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세금 폭탄론, 민주당의 정치적 자살 행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세금 폭탄론, 민주당의 정치적 자살 행위!

[복지국가SOCIETY] 박근혜 공약 포기, 보편·누진 증세로 압박해야

취임 100일을 맞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광장의 천막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은 대단히 잘못됐다"며 "세금 폭탄 저지 서명 운동을 내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는 이러한 상황 전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2013년 세법 개정안의 '한계와 잘못'을 논리적으로 지적하고 올바르게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도 그것의 한계와 잘못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2013년 세법 개정안의 잘못으로 지적하는 '소득 공제의 세액 공제 전환'은 기실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올바른 조치이며, 이에 대해 "세금 폭탄"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크게 잘못된 것이다.

민주당, 종부세에 '세금 폭탄론' 꺼내든 한나라당 교훈 잊었나

참여정부 후반기에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추진하자 당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는 "세금 폭탄"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공론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노무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더욱 가속화되었고, 한나라당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당시 종합부동산세제의 적용을 받아 납부 대상자가 된 사람은 전체 국민의 1.3%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당시 박근혜 대표의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은 마치 모든 국민에게 세금이 더 부과되는 것처럼 "세금 폭탄"론을 무차별적으로 투하했다. 이것은 진실을 호도한 전형적인 선동 정치였고, 복지국가를 향한 우리나라의 역사적 발전을 가로막는 '저질' 정치 행위였다.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정부가 상위 1.3%를 대상으로 하는 종부세제를 추진하자 '세금 폭탄론'을 들고나왔다. 사진은 뉴라이트 네트워크 주최로 2005년 10월 19일 성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세금 폭탄 저지와 알뜰 정부 촉구 대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경고 메시지를 뜻하는 노란 카드를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

그런데 이번에는 황당하게도 민주당이 '세금 폭탄론'을 꺼내들었다. 그것도 당 대표가 직접 나서서 '세금 폭탄 저지 서명 운동의 시작'을 선언했다. 나는 민주당의 이러한 "세금 폭탄"론이 과거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의 "세금 폭탄"론보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발전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자본 세력과 기득권 계층을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보수적 자유주의' 정당인 한나라당(지금의 새누리당)은 기회만 포착되면 언제라도 "세금 폭탄"을 투하하면서 그들의 신자유주의 이념과 '작은 정부' 논리를 관철하는 것이, 비록 우리의 정치 공동체인 대한민국의 발전에는 저해되지만, 그들의 존재 이유와 정치적 이득에는 잘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와 논리적으로 경우가 많이 다르다. 민주당은 중도적 자유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을 주축으로 삼아 민주 진보의 방향으로 복지국가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정당이다. 우리 국민이 민주당에 기대를 걸고 지지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이러한 민주당의 정당 정체성 때문이다. 즉, 우리 국민은 민주당이 집권 여당 주도의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의 논리에 대항하고,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중심축으로 삼는 '보편주의 복지국가' 건설을 정치적으로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수적 자유주의 정치 세력의 전매특허인 "세금 폭탄"론을 민주당이 꺼내든 것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건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적 자살 행위'에 다름 아니다.

▲ 박근혜 정부의 2013 세제 개편안에 반대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도심 거리에서 열린 '중산층·서민 세금 폭탄 저지 특별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득 공제를 세액 공제로 전환하면, 중산층 16만 원↑ 고소득층 865만 원↑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누진세제다. 소득의 과세표준이 1200만 원 이하이면 6%의 세율이 적용되고, 1200만 원 초과 4600만 원 이하이면 15% 세율, 4600만 원 초과 8800만 원 이하이면 24% 세율, 8800만원 초과 3억 원 이하이면 35% 세율, 3억 원 초과이면 38%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소득 공제가 너무 커서 소득세제의 누진성이 약화되는 결과가 나타나는데, 이건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므로 과세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정부가 이번 2013년 세제 개편에서는 소득 공제를 대폭 세액 공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결과적으로 상위 소득자 28%는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고, 하위 소득자 72%는 세금을 적게 내게 된다.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연소득이 3450만 원을 넘는 중산층 434만 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즉, 2013년 세제 개편으로 연소득 3450만 원 초과 4000만 원 이하인 사람은 현재보다 연간 1만 원의 세 부담이 더 늘어난다. 연소득 4000만 원 초과 7000만 원 이하인 사람은 현재보다 연간 16만 원의 세 부담이 더 늘어난다. 그런데 7000만 원 이후로는 가파르게 세 부담이 더 늘어난다. 7000만∼8000만 원은 연간 33만 원, 8000만∼9000만 원은 연간 98만 원, 9000만∼1억 원은 연간 113만 원, 1억∼1억1000만 원은 연간 123만 원, 1억2000만∼1억5000만 원은 연간 256만 원, 1억5000만∼3억 원은 연간 342만 원, 3억 원 초과는 연간 865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이번에는 '소득 공제의 세액 공제 전환'으로 인한 실효세율의 변화를 살펴보자. 실효세율이란 각종 공제를 제외한 후 납세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세액이 총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소득에서 경비를 빼고 세율을 곱하는 소득 공제 방식에서 세율을 먼저 곱하고 나중에 경비를 빼주는 세액 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면 고소득층에서는 실효세율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한다. 즉, 이번 조치로 인해 총 급여 4000만~7000만 원 구간의 실효세율은 0.3%포인트 상승(6000만~7000만 원 구간의 경우 실효세율이 현행 4.4%에서 4.7%로 상승)하는 데 비해, 7000만~8000만 원에서는 0.5%포인트 상승하고, 8000만~9000만 원 구간에서 1.1%포인트로 급등한 후, 1억2000만~2억 원 구간까지 상승 곡선을 그리는 구조로 설계됐다. 특히 1억2000만~1억5000만 원 소득자는 실효세율이 현행 12.0%에서 14.0%로 2.0%포인트나 올랐다.

