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난 17일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20일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는 과학실에서 일하던 보조교사 A(53·여) 씨가 자신이 일하던 초등학교 등나무에 목을 매 숨진 것을 17일 새벽 6시께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사망 현장에서는 고인이 청와대와 교육청 등에 접수한 민원 내용과 답변서가 발견됐다. 해당 민원서에는 '억울하고 분하다, 배신감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비정규직의 비참한 세상을 절감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비정규직본부에 따르면, A 씨는 행정·과학·전산 등 업무가 통합되면서 업무량이 늘어 당뇨 증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치료를 받기 위해 지난 6월 결국 '질병으로 인한 퇴직' 신청을 했고, 고용안정센터에 실업 급여를 신청하러 갔다가 뒤늦게 '무급 휴직 제도'가 있음을 알게 됐다.
13년 일한 학교 비정규직인 본인의 경우 '질병 휴직' 60일을, 정규직인 공무원은 질병 휴직 1년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안 A 씨는 뒤늦게 학교에 다시 찾아가 퇴직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이미 다른 인력을 채용해 퇴직을 취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교비정규직본부는 "A 씨는 청와대 국민신문고와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으나 퇴직 처리를 취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차별적인 현실이 결국 안타까운 죽음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학교비정규직본부는 21일 오전 11시 교육부 후문 앞에서 A 씨의 죽음을 추모하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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