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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 위기 용산 개발 사업을 살리려면…

[토지+자유 비평] <13> 토지임대형 공영 개발로 재추진 필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경제 위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깊은 터널로 빠지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러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부동산 시장 위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서울 중심 용산, 한국판 맨해튼 꿈!" 등 화려한 미사여구로 시작된 31조 원 대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하, 용산 개발 사업)은 아마 지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고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용산 개발 사업도 사업 시작 7년 만에 좌초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이번 달, 용산 개발 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주)이 13일 오전까지 갚기로 한 금융 이자 59억 원을 지불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현재 용산 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PFV)는 다음 달 초까지 회생 가능성을 따져본 뒤 법정관리(기업 회생 절차)와 청산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용산 개발 사업의 좌초 원인

용산 개발 사업은 코레일 소유의 철도정비창 부지를 드림허브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토지매각형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은 개발 이익 사유화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당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한 발판이었다. 그런데 토지 매각 방식은 이젠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자 사업 회생의 방해물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맥락에서 용산 개발 사업이 좌초하게 된 원인은 구체적으로 외부 요인과 내부 요인으로 살펴볼 수 있다. 외부 요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인한 개발 이익 기대 붕괴를 들 수 있다. 내부 요인은 다시 개발 방식의 문제와 개발 주체의 문제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 외부 요인 :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 붕괴

용산 개발 사업 좌초의 시작은 세계 금융 위기에 따른 국내 저성장 기조와 부동산 경기 후퇴에서 비롯되었다. 부동산 경기가 몇 년간 지속적으로 나빠지자 2006년 사업 초기 당시 기대했던 개발 이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통계가 서울 지역 상업 시설 공실률로, 2008년 당시 1% 정도로 높지 않았던 공실률이 2013년 현재는 무려 6%가 넘는다. 공실률이 높다는 것은 분양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심한 경우 투자금도 제대로 회수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내부 요인 I : 토지 매각에 기반을 둔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의 문제

용산 개발 사업 개발 방식은 공공·민간 합동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이다. 보통 민관 합동 개발이라고 부른다. 정부가 토지를 대고 민간이 자본을 부담하는 사업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서 특징은, 코레일 소유(정부 소유)의 토지를 8조 원이라는 고가로 드림허브에 매각하는 방식이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설령 드림허브가 토지를 고가로 매입했다 하더라도 막대한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가 붕괴하지 않았더라면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후퇴하고 개발 이익 기대가 사라지면서 고가의 토지 매각 방식은 심각한 암초로 작용하였다. 2007년(4150억 원)과 2008년(4000억 원)의 토지 매각 대금을 무리 없이 코레일에 납부한 드림허브는 2009년 들어 금융 시장의 자금 경색으로 토지 매각 대금을 마련할 수 없게 되자 수차례에 걸쳐 연기를 요청하게 되었다. 드림허브는 2009년 말에야 2009년 납부액 9000여 억 원 중에서 6500여 억 원을 납부할 수 있었다. 2010년 역시 토지 매각 대금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워 2010년 3월까지 납부해야 할 7010억 원을 납부할 수 없어 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개발(주)의 경영권을 롯데관광개발에 넘겨주게 되었다. 그런데 토지 대금을 연체할 때 발생하는 연체 이자율이 무려 17%나 적용되어,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김경민, 2011).

토지 매각 방식은 사업 좌초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사업 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07년 부동산 경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책정된 용산 개발 부지 땅값 8조 원이 사업 정상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사업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드림허브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토지 대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여전히 5조3000억 원(이자 제외)을 지불하지 못한 상태이다.

