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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꿈을 꿀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대안학교의 길<5> 우리 동네, 우리 학교

"아빠. 또 나가 ?"

퇴근해서 저녁 먹고 부랴부랴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녀석이 묻는다.

"어디 가?"
"동막천살리기 모임에…."
"에이~ "
"왜 ? 아빠한테 할 얘기 있어?"
"바둑이나 한판 둘려구…."
"(이크!) 알았어. 내일 두자. 오늘은 좀 봐주라, 응?"

오늘 저녁은 이곳 용인시 고기동에 있는 낙생저수지에 도시자연공원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추진되고 있는 수상골프연습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모임에 나가는 중이다. 서둘렀지만, 조금 늦었다. 이미 동네 어른들과 이우학교 학부모들, 교사 그리고 학생대표가 모여 있다.

각자 할당된 지난 주 일들을 공유하고, 다음 주 서명작업에 대해 작전계획을 세우고 나서 맥주집에서 동네 사람들과 하루 일과를 정리한다.

***내가 '탄탄대로'를 버리고 '샛길'을 선택한 이유**

이우학교에 딸 아이(중 3)를 보낸 지 3 년이 되었다. 친구들은 왜 안전한 탄탄대로를 놔두고 샛길을 찾아서 그 고생이냐고 걱정 반, 핀잔 반으로 나에게 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도 지금의 공교육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모두가 한결같이 이대로는 안된다고 비판하고, 그러면서도 현 교육제도에 맞춘 점수따기 경쟁에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내가 - 아이와 함께 - 대안학교 이우를 선택한 것은 적어도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교육은 학교에서의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가정에서 부모의 교육이 함께 해야 충실한 교육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첫 번째 이유이다.

아이는 물론, 부모조차 지금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불만을 가득 가지고서야 사람을 만드는 참된 교육을 실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학교만이 아이를 참된 사람이 되게 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친구들이 권하는 '기러기 아빠'가 되지 않았다. 또 대부분의 중등 과정의 대안학교는 시골에 있어서 부모하고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게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공부는 학교에서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해도 모자란다. 따라서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의 학창시절에는 행복한 자기 인생을 위한 자기만의 꿈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을 스스로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충분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고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일류 학교를 졸업하고도 '내 꿈이 뭐냐?' '나는 지금 내 꿈을 쫒아 가고 있나?' '지금 내 인생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곧바로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받아 온 교육은 무언가 놓치고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내가 경험한 기존의 틀에 박힌 교육 방식을 뛰어넘어 새로운 교육 철학과 방법론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이런 접근이 교실 안에서만 이뤄진다면 점수 따기 교육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갇힌 교육'이 될 것이다. 즉, 자기가 속한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추구하고 있는 것들을 구체적 실현해보는 '산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 세 번째 이유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함께' 잘 기르는 길을 찾아서**

지금 아이가 다니는 이 대안학교는 '학교 안' 교육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 '21세기의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교육공동체에서 지역공동체로'라는 슬로건 아래 학교와 교육연구소, 그리고 학부모회가 끊임없이 지역과 소통하면서 네트워킹 하고자 하는 것이다.

교육연구소는 새로운 대안학교의 모델 개발·설립·확산을 위한 실천적인 연구 및 개발 업무를 추진하는 전문기관으로서 '교육공동체 활동'이 주된 활동이나, 학부모나 교사, 지역주민 모두에게 열려있는 교육 프로그램(교육아카데미 등)를 통해 지역 공통체와 관련된 교육, 경험 나누기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이 진정으로 참된 교육이 되려면 학부모도 학교의 이상과 교육철학에 동참해야 한다. 생각으로만 동참하는 수준이 아니라 나의 생활이 학교에서 추구하는 교육목표에 부합되는 삶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학부모회는 교육공동체에서 지역공동체로 나가는 시작 버튼의 역할을 기꺼이 담당하고 있다.

때가 되면 교장실에 대표를 보내 이것 저것 챙겨주는 역할을 하는 여느 학부모회와는 달리, 거의 모든 학부모는 6개의 위원회로 조직돼 공식적으로 학교와 소통하고 지역과 소통한다. 아직은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해 보자.

