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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견' 첫 형사 책임 확정…"자동차 사내 하청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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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견' 첫 형사 책임 확정…"자동차 사내 하청 불법"

대법원, GM대우 전 사장 벌금형 확정

대법원이 자동차 제조업의 노동자 파견에 대해 형사 책임을 인정하는 확정 판결을 처음으로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8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GM대우자동차의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라일리 전 사장과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GM대우 사내 하청업체 대표 김모 씨 등 피고인 6명 중 4명에게는 벌금 400만 원씩을, 2명에게는 벌금 300만 원씩을 선고한 원심을 각각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자동차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에 투입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원청업체라는 이유로 제조업체 및 해당 하청업체 대표들의 형사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재판부는 "GM대우와 사내 협력(하청)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 계약의 내용 및 실제 업무수행 과정을 볼 때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GM대우 사업장에 파견돼 GM대우의 지휘·명령 아래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한 원심의 사실 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위법함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GM대우와 사내 하청업체가 형식적으로는 도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로는 법적으로 금지된 불법 파견 형태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이번에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받은 업무에는 의장(조립), 도장 업무뿐 아니라 생산 관리, 품질 관리 등 보조적 업무까지 포함돼 있다"며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자동차 제조업에서 합법 도급은 없다는 점을 대법원이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행정 소송에서는 지난해 2월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 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불법 파견을 인정한 바 있다.

▲ GM대우 비정규직노조 조합원 2명이 2010년 12월 1일 인천 부평공장 정문 앞 8m 높이의 아치형 조형물 위에서 불법 파견 철회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 등 자동차 업계에 적잖은 영향 끼칠 듯

앞서 라일리 전 사장은 2003년 12월 22일부터 2005년 1월 26일까지 GM대우와 계약을 체결한 사내 하청업체 6곳으로부터 843명의 노동자를 파견받아 생산 공정에서 일하도록 한 혐의로 2006년 12월 벌금 700만 원에 약식 기소됐지만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2009년 2월 1심 재판부는 "GM대우와 협력업체 간 일부 종속성이 있기는 하지만 불법 파견이 아닌 적법한 도급 계약 관계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 파견이라고 인정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그동안 원청 사업주가 파견 근로로 수백억 원대의 이익을 거둬들였음을 고려하면 벌금 700만 원 처분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 집행위원은 "현행법 상 불법 파견을 한 사업주에게는 벌금 2000만 원 또는 징역 3년 이하의 형을 처할 수 있다"며 "10년 가까이 지속된 불법 파견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원청 사업주에게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박 집행위원은 아울러 "라일리 전 사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같은 해에 고소됐지만, 검찰은 라일리 전 사장만 기소하고 정몽구 회장은 기소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재벌이라고 기소하지 않고 외국 자본이라고 기소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현대차는 불법 파견의 대명사인 만큼, 당연히 정몽구 회장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자동차 공장의 불법 파견은 이미 구조화된 불법으로서 개인의 구제나 처벌을 넘어 시급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신규 채용이라는 편법을 통해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법 위에 군림하는 현대차 그룹은, 이번 판결의 사회적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요구를 시급히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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