❚ 내부 요인 II : 책임감 없는 개발 주체의 문제

국내의 대형 도시 개발 사업에서 적용되는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은 정부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김경민(2011)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민관 합동 개발은 공공 조직이 프로젝트 계획과 설계부터 시공, 준공, 더 나아가서는 자산 관리까지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도시 개발의 각 과정에 개입하여 진정한 공익을 지켜내는데 반해 한국식 민관 합동 개발은 민간(개발사, 금융회사)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되, 정부는 제한적으로만 개발 과정에 참여해 공익을 지켜내는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는 책임감 있는 개발 주체가 존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형 프로젝트 사업에는 여러 기업이 서로 발을 담근 '프로젝트 금융 투자회사(Project Finance Vehicle, PFV)'라는, 책임감 없는 공룡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경민은 미국 보스턴시의 도시재개발청과 같은 공공 기관이 책임감 있는 개발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용산 개발 사업의 경우도 정부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국토해양부와 서울시는 이를 민간 사업으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개발 경험이 전혀 없는 코레일이 추구하는 것은, 자사(自社)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높은 토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지 또는 역세권 개발을 통한 이익 창출이지, 지역 커뮤니티의 이익 증대나 저소득층의 주거 환경 개선 등 지역 커뮤니티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관련 전문가들은 오랜 역사성을 지닌 땅을 하루아침에 초고층 빌딩 숲으로 만들어 개발 이익을 챙기겠다는 발상 자체가 도시와 건축 철학의 부재라고 보고 있다. 개발 주체가 책임감이 결여되면서 도시 개발 콘셉트 역시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앞서 제시한 용산 개발 사업 좌초 원인들을 비유적으로 종합하면 이렇다. 도시 개발 경험이 없는 전혀 없는 코레일 선장이 도시 개발에 대한 분명한 비전도 없이, 토지 매각에서 발생할 개발 이익을 미리 동력으로 끌어다 쓰는 방식으로, 사업 책임이 정부인지 민간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한국형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이라는 배를 타고, 개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바다를 항해하다가, 저성장이라는 풍랑을 만나게 되면서 개발 이익 동력이 다하자, 자금 부족에 따른 이자 지급 연체, 주민 보상 지연 등 암초에 부딪혀 좌초하게 된 것이다.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 붕괴가 사업 좌초의 포괄적인 원인이라면, 토지 매각 방식은 사업 좌초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개발 이익 사유화와 토지 매각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개발 이익 사유화를 전제로 시작한 용산 개발 사업이 토지 매각 방식을 도입한 것은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또한 책임감 없는 민간 투자사들이 컨소시엄을 이루어 참여하는 개발 주체의 문제도 토지 매각 방식을 통해 개발 이익을 사유화하려는 데서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였다. 따라서 '개발 이익 사유화 + 토지 매각 + 다수의 투자사들 참여'라는 도시 개발 조합은 개발 이익을 추구하는 건설자본에 최적화된 조합이다.

▲용산 개발 사업은 실패한 사업으로 남을까. 서울 광화문 드림허브 본사에 설치된 용산 개발 건축 모형 모습. ⓒ뉴시스

토지 임대 방식은 토지 매각 방식보다 더 착한 개발 방식이다

토지 매각을 통한 사업 추진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과도한 개발이 추진되어 민간 투자사에 막대한 개발 이익이 귀속되는 반면,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때는 사업이 좌초해 일반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제는 토지 매각 방식이 아닌 토지 임대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서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런던 도크랜드 개발 사례(매각 방식)와 뉴욕 배터리파크 시티 개발 사례(임대 방식)는 좋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 토지 매각 방식에 기초한 런던 도크랜드 개발 사례

