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출범한 이 땅의 프로축구는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아시아 최초의 프로축구리그인 슈퍼리그로 출범, 어느 새 훌쩍 성인이 됐다. 프로축구를 통해 펼쳐지는 내부 경쟁은 한국을 아시아 축구 최강으로 거듭나게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성과를 뒷받침한 것은 프로축구의 존재였다.
▲K리그 클래식이 2일부터 2013 시즌에 돌입했다. 3일 오후 경기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성남 일화 천마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경기에서 수원이 2대 1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종료 후 수원 정대세가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4개 팀으로 출발, 16개 팀으로 확장되며 양적 팽창을 보였다. 규모, 시설, 환경 등 질적인 면에서도 30년이라는 시간에 걸맞은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우리의 프로축구는 반쪽짜리였다. K리그라는 이름의 1부 리그만이 홀로 섬처럼 떠 있을 뿐 그를 떠받치는 하부리그 구조가 존재하지 않았다. 실업축구(내셔널리그), 아마축구(챌린저스리그)가 리그를 꾸렸지만 전혀 연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보다 10년 이상 늦게 출범한 일본, 중국 등 이웃 국가의 프로리그가 일찌감치 1, 2부 리그의 탄탄한 시스템을 갖춘 것과는 정반대였다.
고인 물처럼 순환하지 않는 K리그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최소 2개 이상의 상하위 리그를 통한 승강제에는 단순히 리그의 관심사를 확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승이라는 유일한 가치에 매달리지 않아도 각 팀은 강등을 면하기 위한 생존이라는 목표에 치중한다. 살기 위해 더 발전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이 리그의 발전 속도를 앞당긴다. 하부리그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다양한 실험이 진행된다. 이것이 축구의 선순환 구조다.
K리그는 이를 30년간 외면해왔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프로야구를 비롯한 국내의 타 스포츠는 물론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 프리메라리가, 분데스리가 등 해외 축구에 쏠리는 관심으로 인해 스포츠 팬들로부터 점점 외면 받기 시작했다. 해당 스포츠의 인기를 증명하는 중계 점유율에서 프로축구는 프로야구, 해외축구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다. 언론 보도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다. 경기장을 찾는 평균 관중 수와 객석 점유율, 단가 등도 떨어졌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기업구단들도 모기업들이 점차 예산 지원을 줄여가자 힘겨운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월드컵 16강,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호재가 잇달아 발생했지만 그 효과가 K리그로는 전혀 이어지지 못했다. 1998년, 그리고 2002년 이미 대표팀에 대한 관심을 K리그로 돌려보려 애썼지만 실망만 하고 돌아간 팬들은 세 번 속지 않았다. 축구에 대한 전반적 관심과 애정이 K리그와는 괴리감이 있었다는 증거다. 몇 명의 스타, 경기력의 문제가 아닌 근본적 시스템 개선만이 K리그에 새로운 르네상스를 가져다줄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그때 나온 새로운 해결책이 승강제 도입이었다.
프로축구연맹은 2010년 말 승강제 도입을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그리고 2년 만에 승강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의 1부 리그인 K리그는 K리그 클래식이란 이름으로 변경했고, 새롭게 출범한 2부 리그에 K리그라는 이름을 붙였다. 1부 리그는 지난해 이미 16개 팀 중 최하위 2개 팀을 2부 리그로 강등시켰다. 여기에 새롭게 2부에 합류한 6개 팀까지 총 8개 팀으로 K리그가 구성됐다. 현재는 대한축구협회장이 된 정몽규 전 프로축구연맹 총재의 의지와 실천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K리그 클래식 14개팀: FC서울,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수원 블루윙즈, 울산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부산 아이파크, 경남FC,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FC, 전남 드래곤즈, 성남 일화, 대전 시티즌, 강원FC K리그 8개팀: 광주FC, 상주 상무, FC안양, 부천FC, 고양Hi, 충주 험멜, 수원FC, 경찰축구단 |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선 프로축구연맹의 공적을 칭찬해야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애초에 승강제가 도입된 게 아니라 중간에 이식을 한 세계의 몇 안 되는 사례다. 새롭게 이식한 장기가 기존의 신체와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에 빗댈 수 있다. 상황에 쫓겨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갖지 않고 2년 만에 승강제를 뚝딱 만들어낸 것이 일종의 부실공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로 승강제의 관건은 2부 리그의 조속한 안정화가 중요한데,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잡음이 있기 때문이다. 고양Hi FC는 지나친 종교색으로 인해 팬들의 거부감을 자아내고 있다. 경찰축구단의 경우는 프로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연고지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축구계와 프로축구연맹이 벼랑 끝 절박함으로 2부 리그 정착이라는 올 시즌의 숙제를 해결해야만 장밋빛 희망을 볼 수 있다.
