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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WBC 코앞… 올해도 일본이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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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WBC 코앞… 올해도 일본이 우승?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WBC에 던지는 5가지 질문

야구의 '클래식'을 표방하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 돌아왔다. 3회째를 맞는 2013 WBC가 오는 3월 2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2006년 첫 대회에서 4강, 2009년 준우승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킨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한다. '역대 최약체'라는 비관과 '언제는 강했냐'는 낙관이 교차하는 가운데, 과연 한국야구는 또 한 번의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2013 WBC를 5가지 질문을 통해 미리 살펴본다.

1. 한국, 이 대신 잇몸으로 괜찮을까?

이전 두 차례의 대회에서 한국 돌풍을 이끈 원동력은 강력한 마운드였다. 1회 대회에서는 박찬호, 구대성, 서재응, 김병현, 김선우, 봉중근 등 해외파 투수들이 투수진을 이끌었다. 특히 선발 서재응-중간 구대성-마무리 박찬호로 이어지는 3인방은 도합 32이닝 동안 단 2점만을 내주는 철벽투를 선보였다. 국내파 위주로 꾸려진 2회 대회에서도 투수진은 막강했다. 4경기 17.2이닝 1자책점에 빛나는 봉중근을 필두로 윤석민, 류현진 등 영건들이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이번 3회 대회에는 지난 두 대회에서 마운드를 이끈 주역들이 대거 이탈했다. 박찬호와 구대성은 은퇴했고, 류현진은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대표팀 합류를 포기했다. 2회 대회의 영웅 봉중근도 부상으로 빠졌다. 여기에 당초 엔트리에 들었던 주축 투수 상당수가 부상과 팀 사정으로 다른 선수로 교체됐다. 김광현, 김진우, 이용찬, 홍상삼 등이 빠져나간 마운드는 그야말로 '이 대신 잇몸'으로 채워진 상황. 교체된 선수들도 물론 좋은 투수들이지만, 당초 구상했던 마운드에 비하면 아쉬움이 크다. 여기에 교체 투입된 윤희상과 차우찬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판이 확 뒤바뀐 대표팀 마운드의 약점은 두 가지. 첫째는 확실한 원톱 에이스가 없다는 점이다. 류현진이나 봉중근처럼 한 경기를 믿고 맡길 만한 에이스가 없고, 고만고만한 투수들이 엔트리를 채웠다. 그러나 이는 이번 대회 투구수 제한 규정을 감안하면 큰 약점은 아닐 수도 있다. 어차피 경기당 65개가 선발투수 한계투구수인 만큼, 강건마나 독고탁을 내보내도 5회를 넘기기가 쉽지 않다. 그보다 오히려 선발-불펜이 모두 가능하고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차우찬, 노경은, 유원상)가 많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장원준, 서재응, 윤석민 등도 불펜으로 등판한 경험이 있는 투수들이다. 최근 포스트시즌에서처럼 한 경기에 선발투수 2명을 투입하는 전략을 가동하면, 원톱 에이스 부재는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약점은 위력적인 좌투수의 부재. 류현진, 봉중근, 김광현 등이 모두 빠져나간 탓에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약한 장원삼, 차우찬, 장원준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 특히 역대 '일본킬러'들이 모두 좌완투수였던 점을 감안하면 좌완선발 공백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대신 불펜의 박희수(SK)에게 희망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위력적인 투심을 자랑하는 박희수는 구원투수임에도 지난해 선발 에이스들에 버금가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기록할 만큼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WBC에서도 중요한 경기, 중요한 상황에서 흐름을 한국 쪽으로 붙들어 놓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차우찬, 장원준이 선발-불펜 모두를 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될지 모른다. 좌완투수 2명이 1, 2번째 투수로 나와서 6~7이닝을 버티면, 좌완 에이스 한 명이 던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운드에 비하면 타선 쪽은 한결 사정이 나은 편. 외야수 추신수(신시내티)가 빠져나가긴 했지만, 이승엽-이대호-김태균-최정 등이 포진한 중심타선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여기에 이용규, 정근우 등의 테이블세터와 강정호, 김현수, 강민호, 손아섭 등이 자리할 하위타선도 짜임새가 있다. 한 야구인은 "국가대표로 나서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갖는 국내파 선수들이 한데 뭉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팀에 비해 한국만 특별히 전력이 약화됐다고 하기도 어렵다. 일본 역시 해외파들의 전원 불참으로 백퍼센트 국내파로 엔트리를 꾸렸고, 미국은 저스틴 벌랜더가(추후 합류 가능성도 있음), 베네수엘라는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불참하는 등 메이저리거들의 잇단 불참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어차피 모두가 이 대신 잇몸으로 싸우는 대회다. 그간 한국은 전력의 열세를 모든 대표팀 선수가 '선후배'로 이어진 끈끈한 조직력, 장기간의 단체훈련, 국제경기에 임하는 남다른 정신자세로 극복해 왔다. 이번 대회라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3 WBC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윤석민, 이대호, 류중일 감독, 강민호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2. 한국의 예선 통과는 확실할까?