런던 도크랜드 개발은 비어 있는 항만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1981년 보수당의 대처 정부가 런던 도크랜드 개발 공사를 설립한 이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도크랜드 개발 공사는 확보한 토지를 민간 부문에 매각하는 개발 방식을 추진하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Peter Hall, 1996; Tim Hall, 1998). 지방정부로부터 토지 수용권과 계획 허가권을 이양 받은 도크랜드 개발공사는 이러한 권한을 '민간 개발업자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데 사용'하였다(Peter Hall, 1996). 토지 매각 방식을 통해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를 강조하다 보니, 계획은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되고 억제되었다. 그 대신 민간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크랜드 경전철(Dockland Light Railway) 등의 교통 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지역주민들의 의사는 고려되지 않았다. 도크랜드 개발 공사의 이러한 개발 방식은 캐너리 부두(Canary Wharf) 개발에 추가적인 공공 투자를 요구했고, 예상치 못한 공공 투자 비용이 증가하였다. 또한 런던 대도시권에 대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없었기 때문에, 캐너리 부두가 개발될 때 런던시에서도 오피스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져 임대료 하락과 공실률 상승을 부추겼다. 결국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1992년 캐너리 부두 프로젝트는 파산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도크랜드 개발 공사가 심각한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민간 투자로부터 공공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동안 개발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지역주민들과 여러 전문가들은 런던 도크랜드의 재개발을 대처 정부 도시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간주하였다(김기호·김대성, 2002).

용산 개발 사업에서도 오피스 빌딩에 대한 수요-공급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추진되었다는 분석(김경민, 2011)이 도크랜드 개발 사업과 아주 유사하다. 게다가 현재 협상 과정에 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통합 개발에 과반수가 반대한 상황 역시 도크랜드 개발 사업과 유사하다.

❚ 토지 임대 방식에 기초한 배터리 파크 개발 사례

뉴욕시 월스트리트에 인접한 미국의 배터리 파크 시티는 5개의 고층 오피스 빌딩으로 이루어진 세계금융센터(World Financial Center)와 20개 동 이상의 아파트 빌딩, 113제곱킬로미터 규모의 공원과 산책길로 구성된 작은 도시이다.

배터리 파크 개발 사업을 담당한 배터리 파크 개발 공사는 토지 매각이 아닌 토지 임대 방식을 선택했다. 토지 소유권에서 개발권을 분리한 후 구역별로 민간 개발업자를 선정한 것이다. 개발사업자는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하였다. 이때 상세한 도시 설계 지침을 입찰 과정과 연계함으로써 민간의 개발이 공공의 계획과 조화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선정된 개발업자는 배터리 파크 개발 공사가 이미 작성한 도시 설계 지침에 따라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 공사 소유의 토지를 임차해 건물을 지었다(김기호·김대성, 2002; 김경민, 2011).

배터리 파크 개발 공사가 이러한 개발 전략을 추진하게 되면서 발생한 장점이 있었다. 첫째, 민간 개발 사업자는 토지를 구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초기 투자 부담이 대폭 줄어들었다. 둘째,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 공사도 공공 시설 등 제반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초기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한 후, 도시 개발이 진전되어 여건이 성숙함에 따라 임대료를 점진적으로 올릴 수 있었다. 셋째, 단계적 개발로 인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토지 가치가 도시 개발과 공공 투자가 진전하면서 상승하기 때문에, 토지를 보유하면서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왜냐하면 단계적 개발은 도시의 성장을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변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하고, 이전 단계에서 발생한 시행착오를 토대로 다음 단계에서 더 효과적인 개발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개발에 따라 일시에 모든 토지를 매각하고 이후의 개발은 민간의 선택에 맡기는 방식보다 더 바람직한 도시 환경을 갖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개발공사와 시 정부에 더 많은 수익을 안겨주었다(김기호·김대성, 2002).

도시개발공사와 시 정부에 귀속된 수입원은 주로 건물 임차인들의 토지 임대료, 재산세 대납(Payments In Lieu Of Taxes, PILOT) 및 공공 시설 유지비였다. 도시개발공사는 이러한 수입 중 운영 비용(채권 원리금, 시설 관리 비용, 직원 월급)으로 쓰고 남는 것은 모두 뉴욕시로 돌린다. 이 덕분에 뉴욕시는 배터리 파크 시티 건설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규모의 수입을 확보하게 됐다. 2005년의 경우 도시개발공사는 운영 수입 1억8000만 달러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1억700만 달러(2012년 현재 우리 돈으로 1200억 원 상당)를 뉴욕 시 정부에 귀속시켰다(김경민, 2011).

