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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도 않은 기사 때문에 징역 10년…죄목은 왕실 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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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도 않은 기사 때문에 징역 10년…죄목은 왕실 모독

[아시아 생각] 인권 옹호자 솜욧 재판 방청기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쓰지도 않은 기사로 10년 징역 받은 사연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태국 형사법원 판사들은 노동운동가이자 인권 옹호자인 솜욧 프룩사카셈숙(Somyot Pruksakasemsuk)에게 왕실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솜욧은 왕실을 모욕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기사 두 개를 출판했다는 이유로 10년 형을 선고 받았으며 이와는 별개로 2009년에 명예훼손죄로 받은 집행유예 1년까지 포함해 총 11년 형을 받았다.

솜욧은 2011년 4월에 체포되었으며 21개월 동안 미결구금 상태였다. 그는 왕실모독죄로도 알려져 있는 태국 형법 112조에 대한 국회 청원을 요구하는 1만 인 서명 운동을 시작하고 5일 후에 체포되었다. 그의 가족과 변호사는 보석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 당일, 태국 형사재판소 법정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재판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2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 중에는 태국 기자 및 외신 기자들, 대사관에서 온 재판 방청인들, 솜욧의 친구들, 그리고 레드 셔츠의 상부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독재저항민주연합전선(UDD) 당원들이 있었다.

또한 법정 안에는 왕실모독죄로 인해 고통받아온 사람들도 있었다. 인터넷 신문사 <프랏차타이>(Prachatai)의 편집장인 치라우크 프렘차이포른(Chiranuch Premchaiporn)은 컴퓨터범죄법상 왕실모독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프랏차타이> 온라인 포럼에 올라온 왕실모독적 댓글을 빨리 삭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왕실에 모독적인 내용을 담은 DVD를 팔았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에카차이(Ekkachai)도 보였다. 에카차이는 왕실모독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 중 보석으로 풀려난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왕실을 모욕하는 네 개의 문자를 보냈다는 혐의 아래 20년을 선고받은 암폰 탕놈빠쿨(Amphon Tangnoppakul)의 아내인 로즈말린 탕놈빠쿨(Rosmalin Tangnoppakul)도 법정에 앉아 솜욧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태국 사람들 사이에서 아콩(Akong) 혹은 할아버지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암폰은 복역 중 부적절한 치료와 진단이 확정되지 않은 암으로 사망했다. 구금 중 사망한 그의 사건은 태국 사회와 국제 사회에 충격을 가져다주었고 태국의 왕실모독죄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전 9시 반쯤 솜욧이 법정으로 들어섰다. 예전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발목에 족쇄를 차고 있었다. 그의 지지자 중 몇몇이 그에게 다가가 격려와 지지의 말을 건넸다. 그는 부인 수카냐(Sukanya), 아들 파니탄(Panitan)과 짧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두 사람은 솜욧의 석방을 위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었다. 수카냐는 형법 112조에 의해 고통받은 사람들과 가족들의 네트워크를 설립하는 데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파니탄은 2012년 2월, 그의 아버지의 보석 신청을 판사들이 계속해서 거절하는 것에 저항하기 위해 태국 형사 법원 앞에서 112시간 동안 단식 투쟁을 벌였다.

네 명의 판사들은 재판이 열리기로 한 지 90분이 지나서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한 시간 동안이나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여전히 발에 족쇄를 찬 상태인 솜욧은 통풍으로 고통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판결문이 읽히는 내내 서 있어야만 했다. 재판부는 솜욧이 한때 편집장으로 일했던 <탁신의 목소리>(Voice of Thaksin)라는 잡지에 2010년 2월과 3월 실린 두 개의 기사가 왕실모독적이라며 이를 다시 인용했다.

그 두 기사는 솜욧이 쓴 것이 아니라 망명 중인 전 총리 탁신 친나왓의 대변인인 자크라폽 펜가이르(Jakrapob Penkair)가 작성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기사의 필자인 자크라폽은 그가 쓴 글과 관련해 어떠한 처벌도 받은 적이 없다. 법정 안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기사의 내용을 처음으로 들었다. 이는 대부분의 왕실모독죄 관련 사건들의 내용이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법정 밖으로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 중에 왕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음에도 재판부는 두 글이 왕실모독적이라는 것 이외의 다른 해석은 있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솜욧의 변호사는 태국의 출판법이 그 내용에 있어서 편집자에게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필자에게 책임을 부과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솜욧이 형사법을 위반한 것을 무죄로 만들 수 있는 논리는 아니라며 변호사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의 이러한 논리는 왕이나 왕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왕실모독적인 분위기를 은연중에 풍기면 기소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으로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동시에 재판관들은 누군가의 글에 대해 다른 사람이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 되었다.

판결문에 따라 재판부는 솜욧이 왕실모독죄를 저질렀으며 따라서 유죄라고 판결했다. 솜욧은 이미 미결구금 상태로 있었던 21개월을 포함해 11년 형을 선고받았다. 법정에 있던 재판 방청객들은 불신과 분노를 표출했으며 솜욧이 직접 하지도 않은 죄에 대해 가혹하고 불균형한 판결이 내려진 데에 충격을 받았다. 법정 밖에서 그의 지지자 중 몇 명은 부당한 판결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의 변호사는 해당 판결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솜욧은 항상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으며 판결에 맞서 싸우기를 희망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형을 낮출 수 있는 왕실 사면을 요청하지 않았다.

판결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일었다. 유럽연합은 태국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판결에 의해 "침해"되고 있으며, 또한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라는 태국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솜욧에 대한 유죄 판결과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은 태국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정적 징후다. 법원의 판결은 왕실모독죄에 대한 기소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최근의 심각한 경향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태국기자협회는 솜욧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표현의 자유라는 쟁점과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협회 회장은 헌법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한계나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표현의 자유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자유는 아니다"라고 덧붙이며 "태국법에 따르면 군주제는 정치보다 위에 있는 체제다. 처벌이 가혹하다거나 법적 절차가 적합한지 여부는 또 다른 쟁점이다"라고 말했다.

▲ 태국의 인권 활동가 솜욧 프룩사카셈숙의 석방을 요구하는 웹자보. ⓒwww.frontlinedefenders.org

왕실모독죄의 변화가 당장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태국의 이 법은 전 세계에 있는 비슷한 부류의 법 중에서 가장 가혹하다고 알려져 있다. 교수들과 활동가들은 최근 왕실모독죄로 기소된 사건들의 급격한 증가에 주목해왔다. 특히 왕실모독죄에 따른 기소는 2006년 9월 탁신 친나왓 총리를 몰아낸 군사 쿠데타 이후 급증했다. 교수들과 활동가들은 이 법이 점점 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고 있고, 반대 목소리들이나 다른 의견들을 묵살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태국 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솜욧과 다른 왕실모독죄로 구속된 사람들은 범죄자도 살인자도 도둑도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실 솜욧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지하고, 태국 내 민주노동조합(Democratic Trade Unionism)을 설립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솜욧은 군사 쿠데타와 정치적 불의를 맹렬히 비난해왔다. 재판에 참가한 동료 인권 활동가들은 솜욧이 그날 풀려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인권운동이 처한 현실과 싸우고 폭력과 인권 침해에 저항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부당한 판결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법부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솜욧과 다른 활동가들은 태국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와 불의에 이전보다 더 단호하게 맞설 것이다.

*영문으로 이 글을 보내온 태국 현지 활동가의 신변 보호를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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