한국은 3월 2일부터 타이완 타이중에서 WBC 본선 1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대만, 네덜란드, 호주와 함께 1라운드 B조에 포함됐다. 2일 네덜란드전을 시작으로 4일 호주, 5일 대만전을 치른 뒤 여기서 조 2위 안에 들면 8일부터 열리는 본선 2라운드에 출전하게 된다. 일본, 쿠바 등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들과 만나는 건 2라운드부터다.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의 이름값만 봐서는, 1라운드 통과는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는 것처럼 손쉬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정말 그럴까?

전문가들은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의외의 팀에 일격을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야구에 정통한 한 야구인은 "네덜란드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며 "이번 대회 다크호스 중 하나"라고 평했다. 네덜란드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4강에 들었고, 2009년 WBC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을 두 차례나 격침했다. 2011년 야구월드컵에서는 아마야구 최강 쿠바를 무너뜨리고 유럽 최초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같은 대회에서 한국은 네덜란드에 5-1로 완패를 당했다. 2000년대 이후 네덜란드전 상대전적은 3승 6패로 한국이 열세다.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에 무려 22명의 해외파 선수가 합류했다.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마운드에는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난 자이르 저졘스와 야구월드컵에서 쿠바전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로비 코데만스가 원투펀치를 이루고, 마이너리그 소속 투수들이 그 뒤를 받친다. 타선도 짜임새가 있다. 2년 연속 센트럴리그 홈런왕 블라디미르 발렌틴과 메이저리그 통산 434홈런의 앤드류 존스가 중심타선을 이룬다. 특히 발렌틴은 아시아 야구를 잘 알고, 이번 WBC를 통해 빅리그 복귀를 노리기 때문에 목표의식도 뚜렷하다. 여기에 장타력과 스피드를 겸비한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 애틀랜타의 유격수 유망주인 안드렐톤 시몬스도 수준급 선수다.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가 별로 없다.

만약 네덜란드전에서 일이 잘못되면, 한국은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5일 대만전을 치러야 한다. 최근 '연습경기 스파이' 사건에서 드러나듯, 대만에서 치르는 대만과의 경기는 실력 이외의 다양한 변수가 홈팀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으로서는 까다로운 전력의 대만 대표팀 외에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 심판판정과 대만의 몽니까지 삼중고를 겪어야 하는 셈이다. 한국의 1라운드 통과를 확신하기 어려운 이유다. 좀 더 철저한 대비와 정신무장이 필요하다.

3. 병역 당근 없이도 문제 없을까?

"프로에서 목표요? 국가대표가 되어서 병역 면제를 받는 게 목표입니다." 프로야구 진출을 앞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목표를 물어보면, 종종 이런 식의 답변을 듣게 된다. 심지어 대놓고 "우승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병역 혜택을 받게 된 게 제일 기뻤다"고 떠벌이는 국가대표 선수도 있을 정도다. 국가대표 출전 자체를 영광으로 여기고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의 선수들까지 욕을 보이는 행태다. 한국야구가 그간 국제대회 성적에 따른 병역 혜택을 '당근'으로 활용한 데 따른 부작용이다. 해외에서는 한국야구의 국제대회 선전을 두고 '병역 혜택 덕분'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병역 당근도 해외파도 없는 이번 WBC 대표팀은 한국야구가 새로운 선례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일지 모른다.

'군대로이드'는 없지만, 참가 선수들에게는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포상금이다. 새 규정에 따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WBC 조직위에서 주는 상금의 50%를 선수들에게 주고, 별도로 10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대회 우승 시에는 최대 30억 원에 가까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대표팀 소집 기간이 자유계약선수(FA) 등록일에 포함되는 혜택도 있다. 결승전에 진출할 경우 최대 39일까지 혜택을 받는다. 이에 따라 2014년 최정(SK)은 올 시즌 뒤에 바로 FA가 될 수도 있게 됐다. 여기에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내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뽑힐 가능성이 높다. 아시안게임은 현재로서는 야구선수가 병역 혜택을 노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동기 부여는 충분하다.

4. 대회 우승 후보는?