이번 '소득 공제의 세액 공제 전환' 조치가 실현되면, 우리나라 조세 체계는 누진성이 강화되고, 형평성이 제고되는 진보적 성과를 얻게 된다.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은 지금보다 세금이 더 줄어든다. 여기에 더해,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자녀장려세제(CTC)의 신설로 인해 연소득 4000만 원 이하인 가구는 추가적인 소득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소득 공제의 세액 공제 전환' 조치 자체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반대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은 누가 하든 간에 인정하고 지지하는 게 옳은 자세다.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 못했던 것을 이번 정권에서 하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이며, 이 일은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임에 틀림이 없다.

박근혜 정부, 대기업 증세 손 놓고 간접 증세한 건 한계

나는 박근혜 정부의 이번 세제개편안이 '소득 공제 → 세액 공제 전환' 조치라는 진보적이고 전향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뚜렷한 한계를 지닌 미흡하고도 잘못된 조치라고 생각한다.

첫째, 이번 세법 개정안은 근로소득세 부분만 주로 건드렸을 뿐이고, 법인세와 금융 거래세 등 전반적인 세제 개편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대기업과 고소득 자산가들에게는 별로 손댄 게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둘째, 38%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과세표준을 현행 3억 원 초과에서 1억2000만 원 또는 1억5000만 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조치가 없었다. 여기에 더해, 40%나 42%의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과표 구간을 신설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셋째,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 등의 직접적 증세가 아닌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한 간접적 증세에 국한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공약 지킬 의사 없다

2013년 세제 개편안이 확정될 경우, 우리 국민은 2014년에 4300억 원, 2015년 2조5500억 원, 2016년 2조6000억 원, 2017년 2조5900억 원을 지금보다 더 내게 된다. 그러므로 이번 조치로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 늘어나는 세금은 모두 8조1700억 원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는 복지국가를 만들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지킬 수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고령화 등 인구학적 변화로 인해 자연적으로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처하기에도 부족하다. 4년간 8조 원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 하나만 하더라도, 연간 약 10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세제 개편으로 얻는 재원은 고작 연간 2조 원이다.

고작 연간 2조 원짜리 세제 개편안을 놓고 엉뚱하게도 여야 간의 정쟁이 불붙고 있다. 기초연금 공약 하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연간 추가 소요 재원 10조 원의 20%에 불과한 2조 원짜리 세제 개편안을 놓고 이게 뭐하자는 건가? 어이없고 한심하다. 우리나라의 여야 정당들은 지난 대선 기간에 유권자인 국민들 앞에서 분명하게 '국민이 모두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숱한 공약들을 내놓았다. 그러므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복지국가 공약을 최대한 실천해야 한다. 패배했던 민주당도 스스로 내걸었던 복지국가 대선 공약을 정치적으로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게 책임 정치다. 복지국가 공약과 관련하여 민주당이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방법은 정부·여당이 대선 공약을 제대로 지키도록 압박하고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번 2013년 세제 개편안을 보건대, 정부 여당은 그들의 대선 공약을 지킬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이번에 박근혜 정부는 2012년 현재 20.2%인 조세 부담률을 정권의 마지막 연도인 2017년까지 21%로 조정하는 방안을 '향후 5년간의 조세 정책 방향'으로 제출했다. 조세 부담률을 GDP 대비 0.8%포인트만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2013년 GDP를 1300조 원으로 간주하면 이는 약 10조 원 정도의 증세에 그치는 것이다. 이 돈으로는 기초연금 공약 하나 시행하고 나면 끝이다. 그 많은 복지국가 공약들은 무슨 돈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그 답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국가 공약을 지킬 의사가 별로 없는 것이다.

"세금 폭탄"이라는 말 대신, '복지국가 증세'를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조세 부담률이 평균 36%이고, 대부분의 유럽 복지국가들에서 조세 부담률은 25∼30%를 상회한다. OECD 평균 조세 부담률 25%에 비해서도, 박근혜 정부의 2017년도 조세 부담률 목표치 21%는 매우 낮은 것이다. 여야 정당들이 지난 대선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리고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2017년도 조세 부담률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 23% 정도까지는 가야 한다. 이후 단계적으로 OECD 평균까지 도달해야 한다. 그리고 더 높은 조세 부담률로 나아갈 것인지 여부는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조세 부담률을 이렇게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중산층도 OECD 평균 수준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1% 부자 증세" 방식으로는 복지국가를 위해 필요한 소요 재정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득 상위 10% 또는 20%의 국민들은 부담 능력에 따라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

나는 민주당이 이러한 방향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당헌과 정강 정책에 명시되어 있는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실천하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1% 부자 증세" 방식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소득 상위 10∼20%가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내는 것은 지금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소득 불평등이 심한 사회는 역동적인 발전을 할 수 없고 침체와 붕괴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 상식에 속한다. 불평등과 격차를 개선하고 경제와 복지의 통합적 발전이 가능한 '역동적 복지국가'의 새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공적 영역'이 훨씬 더 커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과 진보 야당은 "세금 폭탄"이라는 조세 저항 조장적인 일체의 언사를 그만두고, '복지국가 증세'의 큰길로 가야 한다. 그래야 집권의 길이 열린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