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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패권질서 강화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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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패권질서 강화 경계

이명우/在中 언론인

중국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의 복잡한 입장이다.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 주석은 지난달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국제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테러와의 싸움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싸움이 테러를 자행했거나 테러리스트를 비호한 국가나 단체들에 대한 전쟁까지를 용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장주석은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두가지 원칙을 밝혔다. 하나는 어떠한 종류의 테러에 대해서도 중국은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모든 종류의 테러 폭력과 싸우기 위해 미국 및 국제사회와 대화 및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테러 응징을 위한 전쟁은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유엔의 합의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각국 외무장관들과 미-중 양국 유엔 대표들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 서서 협상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같은 입장은 그후 첸치천(錢其琛) 외교담당 부총리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도 거듭 강조됐으며, 중국 외교부 주방자오(朱邦造) 대변인도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입장을 정리해 밝혔다.

중국이 이같은 두가지 원칙을 세운 데는 이번 테러사건이 중국 및 국제사회에 몰고올 여파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깊은 통찰이 있었다는 게 베이징(北京) 외교가의 분석이다.

하나는 이슬람 분리주의에 반대해야 하는 국내문제 때문이다.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로, 특히 신장(新疆)위구르자치주와 티베트에는 분리독립을 위한 움직임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이중에서도 신장지역 위구르족들의 분리주의 운동에는 아프카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깊숙이 간여해 있다는게 중국의 시각이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 정권이 등장한 후 신장지역에서의 테러사건은 급증했다. 지난달 29일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도 탈레반 전사로 포로가 된 위구르족 이슬람교도 2명의 말을 인용, 아프간 집권 탈레반이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분리주의 단체를 지원해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아프간 반군 북부동맹과 전투도중 생포돼 판세르 계곡 반군 거점 수용소에 수감중인 위구르족 전사 2명의 증언을 인용,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 등이 위구르족 분리주의자들을 훈련시키는 등 독립국 건설을 지원해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99년 이슬람 교리를 공부하러 신장에서 카불로 떠났던 압둘 자릴과 누르 무하마드는 탈레반측의 종용으로 반군들과의 전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으며 자신들의 목표는 “고향으로 돌아가 중국 서부에 이슬람 독립국을 세우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들은 빈 라덴이 자금을 지원하는 탈레반 정예부대인 055여단에 소속돼 반군세력과 싸워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배경에서 탈레반 정권 전복을 목표로 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은 중국으로서는 ‘손대지 않고 코를 푸는’ 격이 된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이다.

중국이 90년대 후반부터 타지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나라들을 상대로 상하이(上海)조약 5개국 정상회담을 해마다 개최하며, 장 주석이 빠지지 않고 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것도 이슬람 분리주의 운동 확산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가운데 중국내의 이슬람 분리주의 운동을 지원, 중국이 눈엣가시처럼 여겨온 탈레반을 미국이 나서서 처리하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두손을 들고 반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와 함께 이번 테러사건을 계기로 미국과의 갈등을 청산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이점도 있을 수 있다. 장주석이 9.11테러 사건 직후 부시대통령에게 거의 리얼타임으로 조전을 보내 테러 개탄 입장을 밝힌 것이나 탕자쉬안 외교부장을 미국에 급파, 협력을 약속한 것도 그같은 배경에서라는 외신보도도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 등 인접국들이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폐쇄한 직후 신장지역에 경계병력을 증파하고, 국경을 통제하는 등 기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의 우려 또한 적지 않다. 미국의 공격후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질서는 어떻게 될까. 중국의 고민은 사실상 여기에 있다. 중국은 상하이 조약 5개국 정상회담을 해마다 개최하며 중앙아시아를 사실상 중국의 영향권 아래 묶어놓았다.

중국은 이들 세력을 규합해 이슬람 분리주의 운동의 중국 진입을 막고 미사일방어(MD)계획 등 미국의 이른바 패권적 질서를 견제하는 또 하나의 보루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번 테러 응징전쟁 결과 아프가니스탄에 친미적인 정권이 들어서고, 이와 더불어 그동안 미국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중앙아시아 지역에 미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는 것을 중국으로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의 이같은 우려는 전혀 근거없는게 아니다. 우선 미국과 사이가 나쁜 한편, 중국에게는 입속의 혀처럼 놀았던 파키스탄이 미국의 위세에 눌려 전폭적인 협력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타지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각국들이 비행장을 미 공군에 개방키로 하는 등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 하고 있다.

미국의 대아프간 군사작전이 장기화되면 장기화될수록 중앙아시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더욱 증대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 중심의 질서가 더욱 강화되는 것도 중국이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다. 중국은 구소련 붕괴후 미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주목받아왔다. 중국 역시 제3세계 국가들의 이익을 옹호하며 ‘내정불간섭’ 등 원칙주의 외교를 고수, 미국의 독주를 막는데 노력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앞으로도 이같은 입장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미국의 일극 질서가 더 강화되면, 미국에 버금가는 ‘21세기 강국’을 꿈꾸는 중국의 꿈은 무산되거나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이번 사건은 중국으로서는 ‘잘돼야 본전’에 불과한 골치아픈 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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