일본은 지난 1, 2회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다르빗슈(텍사스) 등을 비롯해 해외파 선수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이전보다는 다소 전력이 약화된 상황. 그럼에도 여전히 대회 3연패의 가장 유력한 후보다. 일본 국내파 선수들로만 꾸린 전력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데다, 국제대회에 임하는 정신자세도 한국 못지않게 진지하다. 게다가 몇몇 일본 선수들에게는 다른 동기도 있다. WBC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최국인 미국도 우승 후보다. 미국은 이전 대회에서는 화려한 이름값에 비해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망신살을 뻗쳤다. 이에 이번 3회 대회에는 조 토레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등 어느 때보다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 우선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 R.A. 디키를 주축으로 한 투수진이 막강하다. 선발투수는 디키 외에는 에이스감이 없지만, 대신 초호화 불펜진을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킴브렐, 퍼킨스, 페레즈, 그레거슨, 콜린스, 보그스, 히스 벨, 어펠트 등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불펜 투수들이 즐비하다. 대회 투구수 규정을 감안하면, 이런 불펜 위주의 마운드 구성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타선 역시 정확성과 장타력, 출루 능력을 겸비한 정상급 선수들로 채워졌다. 1번부터 9번까지 올스타급으로만 채워진 지난 대회들보다, 짜임새와 득점 생산 면에서는 나을 수도 있다는 평이다.

그 외에는 메이저리거가 많은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등이 우승에 도전할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도미니카는 허약한 선발진이(완디 로드리게스가 에이스), 베네수엘라는 거꾸로 약한 불펜이 약점으로 꼽힌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에이스를 해줘야 할 펠릭스 에르난데스까지 부상 문제로 이탈하며 선발진까지 문제가 생긴 상황. 올스타급 타자들로 채워진 타선에 기대를 걸어야 할 판이다.

5. WBC도 월드컵처럼 될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는 WBC를 창설하면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클래식'은, '전통과 권위가 있는 유명한 스포츠대회'를 가리킬 때 주로 쓰인다. 축구로 치면 월드컵 같은 대회를 꿈꾸며 출발한 셈이다.

하지만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3회째를 맞는 WBC의 위상은 초라하기만 하다. 특히 주최국인 미국 내에서는 찬밥 신세다. 스포츠 매체 ESPN의 설문조사결과 미국인의 약 60%가 WBC 시청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009년 WBC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경기(미국-베네수엘라)는 고작 시청률 2%에 그쳤다. 경기장 입장 수익도 기대에 못 미친다. 2009년 WBC에서 매진된 4경기는 모두 1라운드 예선에서 나왔다. 미국에서 열린 본선 경기에서는 한 차례도 매진되지 않았다. 그나마 일본과 한국에서의 높은 관심이 WBC를 지탱했지만, 그조차도 이번 3회 대회에서는 시들하다. 100년이 지난 뒤에도 지속되는 전통과 명성의 대회가 될지 기약하기 힘들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는 WBC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국제적인 대회다. 축구는 그 시작부터 세계화를 목표로 삼았고, 월드컵은 그런 저변 확대의 역사와 함께했다. 반면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는 대회다. 메이저리그를 위한, 메이저리그에 의한 대회다. 경기 일정과 장소부터 수익 구조까지 모든 게 메이저리그 위주로 짜여 있다. 미국야구는 자신들의 국내에서 치르는 결승전을 '월드시리즈'라 부른다. 야구의 세계화나 저변 확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근래 들어 시장 확대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야구 세계화 작업을 시작했고, 그러면서 만든 게 WBC다.

미국야구 천동설에 기반을 둔 대회이다보니,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이번 대회에서 적용되는 각종 규정만 봐도 그렇다. 경기당 투구수 제한, 12회 이후 승부치기 등 본래의 '야구'와는 동떨어진 규정이 적용된다. 시즌 개막을 앞둔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보호하고, 구단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다. 월드컵에서 선수 보호를 위해 경기를 전반전만 치르거나, 연장전 없이 바로 승부치기를 하는 경우가 있던가?

말로만 '클래식'을 붙여가며 국제적인 규모의 야구 대회를 표방하지만, 정작 스타급들은 몸을 사리거나 출전을 거부하고, 막상 경기에 나온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서 '야구다운 야구'를 보여주지 못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자국의 명예를 걸고 나와서 피와 살이 튀는 명승부를 선보이는 월드컵과는 딴판이다. 야구가 야구답지 않으니, 자연히 야구팬들의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업주의로 가득한 메이저리그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 WBC는 결코 월드컵처럼 될 수 없을 것이다.

www.futuresb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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