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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담금 감면안, 사회의 지갑을 도둑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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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담금 감면안, 사회의 지갑을 도둑질하나

[토지+자유 비평] <18> 정부의 개발이익환수제도 개편안을 보며

국토교통부는 4월 23일 "개발이익환수제도, 크게 바뀐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같은 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 방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계획입지사업에 대해 1년간 한시적으로 개발부담금을 감면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50% 경감하고, 비수도권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100% 면제한다. 그렇게 되면 매년 약 400억 원의 세입 감소가 예상된다. 둘째, 개발부담금 성실 납부자에게 부담금 일부를 환급해준다. 셋째, 녹지지역에서 개별입지사업으로 인한 난개발을 막기 위해 계획입지사업의 부담률을 20%로 하향 조정한다.

현재 도시계획을 통해 입지가 선정되고 사업이 추진되는 계획입지사업과, 민간 자율로 추진되는 개별입지사업은 개발부담금 부담률이 모두 25%다. 그런데 정부가 규제 완화 대책으로 녹지지역 건폐율(대지건물비율)을 완화하면서 녹지지역에서 민간의 개별입지사업에 따른 난개발이 우려됐다. 따라서 예방 대책으로 계획입지사업의 부담률을 20%로 하향 조정하고, 개별입지사업의 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지도록 하여 난개발을 예방한다는 취지다. 여기서도 매년 약 150억 원 정도 세입 감소가 예상된다. 사실 국토교통부의 이번 대책은 박근혜 정부가 '4.1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서 이미 제시한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전혀 뜻밖의 대책은 아니다.

역대 정권별 개발이익환수제도의 변화

개발이익환수제도는 노태우 정부가 부동산 투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토지공개념 3개 법 중 하나인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1989.12.30 제정)에서 도입한 제도다. 1980년대 말에 발생한 부동산 투기로 인해 주택 가격은 물론 전세금이 폭등하면서 자살자가 속출하는 등 사회 문제가 불거진 점이 그 배경이었다.

이후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여러 차례 개정되어 왔으며, 부담률 조항(제13조)도 크게 두 차례 개정됐다. 최초의 부담률 조항은 "사업 시행자가 납부하여야 할 개발부담금은…개발이익의 100분의 50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김영삼 정부는 이 조항에 "다만, 도시계획법 제21조의 규정에 의한 개발제한구역에서 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로서 납부 의무자가 동 구역의 지정 당시부터의 토지 소유자인 경우에는 100분의 20으로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1997.8.30). 최초의 감면 조치였다. 이후 IMF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김대중 정부는 부담률 50%를 25%로 낮췄다(1998.9.19). 개발부담금 대폭 감면 조치였다.

부담률이 2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개발부담금 부과가 아예 중지되다가 다시 부과되고, 다시 한시적으로 부과가 중지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먼저, 부담률을 대폭 낮춘 김대중 정부는 비수도권(2002년)과 수도권(2004년)에서 부과를 중지하는 정책을 단행했다. 개발이익환수제도가 완전히 무력해진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들어 부동산 투기가 심각해지자 2005년 8월 31일 부동산종합대책에서 개발부담금을 2006년부터 다시 부과하기로 결정해 부활했다.

그런데 이것도 이명박 정부에서 생명력을 상실하게 된다.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필사적으로 '펼쳐야만 했던'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며 2009년 발표한 280건의 규제 개선 대책에 이은 2차 대책으로 2012년 9월에 개발부담금을 1년간 한시적으로 감면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 외에도 이미 재건축부담금 완화를 위해 2011년 12월 7일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안정대책'에서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을 2년간 부과 중지한다는 정책을 결정하기도 했었다. 이명박 정부가 김대중 정부처럼 아예 일정 시점부터 부과 중지를 선언하거나, 법을 폐기하지 않은 것이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이런 흐름에서 이번에 국토교통부가 개발이익 환수 제도를 대폭 손질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개발부담금 한시적 감면 대책은 이명박 정부 때 실시한 정책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한 계획입지사업의 부담률을 25%에서 20%로 낮추겠다는 것은 김대중 정부 때의 규제 완화와 같은 연장선에 있다.

ⓒ뉴시스

개발이익 사유화는 토지 불로소득 사유화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정의하고 있는 개발이익은 "개발 사업의 시행이나 토지이용계획의 변경, 그 밖에 사회적·경제적 요인에 따라 정상 지가 상승분을 초과하여 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자나 토지 소유자에게 귀속되는 토지 가액의 증가분"(제2조 1항)으로 정의된다. 즉, 용도 변경, 용적률 상승, 외부 효과 수혜 등과 같이 본인의 노력이 아닌 계획 변경, 사회적·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이익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개발이익을 창출한 주체는 토지 소유자나 개발자가 아닌 사회 공동체 전체라는 점이다. 따라서 사회 공동체 전체가 창출한 개발이익을 개발자나 토지 소유자가 단지 투자 수익이라는 이유로 사유화하는 것은 토지 불로소득을 향유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개발이익환수제도 개편안 검토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앞서 제시한 주요 대책을 검토해보자. 첫째, 개발부담금 한시적 감면 조치는 이명박 정부 때 실시한 조치가 기한이 다하자 연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한시적 감면 조치 외에도 부담률을 20%로 하향 조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수도권 경감률 50%를 적용하게 될 경우 수도권에서는 발생한 개발이익의 10%만을 환수하게 된다. 가령, 개발이익이 1억 원 발생했으면 1000만 원만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환급 규정까지 적용하면 부담금 납부액은 더 줄어들게 된다.

