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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으론 해결 안돼"

아프간 반군지도자 '유언'

다음은 지난 10월 25일 탈레반측에 붙잡혀 처형된 아프간 반군 지도자 압둘 하크가 처형 2주일전인 10월 11일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아나톨 리븐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아프간 신정권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됐던 하크는 미군 공습 시작 나흘만에 가진 이 인터뷰에서 미국의 무력행사는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할 뿐임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이 지난 2일 보도한 이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아마도 미국은 벌써 행동 방침을 결정했을 것이고,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한다 해도 별 소용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군사행동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고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난다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지금 미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아프간의 모든 분파들을 포괄하는 단일한 정치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프간내 여러 분파들의 분열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각기 이들을 지원하는 주변국들의 분열도 심화돼 지역 전체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공습이 먹혀들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공습이 시작되기 전, 아프간 국민들은 매우 걱정스러워했고 탈레반에 대한 지지도 아주 낮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겁먹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일단 공습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별거 아니잖아. 이보다 더한 일도 겪었는데, 뭐. 이 정도는 견뎌낼 수 있어”

나 자신이 전쟁터에서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병사들은 겁에 질려 도망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되돌아서서 적과 대면합니다. 잃어버렸던 용기를 되찾은 것이지요.

최근 몇주간 탈레반에 대한 지지가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탈레반 내의 반란을 유도하기 위해 애써 왔지만 미국은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공격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같군요.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최상의 해결책을 제시했는데도 말입니다. 나에겐 커다란 후퇴입니다.

물론 미국은 계속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돈으로 말입니다. 폭탄은 안 됩니다. 탈레반 최고지도부는 공습이나 대화로 변화할 인물들이 아닙니다. 그동안 나는 탈레반 내의 2진급 사령관들과 전(前) 무자헤딘 전사들, 그리고 부족 원로들과 대화를 지속해 왔습니다. 나는 이들에게 탈레반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는 것과 함께 이를 거부하는 세력들과는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도록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한결같은 응답은 그런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탈레반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탈레반측의 대부분은 북부동맹에 가담하려 않습니다. 또 북부동맹이 권력을 잡도록 해서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북부동맹은 자신들과 싸운 세력들에 대해 복수를 할 것이며 이는 사람들을 탈레반쪽으로 몰아내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북부동맹이 공격을 하도록 허용해서도 안 됩니다. 최소한 수도 카불과 동부, 남부 지역(파쉬툰족의 본거지)을 공격하도록 놔둬서는 안 됩니다.

탈레반측의 많은 사람들은, 내가 말한 대로만 된다면, 탈레반을 떠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을 미국 관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밑의 어느 누구도 기꺼이 책임을 지고 이같은 결정을 내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공습을 계속하고 북부동맹을 돕는다면 사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문제는 북부동맹이 카불을 공격하고 양민들을 학살하기로 결정한다 해도 미국이 이들 북부동맹의 사령관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무슨 방법으로 그들을 통제할 수 있습니까? 그들에게도 공습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합니까?

탈레반은 주로 파쉬툰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따라서 탈레반 제거의 열쇠도 파쉬툰족이 쥐고 있습니다. 탈레반 정권이 약화될 때마다 이들은 파쉬툰 민족주의에 호소합니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합니다. 탈레반 축출은 두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탈레반을 분열시키고 제거하는 군사작전은 아프간인들에 의해 수행돼야 합니다. 미국이 끼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 다음은 아프간의 모든 부족 집단 대표들이 참여하는 로야 지르가(부족협의회)의 창설입니다.

우리는 유헐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탈레반은 수정구슬과도 같습니다. 그들은 매우 단단하지만 쉽게 깨질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타격을 가한다면 탈레반은 수백만 조각으로 갈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간 전체에 대한 공습은 올바른 타격방법이 아닙니다. 공습이 아니라 중앙지도부를 잠식해 들어가야 합니다. 중앙지도부는 극소수의 폐쇄적 집단인데 이들이야말로 단결을 유지하는 유일한 요소입니다. 만약 중앙지도부가 파괴된다면탈레반 전사들은 총과 담요를 들고 집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탈레반의 종말이 오는 거죠.

그러나 미국은 힘을 과시하려 하고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겁을 주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프간인들의 고통이나 희생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런 미국의 태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프간인들의 고통은 아랍의 광신도들 때문인데, 지난 80년대 누가 이들을 아프간으로 끌어들이고, 무기와 기지를 공급했는지를 아프간인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미국인, 즉 중앙정보국(CIA)이었습니다. 아랍의 광신도들을 아프간으로 끌어들여 무장시킨 미국인들이 본국에서 훈장을 받고 승진을 하는 동안, 아프간 사람들은 이 아랍 광신도들과 그들의 동맹세력들 때문에 온갖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제 미국이 공격을 받자, 미국은 이 모든 일을 저지른 미국 스스로가 아니라 그 피해자인 아프간을 또다시 ‘응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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