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가 받아들인 위헌 법률 심판 대상은 "일한 지 2년이 지난 파견 노동자는 원청 사업주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 2006년 12월 개정 이전의 옛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3항(고용 의제 조항)'이다.
이날 공개 변론에서 현대자동차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고용한 지 2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사용 사업주와 파견 근로자 사이의 직접 고용 관계를 간주하는 것은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측은 "파견 노동자를 2년 동안 고용한 것은 사용 사업주가 '계속 채용하겠다'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직접 채용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라며 "그러한 기업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으면 기업의 자기 결정권은 박탈된다"고 부연했다.
현대차 측은 또한 합법 파견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불법 파견된(제조업 내 사내 하도급) 노동자에게도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파견법이 '직접 고용 관계'가 성립하기 위한 근로 조건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용 의제 조항이 위헌이면 노동법도 위헌"
이러한 주장에 대해 현대차 사내 하청 노동자의 대리인은 "도급을 가장한 불법 파견은 지금이라도 속히 시정되고 바로잡아야 할 불법일 뿐"이라며 "청구인(현대차)의 주장은 불법적인 간접 고용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보호해달라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일축했다.
사내 하청 노동자 측은 "계약의 자유는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는데, 현실에서 근로 관계는 대등하지 않다"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법은 헌법 정신인 '근로자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 중간 착취 금지, 직접 고용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내 하청 노동자 측은 "(고용 의제 조항이) 위헌이라면 직접 고용의 원칙을 규정한 노동법도 위헌"이라며 "이번 헌법 소원은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노동법 자체를 헌법의 심판대에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논리대로라면 최저임금 제도나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아동 노동 금지, 임산부 야간 노동 금지 등 조항도 '기업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것이다.
▲ 현대차 비정규직의 눈물(자료 사진). ⓒ프레시안(김윤나영) |
"현대차의 위법한 이익까지 보호해야 하나?"
고용노동부 또한 의견서를 통해 "중간 착취의 위험이 있는 파견 근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라며 "불법 파견은 처음부터 직접 고용이 이뤄졌어야 할 영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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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사용 사업주는 파견법이 제정되고 나서야 기존에 금지되던 파견 근로자를 비로소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1998년 제정된 구 파견법이 애초에 사용하지 못하던 '파견 노동자'를 예외적으로 사용하도록 길을 터줌으로써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시켜줬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특히 "법상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 업무에는 간접 고용(파견 근로)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청구인(현대차)이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는 위법한 이익에 대한 보호를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 결정에 따라 100만 비정규직 영향 받을 것"
현대차가 파견법 '고용 의제'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때는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법원은 2008년 전원 합의체 판결에서 구 파견법 제6조 3항이 합헌이라는 전제로 불법 파견된 노동자도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했다. 2010년 현대차 사내 하청 노동자였던 최병승 씨는 이 조항을 적용받아 '현대차 정규직'이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최 씨의 판결 이후 현대차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차가 사내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집단 소송을 냈고, 현대차는 구 파견법을 대상으로 서울고등법원에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했지만 기각당했다.
현대차는 2010년 12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내세워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이례적으로 공개 변론을 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에 따라 전국의 사내 하청 노동자 100만여 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이미 공공, 서비스, 제조업 등 많은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위헌 결정이 나면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의 꿈을 포기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박한철 헌재소장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이라는 비판이 일어난 가운데, 현대차는 이날 공개 변론을 앞두고 법률 대리인을 김앤장에서 법무법인 화우 등으로 돌연 바꿨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는 "현대차가 법률 대리인을 바꾼다고 해서 (김앤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한 배경에 대한) 의혹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현대자동차는 한국을 주무르는 막대한 돈과 권력으로 대법원 판결을 뒤엎으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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