토지 임대 방식을 적용할 경우 가장 고려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재원 조달 방법이다. 1972년에 시작하여 기존 부두 철거, 매립 및 도시 기반 시설 공급까지만 4년이 소요된 이 개발은 상당한 재원을 필요로 하였다. 이를 위해 개발 공사는 2억 달러 상당의 장기 채권을 발행하였다(김경민, 2011). 장기 채권 발행을 통한 도시 개발은 공공 지출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채권 발행 과정에서 개 발계획에 대한 시장의 검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Gordon, 1997).

배터리 파크 시티 개발이 보여주는 마지막 시사점은, 경기가 불황일 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시개발공사와 개발자에게 모두 윈-윈(win-win)이 되었다. 김경민(2011)은 핵심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이는 도시개발공사가 토지를 매각한 분양 수입을 올린 것이 아니라, 토지의 장기 임대를 통해 지속적인 임대료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임대 전략은 경기 침체기에도 소득 창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용산개발사업은 구호만 "서울 중심 용산, 한국판 맨해튼 꿈!"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실제 개발 주체의 역량과 개발 방식도 맨해튼의 배터리 파크 시티를 충분히 학습했어야 했다.

❚ 토지임대형 공영 개발 방식의 재발견

토지 분양에 기초하여 추진된 공영 개발 사업이 갖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토지 출자에 기초하여 민간 자본이 주도권을 쥐도록 한 민관 합동 개발 방식으로 선회한 것은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공영 개발 사업의 한계로 지적되어 온 자금 부족, 낮은 효율성이라는 문제는 공영 개발 사업의 한계라기보다는 오히려 '토지매각형' 사업 방식에서 초래된 한계에 해당한다.

국내 도시 개발은 공영 개발의 또 다른 사업 방식인 토지임대형 방식에 대한 실험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파크 개발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토지임대형에 기초할 경우, 지역사회에 적합한 건강한 도시를 개발하는 데 훨씬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토지임대형 공영 개발을 추진할 경우, 진정한 의미에서 민관 합동 개발이 추구하는 민간의 창의와 자본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제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토지임대형 공영 개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결 방안의 종합적인 모색

용산 개발 사업이 3월 13일 채무불이행을 만나기 이전에 사업 회생 방안으로 공영 개발 방안이 논의되었다. 그런데 이때의 공영 개발 개념은, 자본금이 5조 원으로 늘어나면서 코레일의 보유 지분 역시 25%에서 57%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형식적인 변화였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단계적인 개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코레일이 상업, 업무, 주거시설 등을 현행 일괄 분양 방식 대신 단계 분양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에 철도정비창 부지부터 우선적으로 개발하는 내용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용산 개발 사업이 채무불이행에 빠진 이후 논의되는 개발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한겨레>에 따르면, 코레일은 용산 사업을 위해 빌린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 보증 2조4363억 원을 갚고 땅을 돌려받아 자체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레일은 철도차량기지 터를 직접 공영 개발하거나 개발에 나서려는 민간 사 업자에게 판다면 땅값 폭락을 막고 인근 개발 구역에서 제외된 서부이촌동 주민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코레일이 새로운 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도시개발법상 정비구역 지정 후 3년 내에 실시계획인가를 접수해야 한다. 용산개발사업은 2010년 4월 22일에 지정돼 다음달 21일까지 서울시에 인가 접수를 하지 않으면 구역 지정이 자동으로 해제된다. 그리고 인가를 접수한 후에 부도나 파산이 발생하면 서울시 직권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 따라서 코레일이 인가 신청을 하지 않고 드림허브가 파산한 후 새로운 시행사를 선정하여 전혀 새로운 공영 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6월에 진행되는 서부이촌동 주민의 통합 개발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사업이 무산될 수 있는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들과, 앞서 살펴본 배터리 파크 개발 사례의 시사점을 종합하여 필자가 제안하고자 하는 종합적인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취소된 후 토지임대형 공영 개발 방식으로 재추진함
‣ 코레일은 드림허브에 토지 대금을 반환하고 토지를 되찾음
‣ 코레일은 서울시를 통해 드림허브를 대체할 수 있는 경험 있는 개발 주체 선정(가령, SH공사를 좀 더 전문화하여 도시개발공사로 개편함)
‣ 코레일과 부처별 토지 소유자(토지소유협의체)는 소유 토지를 도시개발공사에 신탁하여 신탁 개발 추진
‣ 도시개발공사가 주체가 되어 전문가 및 민간의 의견을 종합 후 개발 계획 수립
‣ 도시개발공사는 장기 채권을 발행하여 현행 개발 구역에서 서부이촌동 부지를 제외하고, 철도정비창 부지를 단계적으로 개발 추진
‣ 도시개발공사는 철도정비창 부지를 구획한 후 개발 부지에 대해 단계적으로 장기 토지사용권 공개 입찰 경쟁 실시
‣ 토지사용권을 획득한 민간 시행자(디벨로퍼)는 민간 건설사(시공사)를 선정하여 개발. 필요한 경우 일부 부지에 대해서는 도시개발공사가 시공사를 선정하여 직접 개발
‣ 민간 시행자는 건설된 부동산(토지 사용권 + 건물 소유권)을 개별 분양 또는 임대
‣ 부동산 최종 사용자가 납부하는 토지 임대료는 도시개발공사에 모이며, 이는 도시개발공사 운영비와 채권 원리금 상환, 코레일(토지소유협의체)의 토지 임대 수익 및 서울시의 재정 수입으로 귀속


