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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5억 날린 용인시…박원순은 피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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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5억 날린 용인시…박원순은 피해 갈까?

[경전철 논란 ④·끝] 서울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들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경전철 확대 재추진 방안이 논란이다. 토목 사업에 주력한 전임 시장들을 비판하고, 부작용이 큰 전시성 사업을 하느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시장으로 기록되고 싶다"고 했던 박 시장이었기에 논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박 시장에게 적대적인 이들뿐만 아니라 그간 우호적이던 이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달리, 토목이라도 필요한 건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프레시안>은 서울시 경전철을 둘러싼 논란을 찬찬히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경전철 논란
① 박원순, '민자의 늪'으로 걸어 들어가나
② 주민들에게 물었다 "경전철, 어떻게 보시나요?"
③ "경전철 목동선? 4대강·용인 꼴 날까 걱정"

서울시의 대규모 경전철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전국 지자체에서 경전철 사업이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는 지방 도시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1000만 명이 이 좁은 도시에 살고 있지 않느냐. 비교할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공공 교통 수요가 높은 서울시의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제 1] 건설비 부풀리기 감시·감독

서울시가 예측 수요나 타당성을 정확히 조사했다 하더라도 숙제는 남는다. 건설비 부풀리기와 부실 건설·운영 문제가 대표적이다. 감사원이 지난 4월 30일 발표한 '경전철 건설 사업 추진 실태' 보고서에서 이 점은 잘 드러난다.

감사원 보고서는 중앙 정부 차원의 '경전철 표준 설계 기준'이 전무하다고 지적한다. 그런 탓에 건설사들이 경전철보다 건설비가 더 드는 일반 철도나 지하철 설계 기준을 경전철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과다 설계로 낭비된 세금이 용인 경전철에 44억 원, 광명 경전철에 36억 원이며, 이를 앞으로 건설될 전국 경전철 사업에 적용하면 8400억 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총사업비를 늘릴수록 건설 보조금이 늘어난 사업비 비율만큼 지급되고, 비용은 운영 수입 보장을 통해 회수되므로 공사비를 절감할 필요성이 적어진다"며 "과다한 건설비가 경전철의 이용 요금으로 전가되거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공사가 중단됐던 우이-신설 경전철 노선만 해도, 오세훈 전임 시장 시절인 2007년 민간 사업자가 철근의 피복 두께를 터널 내측 80mm, 터널 외측 100mm로 제안했다가 2009년 실시협약에서 터널 내·외측을 모두 60mm로 변경했음에도 서울시는 총사업비를 감액하거나 안전성을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승인했다. 감사원 지적이 아니었다면 시정하지 못했을 부당 이득이 6억3100만 원이었다.

▲ 9일 양천구 신월동에 내걸린 현수막. ⓒ프레시안(최하얀)

[과제 2] 부실 건설·운영, 안전 관리

감사원은 부실 건설·운영 문제도 제기했다. 일례로 의정부 경전철은 지난 겨울에만 해도 6번이나 운행이 중단되는 사고를 겪었다. 민자 사업자가 경전철 차량이 눈과 얼음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눈을 녹이는 '융설 설비'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개통한 탓이다. 추가 설비 설치에는 수백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상윤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은 "현재 개통돼 운영 중인 국내 경전철은 통신 문제, 전력 문제, 차량 자체 문제, 선로 문제 등의 이유로 운행이 중단된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무인 운전과 무인 역사를 전제로 설계된 것도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나 정책위원은 "지금까지 사고에서 차량 결함의 문제는 일부분이었고 큰 사고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특히 무인 운전 시스템 아래서 안전을 담보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서울시의 경우 연구 용역의 주장(혼잡도 150%)대로 수요가 충분하면 무인 운전은 안전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제 3] 민자 사업자와 벌이는 분쟁

건설 문제가 재정 사업이든 민자 사업이든 상관없이 불거지는 문제라면, 민자 사업자와 벌이는 분쟁은 전적으로 '민자 사업' 방식에서 비롯하는 위험이다.

용인시는 2004년 경전철 민자 사업자와 실시협약을 체결했으나, 민자 사업자가 제출한 준공 보고서를 2010년 '부당 반려'했다가 분쟁에 휘말렸다. 용인시가 민자 사업자에게 수개월이 걸리는 '방음벽 설치 공사, 침수 방지 보완 공사' 등을 15일 이내에 시정하지 않으면 '사업 시행자(민자 사업자) 의무 불이행'으로 실시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에 용인 경전철 민자 사업자는 2011년 1월 '용인시의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실시 협약을 해지했으며, 용인시가 경전철 민간 투자비 5158억 원은 물론이고 민간 투자비에 대한 기회비용 2627억 원 등 7785억 원을 물어내야 한다는 판정을 얻어냈다. 민자 사업자는 경전철을 30년간 운행할 때보다 126억 원(2012년 기준) 더 이익을 보고,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손을 뗐다.

