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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보는 게임은…규제악? 노다지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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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보는 게임은…규제악? 노다지 산업?

[기고] 박근혜 정부가 풀어야 할 게임 규제 논란

박근혜 정부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정부 조직 구성의 실무 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인수위원회의 새 정부의 밑그림 그리기가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인수위원회가 새로운 정부 조직 부서로 제시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디지털콘텐츠와 과학기술의 업무를 포괄적으로 전담하게 될 이 부서에, 기존 부처에서 어떤 업무가 이관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디지털콘텐츠의 산업경쟁력을 담당하게 될 미래창조과학부에 게임 관련 진흥 업무가 포함될지를 놓고 부처 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준비하는 당사자들이나 디지털콘텐츠 산업계에서는 게임이 국내외에서 산업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 내 정보통신기술(ICT) 부서가 관련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게임 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게임이 단순한 상품이기 전에 창의적 기획이 필요한 문화콘텐츠이기 때문에, 종전대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흥 업무를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게임 관련 업무가 어느 부서로 이전할지에 대해서는 결국 부처 간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게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함은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게임 진흥 업무를 정부 부처 중 어디서 맡아야 하는가를 주장하는 이면을 보면, 게임에 대한 기본 인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로 게임의 정체성에 대한 오랜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게임 제3의 정체성: 산업콘텐츠와 문화콘텐츠를 넘어서

게임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상품경쟁력이 높은 디지털콘텐츠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화계에서는 디지털콘텐츠이지만 대중음악, 영화, 애니메이션과 같이 문화콘텐츠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 게임을 콘텐츠로 보는 것은 동일하지만, 기술 기반을 강조하는 것과 문화 기반을 강조하는 것의 차이로 볼 수 있다.

신설될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ICT 부서의 실질적인 성과를 위해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게임콘텐츠 진흥 업무를 방송 업무와 함께 고유 업무로 가지려 하고 있다. 이전의 근거로 게임의 기술 기반을 강조한다. 그러나 게임콘텐츠는 기술 기반을 기초로 해서 문화적 역량이 가미된 것이기 때문에 문화적 창의성을 가장 핵심 과제로 한다. 한국 온라인 게임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킨 다중접속역할수행(MMORPG) 게임은 분명 기술 기반의 디지털 콘텐츠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기술적 과정을 바탕으로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문화적 상상력과 창의력 없이는 결코 산업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문화부의 문화산업 관련 전체 업무를 가져가지 않는 한, 게임콘텐츠가 ICT 부서로 이전될 경우 문화적 창의성, 예술적 상상력의 실제 내용을 확대 발전시킬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은 기술과 공학이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기는 문화 그 자체이다.

게임업계가 게임을 상품으로 인식해서 돈을 버는 데만 관심이 있다면, 새로운 놀이 문화로서 게임을 만드는 사회적 책임을 충분하게 다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임은 물론 상품으로 존재하는 문화이다. 따라서 산업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산업적 경쟁력만을 위한 이해관계 때문에 자신을 디지털콘텐츠 진흥 기관으로 귀속하길 원한다면 근시안적인 시각에 불과할 것이다. 게임의 산업적 지속가능성은 게임의 놀이적 욕망, 문화적 즐거움에서 출발한다.

게임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산업콘텐츠와 문화콘텐츠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게임을 즐기는 대중은 게임을 무형의 디지털콘텐츠와 상품의 문화콘텐츠로 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문화적 놀이의 대상으로 간주한다. 게임의 공학적 실체는 디지털콘텐츠이고, 그것의 산업적 실체는 문화콘텐츠이다. 그러나 그 두 개의 실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게임의 문화적 가치이다.

▲김금래(오른쪽)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011년 11월 15일 서울 강서구 국제청소년센터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장관 초청 청소년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차광선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회장에게 셧다운제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게임 규제는 정당한가?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관련 업무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전되면 게임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새 정부의 전략적 부서이고, 상대적으로 현재의 여성가족부나 문화체육관광부보다 힘이 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예상과는 다르게 게임 관련 규제는 부처 이전의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게임 규제의 근거를 강력하게 제시하는 여성가족부가 여전히 존속되기 때문이다. 게임의 문화적 가치와 대중의 놀이문화로서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차라리 문화체육관광부 안에 있는 것이 더 객관적인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지 없이 힘이 더 강한 부처 이동으로 게임 규제 사태를 해결하려는 데 있다.

청소년 게임 과몰입의 해소 문제가 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로 해결될 수 있을까? 산업적인 경쟁력이 강하다는 게 청소년 게임 이용 규제 완화의 이유가 된다면, 결국 '게임산업계의 발전과 그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게임 과몰입의 확산'이라는 악순환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아닐까?

게임업계가 청소년 게임 과몰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게임의 규제 완화가 필요한 이유를 산업적인 측면에서 찾기보다는, 게임의 문화적 가치와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게 더 현명할 것이다.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자신의 일상을 즐길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고, 문화적 선택의 권한을 박탈한다. 이미 게임등급을 통해 게임콘텐츠의 일차적 사용 규제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게임 이용의 시간을 강제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규제의 타당성 이전에 개인의 자기 선택 권한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처사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2011년 11월에 공식 시행된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 시행 후 심야시간 게임 이용이 줄어들었다고 밝힌 청소년은 불과 0.3%에 불과했다. 사실상 법적으로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보아야 한다.

▲ 지난해 대선 후보 당시 경기도 성남 분당구 삼평동 H스퀘어 카카오톡 방문해 에니팡을 해보고 있는 박근혜 당선자 ⓒ연합뉴스

문화로서 게임은 상상 불가능한가?

결론적으로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와 '통제'보다는 '설득'과 '대안'이 더 유효하다. 오히려 청소년에게 게임의 교육적, 문화적 가치들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다른 대안적 놀이 대상을 더 많이 제시하는 게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비디오 게임의 청소년 과몰입을 줄이기 위해 강력한 규제보다는 교육과 설득이라는 대안을 선택했다.

새 정부의 부처 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게임의 주무 부처 논쟁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게임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게임을 디지털콘텐츠로 보든, 문화콘텐츠로 보든 모두 산업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게임을 디지털콘텐츠로만 보려는 발상은 최소한 막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기존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게임을 문화콘텐츠로만 간주하려는 발상 역시 차제에 교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게임은 문화이고 놀이다. 그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담고 있다. 게임은 이제 스스로 자신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상품으로 존재하는 게임만이 게임이 아니다. 게임은 상품 이전에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러운 놀이의 매개물로 존재한다. 산업에 앞선 문화, 상품에 앞선 놀이에 대한 상상만이 게임 문화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 문화로서 게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간주하는 시절이 과연 도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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