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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10구단 유치전, '지역 안배론'은 궤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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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야구 10구단 유치전, '지역 안배론'은 궤변이다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잘못된 선택, 프로야구 전체의 재앙이 될 수도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전이 마지막 이닝을 앞두고 있다. 10구단을 놓고 경쟁하는 KT·수원과 부영·전북은 지난 7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KBO는 20여 명의 외부 인사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연고지의 인프라와 야구단 운영 지속성, 기업의 안정성 등을 검토한다. 10일에는 양측의 비공개 프레젠테이션이, 11일에는 9개 구단 대표가 모이는 이사회가 열린다. KBO는 심사 과정의 잡음을 줄이기 위해 빠르면 11일 이사회를 통해 10구단의 주인을 가린다는 방침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모든 이가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낸다는 게 목표다.

공정한 경쟁은 공평한 게임의 룰을 전제한다. 그런데 10구단 유치전은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원 측과 전북 측에 각기 다른 룰이 적용됐다. 2011년 2월 결정된 KBO 규약에서는 프로야구단은 도시 연고제가 원칙이다. 프로야구 구단의 보호 지역을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로 제한하고 있다. 전국에서 이 기준을 충족하는 도시는 현재까지 수원과 울산뿐이다. 수원은 인구 114만 명으로 조건을 충족한다. 수원이 10구단 창단을 추진한 것도 도시 연고제를 충족하는 지역 가운데 야구단 창단이 가능한 곳이 수원뿐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전북에는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가 없다. 가장 인구가 많은 전주시가 65만 명으로 규약에서 정한 조건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인근의 군산시, 익산시, 완주군을 합친 '공동 연고지'를 들고나왔다. 네 지역을 합친 인구 수는 약 130만 명이다. 복싱으로 치면 미들급(72kg) 경기를 치르는데 플라이급(50kg) 선수가 미니멈급(47kg) 선수와 손잡고 나타나서 체급을 인정해 달라고 하는 격이다. 전북의 논리대로라면 인구 155만 명의 강원도가 프로야구단 창단 신청을 해도 거부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전북의 요구에 KBO는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유권해석을 통해 공동 연고지 요구를 받아들였다. 명백한 규약 위반이다. 10구단 창단을 경쟁 입찰 구도로 가져가기 위해 무리하게 전북을 끌어들였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9구단 NC는 창단 시 50억 원(가입금+야구발전기금)을 냈다. 10구단은 경쟁 입찰인 만큼 그보다 많은 금액을 써내고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선정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전북 측은 "KBO의 유권해석을 받은 만큼 유치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7일 유치 신청서를 제출할 때도 전주시장 대신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이중근 부영 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9구단 NC의 창단 당시에는 경남도는 뒤로 물러나서 지원하는 역할만 하고, 실제 창단은 통합창원시가 주도했다.

창단 신청서에는 '부영 드래곤즈'라는 구단명을 사용했다. 드래곤즈는 이미 전남 지역 프로축구단이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다. 미국의 경우 프로스포츠팀을 창단할 때 이미 같은 이름의 팀이 존재하는지를 꼼꼼하게 살핀다. 시골 오지의 실업팀이라도 같은 이름이 있으면 그 이름은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구단 창단 신청을 위해 급조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도시 연고제를 못 박은 KBO 규약은 신청서 제출 당일까지도 달라진 게 없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공정하게 하려면 "우리도 수원에 야구장을 놓고 용인, 오산, 성남, 이런 인근 도시들이 다 연합해서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용인시 하나의 인구만 해도 90만 명이 넘는다. 성남시와 하남시를 합치면 110만 명이다. 또 염 시장은 "무원칙하게 선정 작업을 진행해나가다가 이후에 혼란이 초래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KBO가 져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10구단 선정에서 납득하기 힘든 결과가 나올 경우, KBO의 규약 위반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될 경우 10구단 선정 이후에도 법정 공방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야구 관계자는 "애초에 전북을 후보지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10구단 유치전은 시작부터 절차적 정당성이 크게 훼손된 가운데 출발했다.

