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프레시안>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이마트 기업문화팀 이아무개 관리자는 지난해 11월 16일 이마트 각 점포 점장 등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수찬 위원장이 이튿날인 17일 징계 해고될 것이라고 예고하며 각 점포에 여론 대응을 할 것을 주문했다.
이 관리자는 점장들에게 "징계 해직이 통보될 경우 전OO이 과거 친분이 있었던 사원에게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거나 동정을 구하는 전화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원들 사이에 잘못된 내용이 퍼져 저희가 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적었다. 전 위원장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사전에 차단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21일 이마트 각 점포 점장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전 위원장이) 무단결근과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언론에 유포시키고 다녔다"며 "지원팀장, 인사파트장, 팀장급과 공유해 사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서 당연히 잘릴 짓을 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 이마트 기업문화팀 관리자가 작성해 각 이마트 점포에 배포한 문건.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는 "사원들 사이에서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될 경우 점장, 지원팀장, 인사파트장 등이 자연스럽게 예시된 내용을 말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예시로 든 멘트는 "전수찬인가 걔, 잘렸대. 19일 동안 무단결근했다며? 근데 그렇게 아프다는 애가 매일 1인 시위 하고 다녔대. 그 먼 광주까지 가서도"였다.
전 위원장이 관리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광주점 관리자들이 전 위원장을) 사무실에 가둬놓고 때렸다는 게 말이 돼? 완전 뻥이지. 고소당한 어떤 직원하고 와이프는 충격받아서 정신과 치료받고 우울증 약 먹고 난리도 아니라던데"라고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 관리자는 각 점장과 인사 관리자 등에게 "교육 형식의 설명으로 사원들에게 강압적이고 주입적인 느낌을 줘선 절대 안 된다"며 "예시 멘트를 숙지한 후(문서 인쇄 금지) 별도 교육이 아닌 흡연실이나 휴게실 안에서 자연스럽게 대화 형식으로 진행"하라고 지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전 위원장을 고립시키기 위해 이마트 기업문화팀 관리자가 작성한 '1인 시위 대응 지침'이 실제로 실행됐다는 증거도 나왔다.
지난해 11월 21일 작성된 '은평점 1인 피켓 시위 보고'라는 해당 문건을 보면, "로열티가 높은 사원"들로 구성된 이른바 '대응조'는 당시 1인 시위에 나선 전 위원장이 들고 있던 피켓을 가리는가 하면 1인 시위 참여자들을 채증해 상부에 보고했다.
대응조는 전 위원장에게 "여기 왜 왔어? 이렇게 시위하는 거 미안하지도 않냐?", "너 전년에 연봉 3500만 원 받았다며. 그게 불만이라 이런 짓 하냐?"라고 말한 내용을 적어 관리자에게 보고했다.
그밖에 이마트 관리자가 지난해 12월 9일 작성한 '1인 시위 대응 지침'이 언론에 보도되자, 같은 달 14일 전국의 이마트 점포에 증거를 인멸할 것을 지시한 문건도 새롭게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14일 이마트 관리자가 서울·광주·호남·강원·부산·경남·대구·경북·제주 등 전국의 이마트 권역별 점포 담당자에게 발송한 해당 이메일은 "매스컴에 1인 시위 대응 지침에 대한 내용이 유출됐다"며 "각 점포도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 모든 문서를 폐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세계 관계자가 "특정 지역을 담당하는 인사 관리자 개인이 과도하게 대응했을 뿐 회사 차원에서 노조를 탄압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과는 달리, '1인 시위 지침'이 전국의 모든 이마트 점포에 전달됐음을 짐작케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해 진상을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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