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조원들의 체포를 막는 권영국 변호사를 불법 연행한 경찰관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수원지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유모 씨에게 법원이 유죄 판결을 지난 6일 선고한 것에 대해 최근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 측은 "처음부터 피고인들이 무혐의라고 판단해 무죄를 구형했는데, 법원이 유 씨에게 유죄를 구형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유 씨는 지난 2009년 6월 26일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퇴거불응죄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을 체포하는 경찰에 항의해 변호인 접견권을 요구하던 권영국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했다.
이에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같은 해 7월 "민변 노동위원장인 권 변호사가 당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 전문가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공장을 찾았다가 공장 밖에서 구금돼 있던 쌍용차 노조원들을 체포한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체포당했다"며 유 씨를 포함한 경찰관 6명을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당시 경찰관 6명을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가 2011년 1월 민변이 서울고법에 낸 재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유 씨 등 2명을 기소했다. 재정 신청이란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한 고소인이 재판에 회부해 줄 것을 고등법원에 요청하는 제도다.
재정 신청에 의해 유 씨 등 2명을 기소한 검찰은 지난달 21일 결심 공판에서도 이들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그러나 수원지법은 유 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인정하고 유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0단독 이상훈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당시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전경 대원들을 동원해 노조원들을 에워싸 이동을 제한하고 체포 이후에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체포의 이유를 고지한 것은 현행법 체포의 적법한 절차를 어긴 것"이라며 "따라서 공소사실 전부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쌍용차 사태 때 변호사 불법 체포한 경찰관 '징역형')
검찰의 항소에 대해 권영국 변호사는 "검사가 자기 임무를 방기하고 피고인과 한편이 돼서 움직이는 기막힌 현상이 나타났다"며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시정해야 할 위치에 있는 검찰이 오히려 공권력 남용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권 변호사는 "재정 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잘못된 경우 법원에서 공소를 명하는 제도인 만큼, 검사가 부당하게 불기소 처분했으면 사건을 검찰이 아닌 '공소 유지 변호사'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재정 신청 시 사건을 '공소 유지 변호사'에게 맡기는 방안이 들어가 있었는데, 검찰의 반대로 입법 과정에서 슬그머니 빠졌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정 신청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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