'교과지원 위원회'는 학부모 인프라와 사회의 전문가를 활용해 학교 교과만으로 부족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내용은 교과의 성적을 올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아니고, 다양한 직업 소개, 아이들이 관심 갖는 분야의 전문가 연결, 어른들의 삶을 통한 생활철학과 경험 나누기, 방학을 이용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교과서에서는 불충분한 사회 속의 다양하고 살아 있는 교육적 자극을 시도하는 모임이다.

'생협 위원회'는 지역생협이나 농촌과 직거래를 통하여 학교급식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표면적인 일을 뛰어넘어, 아이들에게 먹거리를 통한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기 위하여 학교와 연계하여 생산현장 체험 지원 및 급식을 통한 먹거리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 이 위원회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지역에 생협을 꾸리고 지역민들과 함께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꿈을 실현하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 앞 동네로 이사 온 부모들 중에 초등학생 자녀도 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또 함께 생활하는 공동생활을 체험하는 '방과후 교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는 꼭 이우 학부모가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기 위해 '마을학교'를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 곳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책도 읽을 수 있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소화하기도 할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은 아이들만 위한 것이 아니라 평생교육의 장으로서 어른도 참여하게 될 것이다.

'환경 위원회'는 학교를 자연 친화적인 환경으로 꾸미기 위해 잔디를 심는다, 야생화를 심는다, 정자를 만든다는 등 부모들의 땀을 여기 저기에 쏟아 붓고 있다. 또 학교 안의 환경도 중요하지만 학교 밖의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기폭제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학교 주변의 동막천 살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지역'과 네트워킹 하면서**

동막천은 광교산의 물이 낙생저수지에서 잠깐 쉬었다가 학교 앞 용인시 동천동, 성남시 동원동이 만나는 지점에서 손곡천과 함께 모여 탄천을 따라 분당을 휘감고 한강으로 나간다. 아이들과 함께 동막천 주변의 수질과 생태를 조사하고 쓰레기 청소 등을 하면서 '이곳에서 멱을 감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꿈을 꾸었다.

아이들과 학부모의 힘만으로는 버거운 일이어서 행정관청을 들락거렸지만, 행정관청의 이기주의(동막천은 성남시와 용인시의 경계여서 서로 관리책임을 전가한다)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결과가 되었을 뿐이다. 우리들의 힘으로 자가발전(自家發電)하기 위하여 동네 어른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동막천의 원류인 낙생 저수지의 수상골프 연습장 건설계획을 듣고 보니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난개발 용인시'와 어떻게 싸운단 말인가!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들이지만, 그러고 나면 일신은 편할지 몰라도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는가' 하는 내면의 소리에 따라 학부모들은 동네 어른들과 '낙생저수지 및 동막천 살리기 운동본부'를 차렸다. 저수지를 자연상태로 지키는 것은 물론, 이 운동을 통해 지역주민을 네트워킹해 동막천을 살리고, 이 모임을 통해 궁국적으로는 도시 속에 동네를 만드는 하나의 씨앗을 뿌리려고 한다.

통상 공동체라고 하면 시골의 어느 한적한 곳에 마음 통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생활을 나누는 곳이 보통이어서 도시민들은 함께 하기 힘들다. 비록 아파트에 살지만, 지역의 모든 사람이 옛날 어렸을 때 동네처럼 100% 알지는 못해도, 지역의 공동선을 위해 틈틈이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도시 속의 동네'가 되지 않을까?

꿈은 혼자 달성할 수도 있고, 여럿이 함께 해야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내가 혼자 달성할 수 없는 꿈이라고 접어 둔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고, 혼자 꿈꾸다 그냥 접어 버리는 사람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지금은 불가능하게 보여도 나의 꿈을 감추지 않고 말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첫 걸음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공동체에서 지역공동체로'라는 슬로건은 현재는 꿈이지만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지역공동체로 가기 위해 어떤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로드맵이 있는 것도 아니니 우리들 세대에서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내 아이들, 혹은 녀석들의 아이들 또 그 아이들 세대에서 이뤄질지도 모르지만, 내가 먼저 이 화두를 놓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면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맥주집을 나서니 시원한 소나기가 온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비를 흠뻑 맞은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났다.
누르는 버튼을 보니, 윗층 사람인가 보다.
아는 사람이라면 '어찌 나와 똑같이 비를 맞았느냐고 한바탕 떠들 수도 있을 텐데….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
"…."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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