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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통계, 깎기만 하고 더하진 않는다?

[기고] 고용노동부의 꼼수, 산업재해율 발표에 감추어진 진실

지난 3월 26일 고용노동부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의 산업재해 현황을 발표하면서 기존보다 매년 2000명 이상 사망 재해자 수가 줄어든 통계수치를 제시하였다. 산재 사망자수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시민사회와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 고용노동부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사업장 밖 교통사고나 폭력 행위, 체육 행사, 사고 발생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사고 사망자를 통계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은 산재 승인율 낮아…건강보험 '산재 환자' 통계 제외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산재 통계는 산재 은폐를 방치한 통계라는 비판이 전문 연구자와 시민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우리나라 산재 통계는 산재보험에 승인된 경우만을 포함하고 있어서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지 않고 공상이나 건강보험으로 처리된 산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망 재해가 OECD 평균에 3배 이상인데도 재해율은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국제기구의 통계자료가 우리나라의 엉터리 산재 통계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 조선소 노동자들. 조선업은 산재 발생 빈도가 높은 대표적인 산업이다. ⓒ프레시안(여정민)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갑작스럽게 우리나라 산재 통계를 국제 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어서 통계를 새롭게 작성했다고 설명하면서 마치 이젠 산재 통계가 정말 믿을 만한 것인 양 보도 자료를 돌렸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ILO 등과 같은 국제기구의 통계는 산재에 대한 각 나라의 기준과 보고되는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을 서로 비교하기 위하여 공통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때 각 나라가 국제기구에 통보해야 할 산재 통계는 실제 그 나라에 발생하는 산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재 통계는 그렇지 못하다. 산재보험의 높은 문턱과 사업주의 은폐 속에서 수많은 산재가 건강보험과 공상으로 처리되고, 극히 일부만 산재보험으로 처리되고 있다. 따라서 산재 통계는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망이 발생한 건도 산재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산재보험에 기반을 둔 통계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산재통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하면서 ILO 기준을 적용하였기 때문에 지금의 산재 통계가 마치 정확한 통계인양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재 추방의 달'에 산재 통계 줄여 발표?

고용노동부가 사망자를 대폭 축소하여 통계를 새롭게 생성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산재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4월 산재 추방의 달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재해자 수를 대폭 줄여 발표한 데에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4월은 죽어가는 산재 노동자를 추모하는 기간일 뿐 아니라, 추락, 폭발, 질식 등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산재 사망에 대한 심각성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문제 해결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달이다. 사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산재 사망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먼저 시민들에게 알려나가고 해결책을 모색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산재 문제가 실은 크지 않은데도 기존 통계가 잘못되어서 산재 사망이 많이 발생한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축소된 산재 통계를 시민들에게 들이밀고 있다. 기존의 통계가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는 거대한 은폐를 드러내지 못한 엉터리 통계라는 사실은 숨긴 채, 기존 통계가 국제 기준과 달리 작성되어 실제보다 과잉 대표되고 있다는 오도된 인식을 시민사회에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만약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말대로 산재보험 승인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예방할 수 있는 산재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산재보험 요양 승인 환자 중 기준에 제외된 환자만 줄일 것이 아니라 산재보험 승인 과정에 포함되지 못한 건강보험 이용자나 공상으로 처리된 환자를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ILO 기준을 지키는 것이고 제대로 된 통계를 생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빼기만 했지 기존 연구에서 광범위하게 은폐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 재해노동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결국 이러한 이유를 종합해볼 때 예방 통계 목적으로 재해자 수나 사망자 수를 줄여 발표했다는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진실성이 결여된 것이다. 오히려 4월 산재 추방의 달을 맞이하여 산재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분산시키고 소진하기 위한 매우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판단이 너무나 과도하고 그러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면 최소한 발표 전에 노동사회단체와 충분히 사전 논의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에 쫓기듯이 오도된 통계치만 제시했다. 이러한 정부라면, 이러한 고용노동부라면 노동자의 편이 되어주지는 못할망정, 사업주와 노동자 사이에서 산재 문제를 해결하는 공정한 심판자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도대체 노동자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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