수원의 흥행 가능성, 전북 전체와 비교해도 우위?

KBO 규약이 '인구 100만 명 이상'을 못 박은 가장 큰 이유는 흥행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새 구단이 생겼는데 관중보다 기자가 더 많거나, 내야석에서는 자전거 타고 외야석에서 삼겹살 구워먹는 풍경이 연출된다면 프로야구팀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 인구 수가 최소 100만 명은 되어야 연간 128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에서 매 경기 적정 수준 이상의 관중 수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공동 연고를 내세운 전북이 인구 100만 도시만큼의 흥행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전북 측은 "설문조사 결과 도민 10명 중 9명이 '10구단이 생기면 야구장에 가서 관람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는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런 조사 결과는 객관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전북이 아니라 강원도나 제주도에 가서 같은 설문을 해도 '정말로 야구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그렇다'고 답하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KIA 타이거즈의 군산 경기 좌석 점유율(82%)도 흥행을 보장하는 근거로는 부족하다. 군산 경기는 매년 6~9경기에 불과하다. 경기 수가 적으면 희소성 때문에라도 많은 관중이 시간을 내어 찾게 되어 있다. 프로야구는 홈에서 1년에 66경기가량 치른다. 66경기에서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좌석 점유율을 달성하려면, '지역민들의 열기'나 '야구 사랑' 같은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근거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우리 지역의 야구 열기가 최고!' 같은 종교적인 수사와 '전북은 한국의 세인트루이스' 같은 무리수를 걷어내면, 흥행력을 측정할 가장 확실한 기준은 야구장의 입지 조건과 교통편이다. 아무리 야구장 시설이 최첨단이라도 백록담 위나 땅끝마을에 지어졌다면 관중을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야구장은 시내에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으면, 열성팬이 아니고서는 자주 찾아가기 어렵다.

이 면에서 수원이 전북보다 우세하다. 우선 수원야구장의 접근성이 전주 신축구장 부지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 만일 전주가 기존 전주구장 부지에 신축구장을 지었다면 접근성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주시는 흥행이 보장된 전주야구장 부지 대신에 전주 월드컵경기장에 신축구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 일대는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시민들이 구장까지 오기가 쉽지 않다. 대중교통 수단도 마땅치 않다. 시외에서는 차로 이동하거나 시외버스를 통해 찾아와야 한다. 야구장 한번 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반면 수원야구장은 지하철역 바로 앞에 자리해서 경기장을 찾기가 용이하다. 지하철 4호선과 신분당선도 개통을 앞두고 있어 접근성은 앞으로 더 좋아질 전망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원야구장 반경 10km 이내에 거주하는 인구 수만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분 이내에 수원야구장까지 올 수 있는 사람 수가 전라북도 전체 인구와 비슷하다. 경기 남부는 물론 양주나 의정부 등 경기 북부 지역도 1호선으로 수원구장까지 연결된다. 흥행 가능성 면에서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생각해볼 게 있다. 10구단을 창단한다고 해서 흥행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넥센 히어로즈만 해도 서울이라는 최고의 연고지를 갖고도 5년이 걸려서야 간신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교통과 입지 면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에 야구단을 만든다고 해도, 반드시 흥행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구단과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마케팅을 하고, 팀도 스타 선수를 배출하면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야 간신히 성공할 수 있는 정도다. 그만큼 프로야구가 어려운 산업이다. 프로야구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높은 인기를 누린다는 보장도 없다. 평가위원회는 수원과 전북의 흥행력을 가급적 보수적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야구단 운영 능력, 구단 운영 비전 모두 KT·수원 우세

구단을 운영할 기업의 운영 능력은 어떨까. 이 부분에서는 KT와 부영 모두 KBO가 정한 기준은 충족한다. KT는 자산총액 32조 원, 매출액 28.7조 원이 넘는 재계 순위 12위의 대기업이다. 계열사만 50개가 넘는다. 국내에서 KT를 모르는 사람은 간첩일 가능성이 높다.

