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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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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빤스

[한윤수의 '오랑캐꽃']<412>

충청남도 00군(郡)의 목재소.
사장님이 기숙사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더니
"마실 것 좀 없냐?"
베트남인 짱(가명)은 자기 개인 냉장고에서 비타500을 꺼내주었다.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장님이니까!

그러나 다음날
"시원한 캔 맥주 같은 거 없냐?"
했을 때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자기 돈 내고 사먹지, 왜 남의 냉장고를 기웃거려? 캔 맥주는 비싼데!

그 다음날
사장님이 문을 열었을 때 짱은 단호하게 말했다.
"캔 맥주 없는데요."
하지만 사장님은 끈질겼다.
"그럼 병맥주는?"
"그것도 없는데요."
"그럼 라면이라도 줄래?"
"생라면을 요?"
"응. 생라면."
"뭐하시게요?"
"먹으려고."

목재소에 근무하는 1년 내내 짱은 살이 떨리는 걸 느꼈다.
거머리에 뜯기는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1년 계약이 끝났을 때 만세를 부른 것이다.
"살았다!"

그러나 사장님은 18일치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않았다.
퇴사하고 나서 1년이 다 되도록.

내가 노동부에 진정하겠다고 하자,
사장님은
"퇴직금은 없고, 월급도 그놈이 훔쳐간 물건값 17만 5천원 빼고 줄 겁니다."
하며 절도행위인정서(사진 참조)라는 것을 팩스로 보내왔다.

기가 막혔다.
짱이 스스로 자기가 도둑놈이란 걸 인정한 내용이니까.
인간이,
고문(拷問)에 의하지 않고는,
자신에게 불리한 이런 내용을 진술할 리가 있나?

궁금해서 물었다.
"짱, 절도가 무슨 뜻인지 알아?"
"몰라요."
"스카치테이프나 십자드라이버, 칼이나 가위 또는 안마기 같은 거 훔친 적 있어?"
"아뇨. 그걸 왜 훔쳐요? 사장님한테 죽으려고요?"
"갖다 쓴 적은 있지?"
"예. 허락 받고 갖다 쓴 거고, 쓰고 나선 다 반납했는데!"
"그럼 왜 여기다 사인했어?"
"쓴 물건 사인하라고 해서요."

이제야 감이 잡힌다.
남의 술 먹고, 내 돈 안 주고.
사장은 현재 이중으로 벌고 있다.

떼돈 벌겠다.


ⓒ한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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