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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간 통상 임금…노동계-재계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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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간 통상 임금…노동계-재계 정면 충돌

정기 상여금 통상 임금 포함 여부 두고 격돌

장시간 노동 개선인가, 중소기업 도산인가.

5일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에서 통상 임금의 범위를 둘러싸고 노동계와 재계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노동계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포함해야 왜곡된 임금 체계를 바로 잡고 장시간 근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재계는 통상 임금 범위가 늘어나면 기업 부담이 늘고 중소기업은 도산 위기에 처한다고 맞섰다.

통상 임금이란 노동자가 소정의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받는 임금을 의미한다. 통상 임금 범주에는 기본급과 직책 수당 등이 포함됐으며, 통상 임금을 근거로 휴일·연장 근로 수당, 연·월차 수당, 퇴직금 등이 책정된다.

"노사 자율 결정 사항…판결 뒤집히면 기업 부담 증가"

피고 소송 대리인인 김앤장의 이제호 변호사는 "(법원 판례상) 통상 임금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 1개월 이내에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충족되는 임금"이라며 "상여금은 소정 근로뿐 아니라 여러 사유를 포함해 책정되고 연간 단위로 지급되며, 경영 상황에 따라 미지급되기도 하므로 통상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통상 임금 범위는 노사가 단체협약에서 자유롭게 합의했다"며 정기 상여금이 통상 임금에 포함되면 신뢰가 깨지고 사회적인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통상 임금으로 늘어날 재계 부담이 38조5500억 원이고, 중소기업 부담은 14조4000억 원"이라며 "이 임금이 체불 임금으로 인정되면 중소기업은 도산 위기에 처한다"고 강조했다.

"평일 시급과 휴일 시급 역전…장시간 노동 개선해야"

원고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새날의 김기덕 변호사는 "각종 정기 수당과 정기 상여금은 기본급과 전혀 다르지 않은 원리로 고정적, 정기적으로 지급된다"며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주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 정기 상여금도 소정 근로에 대한 임금"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통상 임금 문제는 노동 시간 문제와 직결된다"며 "정기 상여금이라고 통상 임금에서 제외하면 연장·휴일 근로를 할 때 법정 근로에 의해 받았던 임금보다 더 적은 임금을 지급받는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상 연장·휴일 근로에 대한 임금은 통상 임금의 1.5배여야 한다. 그런데 기본급을 줄이고 상여금을 늘리는 기업들의 임금 지급 관행 때문에 초과 노동 시급과 평상 시 시급이 역전되고, 기업은 장시간 노동을 장려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사가 단체협약에서 통상 임금에 정기 상여금을 빼기로 동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법원이 거기까지만 통상 임금이라고 판결하니까 몰라서 합의했다"며 "정기 상여금이 통상 임금인 줄 알았다면 당연히 포함시켜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 진작 등 선순환 경제 효과 vs 혜택 보는 쪽은 주로 정규직"

질의응답 시간에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대법원장이 "(통상 임금 확대에 따른) 소비 진작, 내수 증대, 선순환 경제 효과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사측 대리인은 "우리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기에 내수가 별로 증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근로시간이 줄어든다고 반드시 고용이 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통상 임금의 범위가 넓어져도 그에 맞게 임금 체계가 재편되므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 38조 원은 과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사측 대리인은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함해서 전체 근무자가 일시에 6년 치 금액을 다 받을 때를 전제하면 그렇다"고 말했다. 반면 노측은 "한국노동연구원 추산으로는 21조 원이며, 실제로 소송해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4조~5조 원 정도"라고 말했다.

대법관이 노측에 "통상 임금 확대로 혜택을 보는 쪽은 주로 대기업 정규직일 뿐이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노측 대리인은 "통상 임금 문제는 왜곡된 근로기준법의 노동 시간 문제를 (주 40시간 근로에 맞게) 원위치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기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포함하면 기업 부담이 늘어 고용률이 1% 감소한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서 노측 대리인은 "초과 금액은 초과 근로를 하기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법을 준수하고 초과 근로를 시키지 않는다면 상여금과 성과급을 다 포함해도 초과 근로 수당은 0원"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개 변론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상반된 기대를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오늘 공개 변론에서 노사 관행, 노동시장 상황 등을 적극적으로 파악하려는 대법원의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대법원이 노동자들의 땀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도록 통상 임금의 올바른 기준을 다시 한 번 정립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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