부영그룹 역시 계열사 17개에 자산총액 12조 원, 매출액 2조 원으로 재계 순위 30위권에 드는 기업이다. 대기업보다는 중견기업에 가깝다는 견해도 있지만 KBO가 제시한 조건은 충족한다. 다만 기업 인지도 면에서는 KT보다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야구팬들 중에도 10구단 유치전을 통해 부영이란 회사를 처음 알게 됐다는 이가 적지 않다. 지난달 13일 창단 선포식에서도 부영그룹에 대한 홍보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물론 기업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목적 중 하나가 '홍보 효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 부분이다.

KT와 부영 양측 다 기업의 안정성 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KT는 국내 굴지의 정보통신업체다. 어지간한 경제위기에도 휘청대지 않을 몇 안 되는 기업으로 통한다. 부영은 건설업계에서 잘 알려진 기업이다. 통념상 건설업은 경제 상황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경기 침체로 많은 건설업체가 쓰러졌다. 실제 부영이 창단 의사를 드러내자 건설업체라는 점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부영은 "건설보다는 임대사업이 주력"이라며 "임대사업은 고정적인 임대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정적"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야구단 운영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다만 부영 측의 주장처럼 "신속한 의사결정구조"가 야구단 운영에서 장점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창단선포식에서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이석채 KT 회장의 임기를 문제 삼았다. 오너가 바뀌면 야구단에 대한 지원도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북 측을 지지하는 관계자는 "KT는 투자 결정 시 사외이사와 노조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 약점"인 반면에, 부영은 "지분 80%가 회장에게 있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정반대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사외이사와 노조 등의 견제장치는 오너 1인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정상적이고 선진적인 기업구조"라며, "오히려 각종 견제장치 때문에라도 일단 프로야구단을 시작하면 함부로 발을 뺄 수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1인 지배체제는 체계적인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오너의 '의지' 외에는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다. 주장대로 투자 결정이 빠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투자가 쉽게 중단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또 구단주의 영향력이 너무 강하면 막상 야구단 사장이나 단장이 오너의 의중에 휘둘리게 된다. 이는 프로야구단 운영에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영·전북 제10구단 창단 선포식'에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왼쪽)과 김완주 전라북도 도지사가 협약식을 마치고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KT는 이미 프로농구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단을 운영해본 경험이 장점이다. 기존의 노하우를 살려 프로야구단 운영에서도 좀 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7일 참가신청서를 제출하면서는 "하키와 사격 등 비인기 종목에 대해서도 수십 년간 꾸준한 지원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KT는 5년 전에도 현대 유니콘스 인수를 결정하고 유니폼까지 전부 맞추는 단계까지 갔었다. 10구단 창단도 이미 2년 전부터 준비했다. 그만큼 야구단 창단을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부영은 매년 수백억의 사회 공헌 활동을 해왔다고 강조했지만, 스포츠 분야와는 인연이 없었다. 프로야구단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창단 선포식과 이후 배포된 보도자료를 보면, 프로스포츠 운영에 대한 준비나 이해도가 다소 미흡하다는 인상을 준다.

경험의 차이는 프로야구단 운영의 비전에서 큰 격차로 나타난다. KT는 창단 선포식 이후 10구단 창단 시 구단 운영을 위한 다양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주력 분야인 정보통신과 야구를 결합한 '빅 테크테인먼트(BIC Techtainment)', 구단 운영에 시민 참여를 반영하는 '오너쉽 셰어링' 등이 대표적이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최소한 프로야구단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로드맵은 제시해 보였다. 자신들의 기업이 프로야구를 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반면 부영은 구단 운영 방안보다는 도민들의 '재능 기부'나 회장의 '2억 원 쾌척' 등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발표된 바만 갖고는 부영이 10구단을 운영해서 프로야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지 가늠하기 어렵다. 더 근본적으로는 "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겠다는 것인지"도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다.