▲용산개발사업 해결 방안 종합 모색도. ⓒ토지+자유연구소

토지임대형 공영 개발 방식의 기대 효과

용산 개발 사업을 토지임대형 공영 개발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기대되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토지의 공공성과 자본 투자의 민간 창의성을 결합할 수 있어 진정한 의미의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을 달성할 수 있다. 둘째, 민간 디벨로퍼 및 건설사의 토지 매입 부담을 덜어주어 투자 비용을 줄여준다. 셋째, 경기 변동에 따른 투자 사업의 불확실성을 일정 정도 제거할 수 있다. 넷째, 건설자본은 건설 그 자체에서 승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수준 높은 건축 문화를 유도할 수 있다. 다섯째, 도시개발공사가 토지 임대료를 환수하여 개발 이익을 흡수하게 되면 개발 사업 이전 및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다. 여섯째, 흡수된 개발 이익은 도시개발공사, 코레일 및 서울시의 재원으로 귀속되어, 사업 자체에서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재원의 자기 조달 시스템(Self-Financing System)'이 가능해진다. 일곱째, 개발 이익은 다시 지역 주민 및 심지어 배터리 파크 시티 사례처럼 주거 복지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결론 : 저성장 시대에 적합한 토지임대형 공영 개발 방식

이제는 도시 개발을 통해 발생하는 막대한 개발 이익은 소수 투자사들이 사유화하면서 손해가 나는 경우 이를 공공에 돌리려는 '개발 이익의 사유화와 개발 손실의 사회화'는 멈춰야 한다.

그렇다고 도시 개발 사업을 토지임대형 공영 개발 방식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도시 개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개발 콘셉트를 세우고, 전체적인 수요 조사 및 공급 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만 토지임대형 공영 개발 방식은 토지 매입에 따른 투자 비용을 줄여주고, 경기 변동에 따른 투자 사업의 불확실성을 일정 정도 제거하여 주기 때문에 사업 안정성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고 하겠다.

우리 경제는 현재 저성장 시대의 터널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도시 재생이 중요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착한 수익을 창출하면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도시 개발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다. 용산 개발 사업이 개발이익이라는 공유지를 지혜롭게 관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개발 사업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제도 성숙도를 보여주는 좋은 지표다. 따라서 공공 가치를 지키면서도 민관 합동 개발의 장점인 민간의 창의성과 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토지임대형 공영 개발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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