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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20명이 죽었다. 이래도 총기 규제는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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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20명이 죽었다. 이래도 총기 규제는 때가 아닌가?"

미국, 또 한 번 총기 규제 논의 회피할까?

14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역대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터지면서 미국의 총기문화에 대해 더 이상 관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날 발생했던 총기난사는 과거 다른 총기난사와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을 줬다. 지금까지 확인된 희생자는 총 26명인데, 이 중 20명이 6~7세 사이의 초등학생이었고 6명이 교직원이었다. 범인인 애덤 란자(20)의 수법 또한 잔혹했는데, 그는 방탄조끼를 입은 채 난입해 초등학생들에게 한 명 당 2발 이상의 총알을 발사했고, 11발까지 맞고 숨진 아이들도 있는 것으로 부검 결과 나타났다.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어린이들이 무고한 괴한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과거 32명의 희생자를 냈던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보다 미국 사회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992년 메사추세츠주 사이먼스 록 컬리지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으로 아들을 잃었던 미국의 작가 그레고리 깁슨은 14일 <뉴욕타임스>에 "아이들은 어른들이 즐기는 자유의 대가를 계속 치러나갈 것"이라며 절규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목숨을 끊은 범인 애덤 란자의 범행 동기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란자는 14일 집에서도 모친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모친이 근무한 적이 있는 초등학교에 난입해 참극을 저질렀다. 란자가 학창시절 자폐증과 유사한 아스퍼거 증후군 및 인격장애를 앓고 있었던 점 등을 들며 모친에 대한 분노가 모친이 돌보던 아이들에게까지 향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지만 정확한 동기 규명과는 거리가 있다.

범인 개인의 동기를 가려내기에 앞서 미국에 만연한 총기문화로 인해 무고한 이들이 희생자가 되는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 주례연설을 통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하면서 "의미 있는 행동"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2008년 대선 당시에도 총기 반대 의견을 냈다가 당선 이후 '의미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던 오바마가 미 최대 로비스트단체 중 하나인 총기협회와 이들의 지원을 받아 총기 규제 시도를 무산시켜온 공화당에 맞서 얼마나 규제를 강화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총기 규제를 반대해온 이들은 이번 사건이 총기 규제를 강화할 계기가 되지 못한 채 또 한 번의 우발적 범행으로 묻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사건에 경악하고, 희생자를 애도한 후, 범인의 동기를 철저히 파헤쳐 개인 차원의 비극으로 몰아가고, 결국엔 '지금은 총기 규제를 논의할 시간이 아니다'라는 말로 넘어가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가디언> 칼럼니스트 게리 영이 14일 쓴 칼럼(☞원문 보기)에서 그러한 우려는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 14일(현지시간) 미 코네티컷주 뉴타운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28명이 숨지는 총기난사 사고가 터졌다. 15일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는 가족들. ⓒAP=연합뉴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총기 규제를 논할 것인가?

금요일 코네티컷 뉴타운의 샌디훅 학교에서 터진 총기난사는 충격적이고 끔찍하다. 이러한 참극이 발생한 시간,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장소는 우리를 불시에 놀라게 한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총기난사 사건이 과거 사건이나 다음번에 올 사건보다 더 충격적이지 않다는 건 사실이다.

올 초 위스콘신의 시크교 사원과 콜로라도 오로라 극장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처럼 이 비극적인 사건 뒤에 이어지는 감정어린 반응의 메아리는 영원한 미국 애가(elegy)에서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후렴구다. 각기 다른 가수들이 각기 다른 가사를 부르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노래다.

범인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과 희생자들에 대한 묘사가 이어지고 정치권이 똘똘 뭉쳐 미국은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한다.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달래는 주문이다. 모든 의식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번 사건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난 금요일 28명의 시민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고 이 중엔 20명의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다. 희생자 가족들은 추모할 공간을 제공받아야 하고, 그 공간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희생자들을 기리는 것이 곧 이성적인 사고와 비판적인 판단을 할 공간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그러한 상황에서는 두 종류의 공간이 모두 요구된다. 수많은 '별개' 사건들이 하나의 패턴으로 다루어지려면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하루에 총기 사고로 84명 이상이 사망하고 그 두 배에 이르는 이들이 다치는 미국에서 총기에 대한 논의 없이 이번 사건을 이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모든 신문 칼럼과 방송이 현재 이 끔직한 학살을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진짜 문제는 감춰져 논의에서 벗어나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미국 스스로 이 긴급한 논의를 할 적절한 시간을 찾을 수 없다는 현실을 무시한다. 코네티컷 뉴타운의 희생자들은 적어도 논의를 불러올 자격이 있다. 그리고 이 비극들은 비록 더 같은 규모이지만 매일같이 일어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를 이해한다. 그의 마음의 고향인 시카고에서 올해 살해당한 이들의 숫자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복무 중인 미군 병사 중 사망자 숫자보다 더 많다.

지난 7월 오로라 극장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오바마가 선거 캠페인을 중단하고 성명을 발표한 것은 옳은 행동이다. 누구도 사건이 발생한 그날 밋 롬니의 세금 내역이나 경기 촉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선거운동을 할 날은 그날이 아니어도 또 있다. 그러나 오바마가 주장한 다음과 같은 말은 틀렸다.

"정치적인 논의를 할 다른 날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기도와 반성을 위한 날이다."

그러나 총기 규제를 논의할 '다른 날'은 대선 전 3개월 동안 어떤 순간에도 결코 오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총기 규제 논의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친숙한 가락을 읊조렸다.

우리가 심사숙고해야할 것은 이번 사건, 그리고 과거 유사했던 재앙이 어떻게 해야 벌어지지 않을 것인가에 있다. 우리가 희생자들의 고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 고통을 불러온 원인을 무시한다. 당리당략이 아니다. 그러나 우파 진영의 기회주의자들은 총기 문제의 원인을 악의적으로 잘못 규정하고, 좌파는 이에 대해 알리는 것을 거부하면서 줏대 없음을 드러낸다.

미국인들은 세계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정신적으로 더 문제가 있거나 폭력적이지 않다. 총이 더 많을 뿐이다. 대략 100명 당 90정의 총을 갖고 있다. 그리고 총기 소지 비율이 높은 지역은 낮은 지역보다 더 많은 사고가 발생한다.

"총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라는 진부한 주장은 사람들이 다른 어떤 것보다 총으로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현실을 간단히 회피한다. 미국인들은 이를 이해한다. 많은 이들이 총기 규제 확대를 지지하고, 다수가 총기 판매를 더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문제는 사람들이 총기를 규제할 힘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총기 로비단체는 사실상 모든 총기 규제 수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면서 자신들의 힘이 세다는 점을 충분히 증명했다. 민주당은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것을 거의 포기했다. 그 사이 미국은 말 그대로, 그리고 비유적으로 총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총기 규제는 가능하다. 규제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있고 규제를 위한 논쟁도 있다. 그러나 총기 규제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된 정치 연합 없이 규제는 가능하지 않다.

미국이 두 번이나 흑인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었다면, 총기 규제 역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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