프로야구는 이제 1980년대 초창기처럼 단순하게 성적을 내서 그룹명을 홍보하는 원시적인 단계는 넘어섰다. 수백억대 적자를 내는 모델도 더는 바람직하지 않다. 야구를 통해 야구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9구단 NC 다이노스가 좋은 선례다. 아직 1군리그에도 참여하지 않았지만, 마케팅과 구단 운영에서 참신한 시도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프로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0구단의 창단이 프로야구 전체에 변화와 발전을 가져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KT와 부영 중에 어느 쪽의 손을 들어야 할지는 분명해진다.

'지역 안배'는 궤변이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볼 때 KT와 수원은 부영·전북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다. 이는 전북을 지지하는 인사들도 대부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래서 내민 카드가 '지역 안배론'이다. '10구단이 수원에 생기면 수도권에만 5개 구단이 몰린다, 전북에도 프로야구단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부영과 전북은 홍보전 과정에서 '전 국민과 함께 즐기는 프로야구'를 내세웠다. 한 방송사 주최 토론에서 전북 측 인사는 토론 시간 내내 '지역 균형'과 '지역 안배'만을 강조하면서 감성에 호소했다. 규약상 10구단 유치 자격은 물론 접근성과 흥행성 모두 열세인 전북으로서는, 지역 안배론이 거의 유일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수원 측을 지지하는 야구계 인사들조차도 "전북의 지역 안배론을 외면하기 어렵다"고 하는 이가 적지 않다. 과연 그럴까. 지역 안배로 따지면 수원과 경기도 역시 야구팀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경기도가 10구단 유치에 앞장섰고, KBO에서도 경기도에 먼저 구단 창단을 제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울산처럼 도시 연고제의 기준인 인구 100만을 충족하는 지역이 '지역 안배'를 주장하고 나섰다면 경청할 가치가 있다"면서도, "기본적인 자격도 충족하지 못한 지역에서 어떻게 지역 안배를 당당하게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마산-창원-진해를 하나의 지자체로 통합해서 프로야구단 유치에 성공한 통합창원시처럼, 먼저 정당한 자격조건을 갖춘 뒤에 지역 안배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지역 안배는 프로야구 같은 산업이 아니라 정치권에서나 통용되는 논리다. 정치인은 표심을 따라 움직인다. 국회의원은 지역구에 더 많은 기업과 시설을 유치해야 다음 선거 때 표를 얻을 수 있다. 정부와 정당 역시 특정 지역을 소외시켜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을 적절히 배분해서 지역 민심을 관리한다. 국가 전체의 균형 잡힌 발전을 꾀하는 건 모든 정치인과 정부의 의무이자 존재 이유다. 실제 수원에 있던 농촌진흥청과 지방행정연수원 등이 '지역 안배' 차원에서 전북 이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정치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의 영역이다. 정치 논리에 따라 여기저기 나눠먹기 할 대상이 아니다. 공공기관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에 유치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스포츠팀은 흥행이 되지 않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팀을 만들 때도 얼마나 많은 팬을 끌어모을 수 있는지, 수익성은 어떤지를 고려해서 창단한다. 미국 메이저리그만 봐도 대부분의 팀이 동부 지역의 해안과 대도시, 서부 해안에 집중되어 있다. 중서부 지역은 허허벌판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에는 애초에 팀이 생기지 않는다. 또 팀을 만들어서 운영하다가도 더 조건이 좋은 연고지가 생기면 프랜차이즈를 이전하기도 한다. 일본 역시 인구가 많은 도쿄와 오사카 지역에 대부분의 구단이 집중되어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프로야구를 유치해야 한다는 논리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현실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프로야구단 유치를 통해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발상은 망상에 가깝다. 프로야구는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산업이다.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지역에서 섣불리 운영하면 지역의 발전에 도움은커녕 큰 해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 균형 발전은 프로야구가 아닌 행정부와 지자체, 정치의 영역에서 이뤄내야 할 문제다. 먼저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해 수도권 인구 집중을 해소하고, 지역의 경제력과 인구 규모를 늘려서 프로야구를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는 게 순서다. 그 뒤에 프로야구단을 유치하든 미식축구팀을 유치하든 해야 한다. 프로야구단은 지역 균형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해 생길 수 있는 결과라고 봐야 한다.