연고 정착, 초대권 남발, 운영주체의 축구 마인드 부재 등 여전히 산적한 문제들도 해결해야 한다. 정몽규 신임 축구협회장이 외적 성과보다 내적 성장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도 지난 2년간 프로축구연맹 총재로서 승강제 도입 과정에서 느낀 현실적 문제를 누구보다 잘 실감했기 때문이다. 30년 역사, 서른 살의 K리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제야 본격적인 걸음마를 시작했다. 그들이 찾아야 할 청춘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2013 K리그 클래식 관전포인트 TOP5 리그가 맞은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K리그엔 여전히 흥미요소가 충분하다. 먼저 개막한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주목할 관전포인트를 소개한다. 돌아온 이천수: '악동' 이천수가 다시 그라운드에 선다. 2009년 소속팀 전남에서 코칭스태프와 다툼을 벌이고 해외로 떠났던 그는 '임의탈퇴'를 당했다. 전남이 임의탈퇴를 풀지 않는 한 이천수는 국내 무대로 돌아올 수 없었다. 사우디, 일본으로 방황하던 그는 2011년 말부터 국내 복귀를 타진했지만 쉽지 않았다. 1년간 무적 신세로 지내던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남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 결국 최근 임의탈퇴에서 풀려났고 고향팀 인천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인천에는 2002 한일월드컵 멤버인 김남일, 설기현이 있어 이천수와 시너지 효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데얀 vs 이동국: 지난 4년간 득점왕 경쟁을 이어오고 있는 대표적인 골잡이들. 지난 2년 연속 데얀이 득점왕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데얀이 프로축구 역대 최초로 30골 이상(31골)을 기록하며 이동국(26골)을 눌렀다. 토종 공격수의 대명사이자 통산 개인 최다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동국으로선 데얀과 숙명 같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두 선수의 소속팀인 서울과 전북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기도 하다. 슈퍼매치: 서울과 수원이 펼치는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이다. 하지만 라이벌전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지난 2년간 서울은 수원을 단 한 번도 꺾지 못했다. 수원은 7승 1무로 8경기 연속 서울전 무패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에 오른 서울이 유일하게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올해는 수원에 서정원 감독이 부임, 현역 시절 멋진 골들을 합작했던 최용수와 서정원의 감독 전면전도 벌어진다. 토종군단 포항: 2013시즌을 맞은 포항은 외국인 선수가 없다. 프로축구는 3명의 외국인 선수와 1명의 아시아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모기업 포스코의 재정난으로 예산이 줄어든 포항은 기존의 외국인 3명을 모두 정리하며 국내 선수로만 올 시즌을 치른다. 황선홍 감독은 "불만은 없다. 계획대로 갈 뿐"이라며 새로운 도전 의지를 보였다. 포항은 지난 시즌 FA컵 우승과 리그 3위를 차지한 강호다. '인민 루니' 정대세: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이자 북한 축구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한 정대세도 K리그 클래식에서 만날 수 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했던 정대세는 FC쾰른 이적 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부진을 겪었다. 새롭게 뛸 무대로 K리그 클래식을 전격 선택한 정대세는 수원의 유니폼을 입었다. 아시아 선수답지 않은 탄력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지닌 정대세는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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