반면 용인시는 지난해 4월 민자 사업자에게 지불할 배상금 7785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채 최대한도인 5153억 원어치를 발행했으며, 새 민자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350억 원을 지급해야 했다. 용인시가 직접 재정을 들여 사업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실이었다.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사례에서 '해지 시 환급금'으로 호되게 당한 전례가 있다. 9호선 사업에는 총비용 3조5680억 원 가운데 민자 6631억 원(18.6%)이 들어갔는데, 서울시가 예상하는 해지 시 환급금 규모만 8000억 원대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민자 사업자에게 '해지 시 지급금'을 지불하면 (서울시) 재정 사업보다 더 큰 재정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면서 "사업자 귀책사유로 인한 '해지 시 지급금 지불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자 사업자가 '서울시 귀책사유'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해 승소했을 때, 민자 사업자에게 막대한 지급금을 지불할 위험은 여전히 남는다.

게다가 '해지 시 지급금'이 아니어도 분쟁의 소지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당장 서울시는 지하철 요금 인상을 놓고 여전히 서울메트로9호선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메트로9호선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운임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시의 반려 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며, 1심에서 패소한 뒤 지난 6월 항소했다.

사업 시행 단계의 부실이나 분쟁 사례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노선을 결정하고 사업 추진 계획을 세우는 초기 단계"라며 "지금 단계에서 논의될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 바뀌면 끝? 민자 사업 정보 공개 및 감시 조례 만들어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시 체제를 강화하는 것도 과제로 남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겠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공개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사항이 조례로 법제화된 것도 아니다.

경실련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민자 사업 관련 조례 실태' 결과를 보면, 전국의 244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민자 사업자와 체결한 실시협약 사항을 의회에 보고하는 곳은 부산시, 서울 강남구, 익산시, 순천시, 창원시 등 5개에 불과했다. 민자 사업 심의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조례로 명시한 지자체도 경기도, 광주시 서구, 남양주시, 대구시, 서울 강남구 등 5개 단체에 불과하다. 지자체장이 바뀌면, 의회에 대한 보고나 정보 공개 없이 사업이 밀실에서 추진될 수 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경실련은 이 같은 점을 근거로 "민자 사업에 대한 감시와 검증 역할을 하기에는 조례 수준이 역부족"이라며 "의회 동의, 보고, 의견 청취 강화, 민간투자심의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재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전철, 종합적 대중교통 체계 분석 아래 차근차근 추진해야"

"이게 최선이었나?"

이번 서울시 경전철 사업 발표에 시민사회 진영은 아쉬움을 표했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대규모 사업을, 그것도 민자로 한꺼번에 추진한다는 점이지만, '경전철'을 미리 정답으로 상정한 것 같은 발표에도 의문은 남는다는 지적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은 "도로 중심 교통을 친환경적인 궤도 중심으로 바꿔야 하긴 하지만, 대안을 미리 경전철이라고 정해놓고 타당성을 분석하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며 "예를 들어 공사비가 덜 들고 친환경적인 트램(노면전차)도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9개 노선 가운데 8개 노선에 트램을 들일 예정이며, 수원시도 수원역에서 광교까지 트램을 놓기로 계획하고 있다. 단, 트램은 교통 혼잡이 극심한 곳에는 도입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경전철 또한 신도시와 같이 급격한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며 박 연구위원은 "교통 소외 계층이 많고 한산한 서울시 외곽 지역에는 트램 궤도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용객 수요가 많은 지역은 경전철보다는 지하철을 건설해서 미래 수요까지 감당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상윤 정책위원은 "서울시 용역 보고서는 노면전차(트램)를 저평가했는데, 이는 기존 도로와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전철을 대부분 지하로 건설하겠다는 것과 무인 운전 시스템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며 "도로 이용을 줄이고 차량 수요를 관리하는 도시 계획 차원으로 접근한다면 노면전차 시스템이 오히려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정책위원 또한 서울시가 경전철 사업 그 자체의 사업 타당성을 조사했을 뿐, 다른 대중교통을 포함한 종합적인 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선 경전철은 시내버스와 기능이 겹친다는 측면에서 대중교통 수단별 타당성 분석이 선행됐어야 한다"며 "시내 버스와 경전철의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해서 경전철이 더 우수하다고 판명된 노선만 일단 선별적으로 추진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나 정책위원은 "서울시는 재정 투자로 경전철을 건설하면 한꺼번에 10개 노선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민자 방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통해서 시내 버스와 경전철 노선을 적절하게 분배했다면 민자 방식이 아닌 재정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재정 사업의 경우 서울메트로와 서울지하철의 차량 기지 활용 가능성, 정비 및 시설 관리 등의 비용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 수단은 시민들이 선택하는 것이고, 버스 등 다른 대안이 있어서 이걸(경전철)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타당성 확보가 됐기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트램 도입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위례선 등 여건이 되는 곳에서는 트램을 적용하고 있다"며 "트램은 도로를 많이 차지해서 (경전철을 도입하려는 구간에)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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