둘째로 개발부담금 성실 납부자에게 부담금을 일부 환급한다는 내용을 보자. 개발부담금은 근로소득세가 아니다. 근로소득세는 자기의 노동으로 벌어들인 소득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근로소득세의 경우 '성실 납부'라는 개념이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개발부담금은 개발이익의 정의에서 살펴보았듯이, 개인이 창출한 가치가 아니기 때문에 성실 납부가 아닌 '부채 청산'의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일찍 납부했다고 해서 환급해줘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셋째로 난개발을 '예방'하기 위해 개별입지사업의 부담률은 그대로 유지하고 계획입지사업 부담률을 20%로 하향 조정하는 대책은 논리적으로 심각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녹지지역 건폐율 완화를 보면, 이 대책의 배경이 된 녹지지역 건폐율 완화 시 난개발뿐만 아니라 지가 상승 효과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논리적으로 보면 개별입지사업의 부담률을 더 높여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엉뚱하게도 '계획'입지사업의 부담률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또 계획입지사업 부담률을 하향 조정하면 개별입지사업 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져서 난개발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마치 폭행에 대한 처벌 수준은 그대로 유지한 채 단순 강도 행위에 대한 처벌 수준을 대폭 낮추면 폭행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져 폭행이 줄어든다는 생각처럼 설득력이 없다.

1999년 이후 최근 10년간(1999~2008년) 개발이익 환수 수준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이 기간에 발생한 개발이익의 규모는 총 2130조 원이었다. 반면, 개발이익 환수 수준은 광의의 개발이익 개념으로 총 36조9000억 원(1.7%), 협의의 개발이익 개념으로 총 8조4000억 원(0.4%), 가장 협의의 개발이익 개념으로 총 1조8000억 원(0.1%)에 불과하다(안균오·변창흠, 2010). 평균으로 계산해도 매년 840억 원(협의) 내지 180억 원(가장 협의)의 개발이익이 환수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개편안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매년 550억 원을 넘는 세입이 감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개발이익 환수 규모가 더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은 분명해진다.

사회 지갑이 도난당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개인 지갑이 도난당한다

토지공개념 3개 법 중에서 개발이익환수제도만이 유일하게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위헌소송을 극복하면서 지금까지 어렵게 생명을 유지해 왔다. 적어도 개인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논리는 개발이익환수제도에 적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역으로 개발이익이 개인의 재산권이 아닌 사회의 재산권임을 논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발이익환수제도가 무력화된다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이 아닌, 사회 전체의 정당한 재산권이 침해당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누가 누구에게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위헌소송을 해야 할 것인가?

시민들은 개인 지갑을 도난당하면 신용카드 정지 신고를 하는 데 시각을 다툰다. 그런데 개발부담금과 같은 사회 지갑을 도난당하면 무덤덤하게 방관만 한다. 심지어 자기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로소득 환수 장치들(가령, 종합부동산세)이 무력화될 때 수없이 보아왔던 모습들이다. 그런데 개발부담금을 비롯한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이 도난당하고 있는 현시점에도 2012년 국가 부채는 전년보다 무려 128조9000억 원이 증가한 902조4000억 원에 이른다.

시민들이 방관하는 동안, 정부는 토지 소유자나 건설사로 하여금 더 많은 개발이익을 향유하도록 관용을 베푸는 동시에 개인 지갑에서 개인의 정당한 재산을 징수해가고 있다. 그리고 갑자기 늘어난 국가 부채만큼 그 징수액도 커질 것이다. 사회 지갑이 도난당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개인 지갑이 도난당하게 된다. 누가 누구를 탓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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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주제 : 어울림과 평등의 경제학 - '진보와 빈곤'을 넘어 대안 경제로
o 강사 : 남기업(토지+자유연구소 소장) / 김윤상(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o 일시 : 5월 6일~6월 10일(매주 월요일, 저녁 7시)
o 장소 : 금성종합건축사무소 세미나실(지하철 4호선 총신대입구역, 7호선 내방역 부근)
o 수강료 : 10만원(직장인), 5만원(학생, 시민단체 활동가)

[토지+자유 아카데미 공개 강좌]신청하기
o 주제 : 강남개발 잔혹사 - 토지정의로 본 강남의 역사
o 강사 : 한홍구(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o 일시 : 5.3(금) 저녁 7시
o 장소 : 명동 청어람 지하 소강당(지하철 4호선 명동역 부근)
o 수강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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