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외국에 개설된 차명계좌 비자금으로 국내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의혹과 관련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사주 매매 과정에서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의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계열사 공시 정보를 통해 기술개발과 관련한 호재성 정보 공시 시기와 주가 흐름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게 핵심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CJ그룹에 대한 사정당국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23일 서울 중구 CJ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뉴시스 |
금감원은 특히 외국인의 투자 자금 흐름에 조사의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등이 외국 비자금으로 국내 주식을 매입했을 경우,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살 때 금감원에 외국인 투자등록을 해야 하지만, 투자자의 위장신분까지 드러나진 않는다. 국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외국법인을 통해 우회 거래를 하면, 투자자가 한국인이라도 외국인 거래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오랜 기간 외국인 투자자가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는 국내 증시 흐름을 통해 검은 머리 외국인이 상당액의 이익을 얻었으리라는 추측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CJ그룹은 검찰의 탈세 수사에 이어 금융사정당국의 도마 위에도 오르게 됐다.
다만 금감원은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별도의 주가조작 조사가 이뤄지는 건 아니며, 주가흐름 등을 살펴보는 사전 단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검찰의 조사 협조 요청이 들어올 경우 적극적인 협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편 금감원 조사와는 별개로 검찰의 탈세 수사는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한국거래소를 압수수색해 CJ 주식 거래내역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검찰이 추가 증거를 확보해 금감원에 협조를 요청할 경우, 검찰과 금융사정당국의 합동수사단이 꾸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은 수천억 원에서 1조 원이 넘는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천문학적인 규모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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