지 생겨날 정도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 기자단이 모범이 돼 기자실을 폐쇄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특히 지방지중에는 취재는 거의 안하면서 청와대 출입을 거의 10년째 하고 있는 기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하는 역할은 주로 민원해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짜여진 각본에 의한 연두기자회견은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막아 대통령이 제대로 된 민심을 전달받거나 기자들의 비판적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 등이 원천봉쇄된다는 문제점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경기도 성남시청이나 충북 옥천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자실 폐쇄운동이 이제는 청와대 등 정부 중앙부처에도 번져나갈 때가 됐다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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