'전북민들도 프로야구를 즐겨야 한다'는 감성적인 주장은 어떨까. 사실 프로야구가 보고 싶은 건 강원도에 사는 팬도, 제주도 사는 팬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야구팬이 사는 지역이라고 죄다 프로야구팀을 만들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시민의 여가 선용이 필요하다면 야구단보다 규모가 작은 농구단이나 축구단을 유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전북에는 전북 현대 모터스와 전주 KCC 농구단이 있다. 전주와 전북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팀에 좀 더 애정을 갖고 투자하는 편이 낫다. 아예 전북을 '축구의 도시', '농구의 중심지'로 키워가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민들의 야구 열기를 담아낼 방법이 꼭 프로야구만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경우 메이저리그팀을 보유할 조건이 안 되는 지역들은 마이너리그 팀이나 독립리그 팀을 운영한다. 한국도 최근 고양 원더스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아직 프로야구를 할 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독립야구단 운영도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퓨처스리그 팀을 전북은 물론 강원도나 포항, 울산 등 야구팀이 없는 지역에 유치하는 방안도 계획해볼 만하다.

이번 10구단 창단이 신생팀 창단의 마지막 기회라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따져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특정 지역이 프로야구단 창단에 여러 차례 도전하는 예는 드물지 않다. NC를 창단한 마산(창원)도 1990년 쌍방울 창단 당시 프로야구 창단 신청서를 제출했었다. 재도전에 성공하기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다. 전주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전주시가 먼 훗날 지역 발전을 통해 인구 100만에 도달한다면, 그때는 전주로 연고지 이전을 원하는 프로야구단이 나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프로야구가 12개 구단으로 확장해서 전주에 새로운 팀이 탄생할 수도 있다. 그러자면 10구단 창단 여부와는 별개로, 지자체가 지역의 야구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왜 전북이 프로야구 유치에 사활을 거는지 모르겠다"며 "시민의 혈세를 프로야구 유치에 사용하기보다는 지역 발전과 야구 인프라 강화에 쏟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가위원회는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만 해도 KT와 수원이 모든 면에서 우세한 만큼 무난히 창단 승인을 얻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전북이 창단을 선언하고, 부영그룹이 나선 뒤에는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부영과 전북이 대대적인 홍보전을 전개하고 '지역 안배' 논리를 강조하면서, 오히려 전세가 역전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기에 박근혜 후보가 18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10구단 선정에 호남 민심을 고려해야 한다는 정치 논리까지 등장했다. 이미 야구계와 학계에는 10구단 문제에 중립적인 인사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10구단 선정에 합리적인 평가 기준이나 상식적인 판단과는 무관한,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0구단 선정은 새로운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1000만 관중 시대를 이야기하지만, 그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렸을 때의 얘기다. 앞으로 리그 전체의 경기력 문제, 주요 선수의 해외 진출, 경기 불황 등 프로야구에 숱한 위기가 예상된다. 냉정하게 보면, 가장 좋은 연고지와 기업을 선택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이 없다. 자칫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10구단은 해당 지자체와 기업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에 축복이 아닌 궤멸적인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정치적 고려나 지역 안배론 같은 엉뚱한 요소가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의 발전을 염두에 둔, 합리적이고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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